[김병조 조명탄] 민주주의 국가에서 ‘제복을 입은 시민’이 갖는 의미

입력 2021. 05. 13   16:31
업데이트 2021. 05. 13   16:33
0 댓글


김 병 조 
국방대학교 안보정책학과 교수
김 병 조 국방대학교 안보정책학과 교수


5월은 ‘가정의 달’이자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달이다. 우리나라는 제헌헌법에서 민주공화국임을 내세웠으나 가난과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느라 민주주의를 실천하지 못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지속되면서 1987년 민주화의 결실을 얻는다.

이후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미국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에서 발표하는 국가자유지수 평가에서 자유국가로 분류된다. 2020년 세계 195개 국가를 분석한 결과는 ‘자유’ 82개국, ‘부분적 자유’ 59개국, ‘자유 없음’ 54개국이다. 자유국가에 포함되는 국가가 40% 정도다.

그럼 민주주의에 대한 더 보수적인 평가를 살펴 보자.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conomist Intelligence Unit)’은 민주주의 지수를 발표한다. 2020년 167개국에 대한 조사에서 ‘완전한 민주국가’ 23개국, ‘결함 있는 민주국가’ 52개국, ‘혼합체제’ 35개국, ‘권위주의 체제’ 57개국으로 구분됐고 우리나라는 완전한 민주국가로 분류됐다. 조사 국가의 13.8%가 완전한 민주국가이고 인구로 따지면 세계시민의 8.4%만이 민주국가에 살고 있다.

5월 18일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 시작된 날을 기념해 1997년 제정된 ‘민주화운동기념일’이다. 민주주의 가치 존중과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시민의 의무를 다짐하는 날이다.

흔히 군인을 ‘제복 입은 시민(citizen in uniform)’이라고 한다. 군복을 입은 군인은 일반 시민과 구분된다. 군인은 시민사회를 지키려고 위험을 감수하고 희생한다. 코로나19가 발생하자 군 장병은 검역에서 환자 치료, 임시생활시설 지원, 백신 수송에 이르기까지 각종 지원에 앞서고 있다. 그리고 시민들은 군복 입은 자의 헌신에 존중과 감사를 간직하고 표현한다.

다만 겉보기에 쉽게 이뤄지는 군 장병의 시민사회 지원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사불란한 군 장병의 시민사회 지원은 위계와 명령을 존중하는 군대 특성을 체화한 결과다. 위계와 명령을 존중하는 군대는 시민사회와 다른 운영방식을 갖는다. 군대에는 다수결 같은 민주주의적 의사결정 방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전 세계 어느 국가도 군대를 민주적으로 운영하지 못한다.

군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시민사회 지원 확대를 고민하는 한편, 밀폐·밀접·밀집 특성을 갖는 생활환경에 코로나19가 확산하지 못하도록 분투한다. 외출·휴가 등 이동 제한도 시민사회보다 엄격하게 하고, 잠재적인 확진자에 대한 격리도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중점을 두는 과정에서 격리 장병이나 입영장정에 대한 기본권 보장이 미흡한 사례가 발견돼 시민사회는 물론 장병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

앞에서 군대는 시민사회와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군인을 ‘제복을 입은 시민’이라고 칭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군 장병이 시민과 다르다는 점을 나타내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복 입은 시민이란 군 장병이 ‘군인’이기 전에 ‘시민’이라는 입장을 강조한 관용구다. 군복을 입어 일반 시민과 구별되나 군인의 본질은 시민이라는 의미다.

민주화 이후 시민사회와 장병 모두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그러나 일부 부대에서 코로나 확산 억제에 집중하다 민주주의 기본가치를 잊는 오류를 범했다. 민주화운동기념일을 맞아 국민의 생명·재산과 함께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데도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