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읽은 만큼 보입니다

입력 2026. 03. 25   16:56
업데이트 2026. 03. 2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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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세명대학교 미디어콘텐츠창작학과 교수
김기태 세명대학교 미디어콘텐츠창작학과 교수



세월이 참 빠르다고 느끼는 요즈음이다. 출판 일선에서 편집자로 혹독한 업무와 학업을 병행하느라 어려웠던 시간을 지나 ‘저작권 보호와 국내 출판물 유통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던 때가 1994년 8월이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박사과정의 험난했던 시간을 거쳐 마침내 2000년 2월 박사학위를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벌써 사반세기가 훌쩍 지났다. ‘저작권’ ‘책’이란 화두를 붙들고 평생 살아가게 될 줄은 미처 몰랐지만 그동안 단행본으로 펴낸 졸저가 20권을 넘었다. 학술지 또는 학술대회 지면에 발표된 논문은 100편 남짓 된다. 이곳저곳에 불려 가 특강 또는 발제라는 미명 아래 용렬한 지식을 드러내는 일이 빈번했고, 저작권 관련 상담횟수는 1만 회를 넘겼다.

이쯤 되면 ‘저작권’이란 ‘이것이다’고 거뜬히 헤아려 말할 그 무엇이 있든지, 적어도 뭔가 앞을 가린 느낌은 사라져야 할 텐데 어찌 된 노릇인지 눈앞은 여전히 흐릿하기만 하다. 아날로그 환경에서 생겨나 반세기 넘게 정비돼 온 우리 저작권 환경은 이제 첨단 디지털 기술에 휘둘리며 속 시원한 해결책 없이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마지못해 나아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미봉책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연구자로서, 교육자로서 살아온 지난 세월 중 전반부가 이용자들의 무지와의 투쟁이었다면 후반부는 권리자들의 자기 권리 오용 혹은 남용과의 싸움이었다는 점이다.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을 위해 주어지는 권리가 저작권인데, 요즘엔 오히려 비문화적이고 비상식적인 권리 주장이 난무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아무리 뛰어난 창작물이라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준 수많은 창작자의 노고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그리하여 나의 저작물 역시 누군가에게 유용하게 쓰인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겸허함을 조금이라도 갖는다면 그토록 이악스럽게 권리를 주장하지는 않으련만. 후안무치한 이용자들의 행태를 눈감아 주자는 얘기는 아니다. 창작자의 노고에 대한 예의를 모르는 이용자들은 앞으로도 일벌백계로 다스릴 필요가 있다. 다만 자기 저작물의 창작성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역시 수많은 저작물로부터 빚진 처지이면서 다른 사람의 이용에 과도한 권리를 주장하는 게 온당한가 하는 본질적 질문을 외면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디지털 세상에선 보다 폭넓은 저작물 공유의식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게 된다.

온갖 디지털 매체가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는 세상을 살아가려면 전문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저작권에 관한 상식 수준의 지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저작권을 모르면 현대사회를 능동적으로 헤쳐 갈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이 청소년과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장병들이라면 저작권을 알아야만 장래 희망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마찬가지로 “읽은 만큼 보인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저작자가 혼신을 기울여 창작하고 연구한 저작물을 통해 그들의 노고를 이해하고 기리는 자세를 갖춘다면 저작권은 결코 누군가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을 잘못 이해함으로써 함부로 자기 권리를 남용하는 사람들을 가려내기 위해서라도 올바른 저작권자와 적법한 이용자들을 보호하고, 창작 환경을 건강하게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저작권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이 늘었으면 좋겠다. 좋은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자연스레 좋은 저작물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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