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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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쟁을 그린 『칩워』로 주목받았던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 교수가 이번엔 러시아의 아시아 진출사를 조명한 신간을 내놨다.
현재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불사할 정도로 유럽연합(EU)의 동진에 신경 쓰고 있지만, 사실 러시아는 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표트르 대제(1672~1725) 이래 러시아의 관심은 ‘영원히 흔들리는 진자’처럼 유럽과 아시아를 오갔다.
이 책은 부동항과 자원을 찾아 동쪽으로 향한 러시아인의 ‘욕망 서사’를 그린다.
러시아가 애초에 동쪽으로 간 이유는 상업적 이유, 모피 때문이었다. 19세기 초 러시아 장군과 장사꾼들은 베링해를 넘어 알래스카까지 진출해 막대한 이윤을 남겼다. 문제는 긴 보급선이었다. 상인과 군인들은 영양 부족과 추위, 그로 인해 촉발된 괴혈병으로 죽어 갔다.
이후 러시아는 정부 차원에서 청나라가 약해진 틈을 타 만주족의 근거지를 복속하고, 중앙아시아에 진출해 시베리아와 만주지역에 철도를 개설하는 등 동방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하지만 척박한 시베리아 환경으로 인해 막대한 유지비가 들면서 경제부흥은커녕 러일전쟁 패배라는 최악의 참사로 돌아왔다.
러시아의 동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오시프 스탈린의 중국 내전 개입, 6·25전쟁,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블라디미르 푸틴의 동방정책 등 대(對)아시아정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저자는 러시아가 줄곧 아시아에 품은 야망이 컸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의 야망은 러시아 작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인식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도스토옙스키는 “유럽에서 우리는 들러리이자 노예였지만, 아시아에선 주인이 될 것”이라고 일기에 썼다. 많은 러시아인이 도스토옙스키와 같은 생각을 지닌 채 동쪽으로 향했던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시선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관계 복원을 구상하는 이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만한 책이다. 맹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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