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로 가는 지휘관의 안테나, ‘리더의 귀’

입력 2026. 03. 24   14:55
업데이트 2026. 03. 2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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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흔히 결단력을 먼저 떠올린다. 위계와 명령체계가 분명한 군 조직에서는 지휘관의 한마디가 곧 작전이 되고, 그 말은 부대를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의 역사와 조직 운영 경험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뛰어난 리더를 만든 결정적 요소는 의외로 다른 곳에 있다. 바로 ‘듣는 능력’이다.

말의 힘이 리더십을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조직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리더가 무엇을 들었는지에 달려 있다. 전장에서 승리한 지휘관들의 공통점 역시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끝까지 듣는 태도였다. 결국 리더의 경쟁력은 명령을 내리는 입이 아니라 정보를 받아들이는 귀에서 시작된다.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일화다. 병상에 누워 있던 그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 “왜 장남이나 차남이 아닌 삼남 이건희 회장을 후계자로 선택했습니까?” 그의 대답은 매우 짧았다. “건희는 듣는 귀가 있어.”

거대한 기업의 미래를 맡길 후계자를 결정하는 기준이 단 하나일 리는 없다. 수많은 능력 가운데 ‘듣는 귀’를 먼저 언급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실제로 조직을 이끌어 본 사람들은 경험으로 안다. 유창하게 말하는 리더보다 끝까지 듣는 리더가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린다는 사실을 말이다.

경청은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의 문제다. 군사작전에서 정보는 생존과 직결된다. 지휘관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면 부대는 현실이 아닌 보고서 속 상황만을 기준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는 전장에서 가장 위험한 상태다. 지휘관이 병사들의 애로사항이나 장비의 작은 이상신호를 듣지 못하면 결정적 순간에 전력을 발휘할 수 없다. 현장의 작은 목소리에는 항상 중요한 정보가 숨어 있어서다.

소통의 본질을 보여 주는 흥미로운 관찰도 있다. 프랑스 작가 장자크 상페는 『뉴욕 스케치』에서 뉴요커들의 대화 방식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들은 상대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자기 경험을 먼저 꺼내지 않는다. 대신 “정말요?” “어땠어요?” “참 좋았겠네요”와 같은 짧은 반응으로 상대 얘기를 이어 가게 만든다. 이는 단순한 추임새가 아니다. “지금 당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부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지휘관의 “그래, 계속 이야기해 보게”라는 한마디는 단순한 친절이 아니다. 병사들의 마음을 열고, 사고 징후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드러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조직의 문제는 대부분 말하지 못하는 곳에서 시작된다. 리더가 다양한 목소리를 듣지 못하면 올바른 판단에 도달할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공자는 “말하는 법을 배우는 데는 3년이면 충분하지만 듣는 법을 배우는 데는 60년이 걸린다”고 했다. 말하기는 기술이지만 듣기는 인격과 수양의 영역이다. 귀는 두 개인데 입은 하나뿐이다. 두 배로 듣고 절반만 말하라는 자연의 가르침이다.

리더십의 본질은 권력이 아니라 이해에서 나온다. 부하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리더는 조직에서 고립된다. 반대로 진심으로 귀를 여는 지휘관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장병들을 움직인다. 사람은 자신을 존중하고 이해해 주는 사람을 위해 더 헌신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병영문화 역시 여기서 시작된다. 지휘관이 먼저 귀를 열 때 조직의 신뢰가 만들어지고, 신뢰가 형성될 때 부대 전투력도 높아진다. 조직을 승리로 이끄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입이 아니라 귀다. 리더의 귀는 단순한 감각기관이 아니라 조직의 미래를 감지하는 안테나여서다.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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