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in 국방일보 - 1995년 7월 29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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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망각의 약과 같습니다. 아무리 아픈 기억도 시간이 흐르면 그 상처가 희석됩니다. 우리가 매년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하고 순국선열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6·25전쟁의 아픔을 되새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약 30년 전인 1995년 7월 27일(한국시간 7월 28일) 미국에서 잊히다시피 한 6·25전쟁을 기억하기 위한 뜻깊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워싱턴의 한국전참전기념공원과 함께 건립한 ‘한국전 참전기념비’ 제막식이 개최된 겁니다. 기념비 건립은 ‘한국전 정전협정 42주년’을 맞아 추진됐습니다. 제막식에는 당시 양국 정상이던 김영삼 대통령과 빌 클린턴 대통령이 참석해 그 의미를 더했습니다.
국방일보는 7월 29일 자 지면에서 관련 사실을 군 장병들에게 전했습니다. 기사는 당시 김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의 발언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김 대통령은 “한때 잊혀진 전쟁이었던 6·25전쟁이 가장 기억할 만한 전쟁으로 바뀐 역사의 진전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평가했고, 클린턴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희생은 길고도 소모적인 냉전체제에서 자유세계가 승리하는 데 기초를 형성했다”고 전쟁의 의미를 전했습니다.
기념비에는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라는 유명한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앞에는 완전군장에 판초우의를 입은 19명의 미군 병사가 중앙의 성조기를 향해 두 줄로 행군하는 모습을 담은 동상이 세워져 구성의 기하학적 감각과 조형물의 뛰어난 창조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방일보는 전날인 7월 28일 자에선 시론을 통해 ‘한국전 참전기념비’ 건립 의미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시론은 “한국전이 사실상 미국에서 ‘잊혀진 전쟁’으로 치부돼 온 것은 우리 입장에서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한국전 기념비 건립에 훨씬 앞서 월남전 참전기념비가 같은 워싱턴에 이미 세워져 있음은 한국전이 미국인 사이에 그동안 제대로 자리매김되지 못했음을 말해 준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이 기념비의 등장은 한국전을 ‘잊혀진 전쟁’에서 ‘역사적으로 기억되고 두고두고 그 의미를 되새길 전쟁’으로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후 정전협정 69주년이었던 2022년 7월 26일(현지시간)에는 한국전참전기념공원에 다시 ‘추모의 벽’이 건립돼 ‘한국전’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겼습니다. ‘추모의 벽’에는 6·25전쟁에서 사망한 미군과 주한미군 배속 한국군(카투사) 전사자들의 이름이 함께 새겨졌습니다. ‘추모의 벽’에는 한국전 전사자 미군 3만6634명과 카투사 전사자 7174명을 포함해 총 4만3808명의 이름이 군별, 계급, 알파벳 순으로 각인돼 고인들의 희생을 기리고 있습니다. 이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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