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갯짓인가 프로펠러인가… 진동 패턴을 보면 안다

입력 2026. 03. 17   14:36
업데이트 2026. 03. 1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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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판도 바꾸는 드론·AI>> 새와 드론 구별하는 AI의 놀라운 눈썰미

마이크로 도플러·심층 신경망 기술 결합
회전·펄럭임 구별…드론 종류까지 파악
광학 카메라·적외선 센서 등 허점 보완
우리 군은 AESA 레이다 기반 실전 배치
멀티센서 융합·멀티모달 A I 전환 가속
속도·정확도 높여 오탐률 현저히 감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히폴공항은 2012년부터 인공지능(AI) 기반 조류·드론 탐지 레이다를 운용하고 있다. 4개의 3차원(3D) 레이다가 6개 활주로 전체를 커버하며 반경 10㎞ 내 조류 활동을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공항도 2016년부터 조류 레이다 시스템을 운영해 왔으며 최근 AI 기능이 강화된 최신 모델로 업그레이드했다.

2024년 관련 업계 보고서에 따르면 AI 통합 레이다 시스템은 센서 융합을 통해 오탐률을 전년 대비 27% 감소시켰다. 일부 유럽 공항 현장 시험에서는 오경보율 47% 감소와 대응 시간 32초 단축 효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항공기·공항·도심 방공에서 가장 골치 아픈 문제 중 하나가 레이다 화면에 나타난 작은 점의 정체를 밝히는 일이다. 새인지, 드론인지, 단순 잡음인지 구별해야 한다. 두 표적은 크기와 속도, 고도 범위가 상당히 겹친다. 소형 드론의 레이다 반사 면적(RCS)은 0.01㎡ 수준으로 큰 새와 비슷하다. 비행 속도도 시속 30~100㎞ 범위에서 겹친다.

문제는 오판의 대가다. 새를 드론으로 착각하면 공항이 폐쇄되고 전투기가 출격하며 방공 자산이 소모된다. 반대로 드론을 새로 착각하면 위협을 놓친다. 2022년 12월 북한 드론이 우리 영공을 침범했을 때 초기 탐지와 식별의 어려움이 대응을 지연시켰다.

이 때문에 최근 공항·군부대·발전소 등에서는 AI를 활용해 새와 드론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세계 190개 이상의 공항이 AI 기반 조류·드론 탐지 시스템 도입을 위한 입찰이나 시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AI가 새와 드론을 구별하는 핵심 기술은 ‘마이크로 도플러(Micro-Doppler)’ 분석이다. 레이다는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뿐만 아니라 물체 내부의 미세한 움직임도 포착한다. 새의 날갯짓과 드론의 프로펠러 회전은 서로 다른 진동 패턴을 만든다.

새는 날갯짓 주기가 불규칙하다. 상승할 때는 빠르게 펄럭이고, 활공할 때는 날개를 펴고 있다.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아 비행 궤적이 흔들린다. 무리 지어 날 때는 여러 개의 신호가 뭉쳐 나타난다.

반면 드론의 프로펠러는 일정한 회전 주기를 유지한다. 회전 속도가 분당 수천 회로 안정적이고, 이것이 레이다에 특정 주파수 패턴으로 나타난다. 비행 궤적은 직선적이고 목적 지향적이다. 바람에 흔들리더라도 자동 비행 제어 시스템이 자세를 교정한다.

네덜란드 로빈 레이다 시스템(Robin Radar Systems)은 마이크로 도플러와 심층 신경망(DNN) 기술을 결합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프로펠러 회전과 날개 펄럭임을 구별해 고정익 드론과 회전익 드론, 심지어 호버링하는 드론까지 분류한다. 회사는 세계에 1100개 이상의 조류·드론 레이다 시스템을 설치했다.

디텍의 멀린 시스템 레이다. 출처=디텍 공식 홈페이지
디텍의 멀린 시스템 레이다. 출처=디텍 공식 홈페이지


미국 디텍(DeTect)의 멀린(MERLIN) 시스템은 2003년부터 상용화돼 공항과 군 기지에서 운용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NASA와 미 공군의 평가를 거쳐 실시간 비행 안전용으로 인증받은 유일한 조류 레이다다. 초당 4회 이상의 갱신 속도로 지상에서 항공기 운용 고도까지 조류와 드론을 동시에 탐지한다. 

레이다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다. 이때 광학 카메라, 적외선 센서, 전파(RF) 탐지기가 추가된다. 이것이 ‘멀티센서 융합’이다. 광학 카메라는 물체의 실루엣을 포착한다. 딥러닝 모델은 수십만 장의 새와 드론 이미지를 학습해 날개 형태와 몸체 구조를 구별한다. 2024년 연구에서 YOLO 기반 탐지 모델은 드론과 새를 구별하는 정확도(mAP)가 90% 이상을 기록했다.

