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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수 견장일기] 실내화 착용이 불러온 나비효과

기사입력 2021. 01. 21   14:54 입력 2021. 01. 21   14: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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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수 육군52사단·중령

“대대장과 생활하는 공간은 다르더라도 그 쾌적함의 질은 같게 해주겠다.”

대대장으로 취임하던 날, 용사들에게 한 약속이다.

용사들이 지내는 생활관은 과거와 비교하면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아직도 바뀌지 않은 것이 있었다. 각종 훈련과 외부활동 간 전투화에 묻어 들어와 생활관에 날리는 흙먼지였다. 특히, 요즘같이 건조한 날씨에는 이 흙먼지가 공중을 떠다니며 용사들의 호흡기를 위협했다.

어떻게 흙먼지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 생활관에서 슬리퍼만 신는다면 먼지가 유입되는 경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미 생활관에서 전투화·활동화를 신는 것이 익숙한 용사들에게 이는 번거롭고 불필요한 일로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지속적인 강조에도 불구하고 실내화 착용이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생활관 입구에서 복도를 차지하고 있던 신발장을 모두 복도 외곽으로 옮겼다. 그리고 실내외 공간을 구분하기 위해서 바(Bar)와 입간판을 설치했다. 이렇게 실내화 착용이 정착되자 생활환경이 상당히 쾌적해졌고 이에 따른 만족감이 초기의 불편함을 넘어섰다. 변화된 시스템에 대한 용사들의 만족도를 조사해본 결과 90% 이상으로 크게 상승했다.

이후 살펴보니 청소 방법에도 문제가 있었다. 비질과 물걸레질은 잠시 먼지를 가라앉힐 뿐 먼지를 제거하는 데는 효과가 없었다. 청소기를 정비해 생활관 단위로 쓸 수 있도록 했고, 기름걸레에 더스트 오일(Dust Oil)을 분무해 잔여 먼지까지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이러한 변화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월평균 4명 이상이었던 호흡기 질환자 수가 0.2명으로 줄었고, 타 부대와 비교할 때 호흡기 질환자 수에 괄목할 만한 차이가 생겼다.

이렇게 생활공간에서 슬리퍼를 착용하고 청소 방법을 바꾸자 복도와 생활관을 포함한 공용구역까지 깨끗해지기 시작했다. 굴러다니는 쓰레기를 자연스럽게 줍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공용구역 사용 후 뒷정리를 하는 등 의식이 선진적으로 개선됐다. 실내화 착용이 불러온 나비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처음에는 바닥만 깨끗해진 수준이었지만, 불필요한 개인 물품이나 생활관 구석을 차지하던 정체 모를 상자 등이 간소화·경량화되면서 물자분류 시간 단축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일상적인 활동이 전투력과 연계된다는 것을 용사들에게 설명해줄 필요도 있었다. 주기적인 활동들을 실속있게 시행하고 이것이 우리의 전투력 상승과 직결된다는 것을 깨닫자 부대원의 군 기강 또한 우뚝 서게 됐다.

시작은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슬리퍼를 신고 청소 방식을 바꾼 사소한 변화에 불과했으나, 이렇게 개선된 병영환경은 우리 용사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선진적인 의식, 전투력 상승까지 견인했다. 병영생활혁신이란 이런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 ‘코로나19’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요즘, 실내화 착용을 통해 장병들의 건강을 지키면서 전투력 상승까지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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