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 짓이다.” 누구 입에서 어떤 사연으로 나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혼의 ‘ㄱ’ 자도 모르는 나조차도 결혼은 적어도 반쯤은 미쳐야 저지를 법한 일이라는 데에는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해야 한다니!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무엇보다 중요한 내게 결혼이란 언제나 이해할 수도 없고 구태여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었다. 그뿐인가. 최근 유행했던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부부의 세계가 얼마나 어렵고 위험한 세계인지 여실히 보여줬으며, TV 밖 현실에선 드라마보다 더한 치정극이 보도되곤 한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실망, 분노, 다툼. 이러한 불행으로부터 결혼생활, 다시 말해 ‘낭만적 연애 그 후의 일상’을 지켜내려면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이 책은 불행의 원인으로부터 그 답을 찾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완벽하길 기대한다는 것. 그 순진한 기대가 파국의 원인인 것이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상대가 ‘완벽하다’는 선언은 오히려 우리가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징표에 불과하다. 오히려 어떤 사람이 우리를 완벽하게 실망 시켰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사람을 알기 시작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우린 때때로 우리를 실망 시킨 사람을 떠나 새로운 사랑을 좇으려 하지만, 그 새로운 존재도 결국 불완전한 존재이며, 언젠가는 어떤 식으로든 우리를 실망 시킬 것이다. 누군가에게 ‘완벽한 파트너’ 따위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굳이 정의하자면, 우리에게 가장 완벽한 파트너란, 운 좋게 모든 취향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 지혜롭게 취향의 차이를 놓고 협의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또한, 인생을 함께할 누군가를 고르는 일은, 어떤 즐거움을 누릴지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어떤 고통을 흔쾌히 견딜지를 결정하는 일에 가깝다. 결혼은 낭만을 완성시켜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변덕스러운 삶 속에서 사랑을 지켜 주기 위해 존재하는 장치임을 깨달아야 한다. 어떤 사람도 다른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일 때, 서로의 불완전함을 보듬어줄 때, 비로소 결혼할 준비가 된 것이며, 비로소 사랑할 준비가 된 것이다. ‘낭만’을 넘어설 때 ‘사랑’은 시작된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일 때 우리의 삶은 조금 더 완전해진다.’ 이는 옮긴이의 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이다.
나의 불완전함을 이해해주고 받아주시는 52사단 모든 간부님들과 자랑스러운 전우들, 사랑하는 가족, 여자친구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보낸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 덕분에 불완전한 내 삶 속에서도 늘 행복과 안정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우의 불완전함을 존중해주고 사랑해주는, 소통과 공감의 따뜻한 육군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