적외선 센서는 야간이나 악천후에 작동한다. 드론의 모터와 배터리는 열을 발생시킨다. 새도 체온이 있지만 열 분포 패턴이 다르다. 드론은 프로펠러 부근에 집중된 열점이 나타나고 새는 몸 전체에 균일한 열 분포를 보인다.

RF 탐지기는 조종 신호를 잡는다. 대부분의 상용 드론은 2.4㎓, 5.8㎓ 대역에서 조종자와 통신한다. 이 신호를 포착하면 드론임을 확실히 알 수 있다. 하지만 자율 비행 드론이나 사전 프로그래밍된 드론은 RF 신호를 내지 않는다.

2025년 발표된 생체 모방 심층 학습 모델(STBRNN)은 공간적 특징과 시간적 움직임을 동시에 분석한다. 생물학적 시각 시스템을 모방한 이 모델은 움직임 강도, 물체 근접성, 속도 일관성에 따라 주의를 조절한다. 실험에서 96% 이상의 정확도로 드론을 탐지했다.

한국도 빠르게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방위사업청과 함께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다 기반 드론 탐지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4㎞ 거리에서 비행하는 드론을 탐지하고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 인공지능으로 새와 드론을 구별한다. 2024년 기준으로 기술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토리스스퀘어의 AI 기반 AESA 레이다 ‘일라이자 2.0’. 출처=토리스스퀘어 공식 홈페이지
토리스스퀘어의 AI 기반 AESA 레이다 ‘일라이자 2.0’. 출처=토리스스퀘어 공식 홈페이지


토리스스퀘어가 개발한 AI 기반 AESA 레이다 ‘일라이자(Elijah) 2.0’은 10㎞ 거리에서 RCS 0.01㎡급 소형 드론을 탐지·식별·추적한다. 2023년 10월 고흥 드론센터 실증에서 팬텀4 드론을 10㎞ 거리에서, 중형 기체는 13㎞ 거리에서 포착했다. 이는 글로벌 제품(탐지 범위 3~6㎞)의 2배 이상 성능이다. GAN 기반 AI 필터링 시스템은 새·드론·배경을 실시간으로 분류하며, 40분간 다양한 경로를 비행하는 소형 드론을 놓치지 않고 추적했다.

이 레이다는 2020년 신속시범획득(RAPID) 사업에 채택돼 2021년부터 육군 2기, 해군 1기, 공군 1기가 실전 배치됐다. 현대위아 통합보안망과 한전KDN 등 국가 주요 기반시설에도 연동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와 KAIST는 2020년 도심형 드론 탐지 레이다 시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이 레이다는 공항 경계로부터 2.5㎞ 이상 떨어진 초소형 드론을 탐지하고, 레이다 신호 파형을 분석해 드론과 조류를 식별한다. 2021년 제주국제공항에 시범 설치됐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 AI 기반 조류 탐지 및 대응 드론 시스템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엔에이치네트웍스 컨소시엄이 2025년까지 50억 원 규모로 시스템을 개발한다. 공항 반경 4㎞ 이내에서 조류를 탐지하고 AI가 비행 패턴을 분석한 뒤 군집 드론으로 조류를 감지·추적·소산한다. 무안공항 등에서 실증이 진행될 예정이다.

멀티센서 융합과 멀티모달 AI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24년 조류·드론 탐지 분야에서 센서 융합 기술은 오탐률을 전년 대비 27% 감소시켰으며, 멀티센서를 결합한 시스템은 단일 센서 대비 탐지 정확도를 30~40% 향상했다. 2025년 신규 설치 시스템의 65% 이상이 레이다, 적외선, 음향 센서를 결합한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이다의 마이크로 도플러, 카메라의 영상 특징, RF 탐지기의 통신 신호, 음향 센서의 소리 패턴을 결합해 판단하는 방식이다. 2024년 전 세계 상위 공항의 68%, 풍력 발전 단지의 41%가 이러한 멀티센서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 중이다.

중요한 것은 속도와 정확도다. AI가 0.1초 만에 새와 드론을 구별한다면 대응 시간이 30초 이상 단축된다. 오경보가 줄어들면 불필요한 자원 소모가 사라진다. 진짜 위협이 나타났을 때 방공 자산을 집중할 수 있다.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 하지만 여러 센서의 정보를 결합하고, 수십만 건의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판단하면 사람의 눈과 귀를 뛰어넘는다. 레이다 화면의 작은 점 하나가 더 이상 혼란을 주지 않는 시대가 오고 있다. 다음 회에서는 적의 무기로 적을 치는 드론 전쟁의 새로운 방정식에 대해 알아본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하늘의 창과 방패, 드론전쟁의 최전선』이 있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하늘의 창과 방패, 드론전쟁의 최전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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