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품은 미술관의 얼굴, 40년 금지옥엽 품은 그 얼굴을 내보이다

입력 2025. 07. 10   15:53
업데이트 2025. 07. 1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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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 예술
전시 공간&전시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과 소장품 상설전

국립현대미술관 수집·보존 소장품 1만2000점 달해
고르고 고른 ‘간판 작품’ 2027년 6월까지 상설 전시
1900~1990년대까지 한국 근현대미술 흐름 한눈에
김기창·이중섭·김환기·윤형근 작가 삶 집중 조명도

 

'한국근현대미술Ⅰ' 전시 전경. 필자 제공
'한국근현대미술Ⅰ' 전시 전경. 필자 제공



‘소장품은 미술관의 얼굴’이라는 말이 있다. 미술관이 수집하는 소장품은 그 기관의 정체성과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또한 수집된 소장품은 해당 미술관의 성격이나 방향, 위상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소장품 수집은 미술관의 핵심적인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립현대미술관 또한 후대에 물려줄 문화유산으로서 가치 있는 작품들을 선별하고 한국 근현대미술의 역사를 정립하는 동시에 국제적인 위상을 획득하기 위해 한국 근현대미술품과 해외의 가치 있는 미술품을 수집하고 있다. 작품 수집은 구입과 기증, 관리 전환 등의 방법으로 이뤄지며, 수집된 작품은 미술관의 수장고에서 안전하게 보관, 관리하는 동시에 전시와 교육, 연구 활동 등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현재 과천, 덕수궁, 서울, 청주 네 개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과천과 청주에는 큰 규모의 수장고가 갖춰져 있어 이곳에서 수집된 소장품을 보존, 보관하고 있다. 특히 1986년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은 40여 년의 시간 동안 소장품을 수집하고 보존, 보관한 역사부터 반출, 반입 등 숱한 이동의 역사까지 소장품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공간이다.

1969년 경복궁에 있는 건물에서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은 1986년에 이르러서야 과천에 신축 건물을 지어 수장, 보존, 교육 등 종합 미술관 역할을 수행하며 본격적인 미술관으로서 기능하기 시작했다. 과천관은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 현대미술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역사 깊은 공간이며, 여전히 소장품의 안전한 보관과 활용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근현대미술Ⅱ'에 전시된 김정숙의 '비상'(아래부터), '비상C', '여인흉상'과 윤영자의 '작품', '가을여심'. 필자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근현대미술Ⅱ'에 전시된 김정숙의 '비상'(아래부터), '비상C', '여인흉상'과 윤영자의 '작품', '가을여심'. 필자 제공



한편 약 1만2000점에 이르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은 주로 전시를 통해 관람객과 만나게 된다. 하지만 특정 주제를 갖고 짧은 기간 개최되는 기획 전시만으로 수많은 소장품을 공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특정 작품 일부만이 지속적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미술관은 때로 수집된 소장품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활용을 위해 상설 전시를 개최하는데, 상설전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술관의 ‘얼굴’이 되는 대표적인 소장품을 선별해 소개하는 전시다. 기획전과 달리 장기간 개최되기 때문에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을 언제든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관람객이 좀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고 일관된 경험을 할 수 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는 소장품을 활용해 한국근현대미술의 흐름을 소개하는 대규모의 소장품 상설전이 진행 중이다. 청계산 자락에 있는 ‘자연 속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은 재미 건축가 김태수(1936년 출생)가 설계한 미술관으로, 화강석을 쌓아 올린 미술관 건물은 수풀이 우거진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또한 미술관 주위로 넓게 조성된 야외조각장은 예술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과천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과천관은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1932~2006)의 작품 ‘다다익선’(1988)으로도 유명하다. 미술관 건물에 들어서 중앙의 램프코어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이 작품은 미술관의 상징적인 소장품이다. 1986년부터 늘 같은 자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이 작품 또한 상설전의 일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다익선’을 감싼 형태로 이뤄진 나선형의 길을 걸어 올라가면 2층과 3층에서 두 개의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Ⅰ’(2025년 5월 1일~2027년 6월 27일)과 ‘한국근현대미술Ⅱ’(2025년 6월 26일~2027년 6월 27일)를 만날 수 있다.

두 전시는 190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 근현대미술의 흐름을 연대기적으로 구분해 소개한다. 우선 과천관 3층 5, 6전시실에서는 대한제국, 개화기, 일제강점기, 광복, 6·25전쟁이 일어난 20세기 전반의 한국미술 작품 145점을 9개의 소주제로 분류해 소개한다. 개화의 시기 변화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도 전통을 지키고자 했던 근대 서화가들의 작품부터 서양식 회화의 등장과 미술가라는 개념이 등장하는 과정, 새로운 조형실험의 양상 등을 작품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오지호, 박래현, 김기창, 이중섭 등 근대 화가의 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작가의 방’ 공간이 마련돼 한 작가의 작품을 더 몰입해 볼 수 있다.

과천관 2층 3, 4전시실에서는 20세기 후반의 작품 120여 점이 전시돼 있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한국근현대미술의 중요한 흐름들을 작품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고 산업화와 민주화 등 많은 시대적 변화를 겪으며 변화돼 온 한국 근현대미술을 살펴볼 수 있다. 자신들이 살아온 시대를 작가들이 어떻게 작품 속에 담고 있는지 눈여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김환기, 윤형근을 집중 조명하는 공간에는 작가의 삶과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향과 소리가 설치돼 시각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후각과 청각을 통해 전시 공간을 색다르게 체험할 수 있다.

약 140명 작가의 270여 점에 이르는 미술관 소장품이 대거 전시된 이번 상설전시는 순차적으로 작품을 살펴보는 것만으로 한국 근현대미술 100년사를 조망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미술사적 흐름을 살펴보는 중간중간 한 작가의 작품을 집중 조명한 ‘작가의 방’ 코너를 통해 좀 더 깊이 있게 작가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미술관의 소장품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미술사를 살펴보는 것이 가능한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소장품 수집과 보존을 위한 많은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그동안 어떤 작품들을 수집했고, 그 작품들이 모여 어떠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지 전시를 통해 직접 확인해 보자. 긴 전시 기간 작품은 일부 변경될 예정이기 때문에 올 때마다 조금은 달라진 부분을 확인해 보는 것도 관람의 재미가 될 것이다.


필자 김유진은 공공미술에 대한 논문을 썼고, 문화라는 전체적 맥락 안에서 소통하고 공감하는 예술을 연구한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재직 중이다.
필자 김유진은 공공미술에 대한 논문을 썼고, 문화라는 전체적 맥락 안에서 소통하고 공감하는 예술을 연구한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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