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만남] 송태은 국립외교원 교수

입력 2025. 07. 09   16:39
업데이트 2025. 07. 0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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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이 된 머릿속…머리 맞대 대응하라
범부처 대응시스템 필요 “군인+외교관 돼야…통합 안보전략 수립을”

‘인지전(Cognitive Warfare)’은
적의 생각과 신념을 무너뜨리기 위해 정보와 심리를 조작하는 전쟁이다. 냉전시기 선전·심리전의 연장선에 있는 듯 보이지만, 오늘날의 인지전은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며 더 은밀하고 치명적으로 진화했다.

 

인지전, 뇌를 해킹하는 심리전술 / 이오니아북스 펴냄
인지전, 뇌를 해킹하는 심리전술 / 이오니아북스 펴냄

 

 

현재의 가장 치열한 전쟁은 총알과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물리적 전장에서 벌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사이버공간과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더 강렬하고 더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발간된 송태은 국립외교원 교수의 『인지전, 뇌를 해킹하는 심리전술』은 이처럼 우리의 뇌와 마음을 직접 겨냥하는 비밀스럽고 혹독한 전쟁의 실체를 파헤친다.

“사실 위기의식 때문에 이걸 쓴 겁니다. 대중이 잘 모르니 이들 정보를 공유해 경각심을 갖자는 뜻이었습니다. 다행히 의도가 통했다고 할까요? 책을 읽으신 분의 피드백을 보면 ‘무섭다’ ‘이런 줄 몰랐다’는 답변이 대부분입니다. 여기에 있는 내용이 기밀 정보는 아닙니다. 다 오픈돼 있는 자료입니다. 그것을 한꺼번에 모아 정리하니까 그런 반응이 나오는 거죠.”

송 교수가 책을 저술하게 된 계기다. 그는 사이버작전사령부 자문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신기술·사이버안보연구분과 위원장, 한국사이버안보학회 사이버외교안보연구실장 등을 맡고 있다.

우리는 늘 스스로 선택한다고 믿는다. 정말 그럴까? 오늘날 인공지능(AI)의 발전은 긍정적 영향 못지않게 부정적 면도 매우 크다. 무심코 접하는 정보들 속에서 인지적으로 유인되거나 판단을 흐리는 심리적 전술에 노출돼 있는 것. 그래서 사람의 마음과 뇌를 교묘하게 속여 특정한 행동을 유도하거나 결정을 흩트리는 인지 조작도 가능하게 됐다.

이에 가짜뉴스, 밈, 영상 콘텐츠는 군사무기 못지않은 전략도구가 됐다. 대중의 분노와 두려움 또한 효과적인 조작 대상이 된다. 이미 인지전은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 간 정치와 전쟁, 사회 전반에 걸친 심리전략으로 확대된 지 오래다.

 

 

인지전, 뇌를 해킹하는 심리전술 / 이오니아북스 펴냄
인지전, 뇌를 해킹하는 심리전술 / 이오니아북스 펴냄



인지전의 또 다른 특징은 서방을 위시한 민주주의 국가가 대응하기 어려운 도전이라는 데 있다. 

“개방과 표현의 자유를 핵심 가치로 규정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취약성을 공격하므로 외견상 여론 분열 혹은 내부 갈등으로 보이기에 이의 적극적 규제와 제재는 민주주의 국가의 핵심 가치인 언론·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권위주의 국가는 강력한 내부 통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에 인지전의 예방적이고 적극적인 제재가 가능하죠. 결국 인지전은 민주주의 국가의 취약성을 공격하는 비대칭 공격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협 때문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이미 인간의 마음을 새로운 전쟁터로 정립했다. 그동안 전통적인 전장 육·해·공에 사이버·우주를 포함하고, 6번째 작전공간으로 인간의 마음인 인지 영역을 추가했다. 2021년부터 인지전을 전쟁 수행 기본 개념으로 발전시켰고, 2024년에는 인지전을 새로운 전쟁 개념으로 최종 승인한 것이다.

우리 군도 인지전에 대비하고 있지만, 대응 능력은 아직 아쉬운 측면이 있다. 송 교수는 이에 유연성과 통합성을 강조하면서 범부처 대응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군인 같은 외교관, 외교관 같은 군인이 필요합니다. 더 은밀하게 하지만 무섭도록 빠르게 전개되는 현대와 미래의 사이버전, 정보전, 인지전, 하이브리드전에 대응하는 데 군과 외교부 등 관련 부처가 더 자주 정보·지혜를 공유하고 통합된 국가 안보전략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지난해 9월 연이어 열린 국방부·외교부 공동주관의 ‘2024 인공지능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2024 REAIM 고위급회의)’와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 ‘2024 서울안보대화’가 좋은 사례입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니 과연 내가 있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아니면 분석하고 있는지, 그동안 믿은 진실은 스스로 검증한 결과인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된다. 지금 우리는 전쟁터에 있다. 총과 칼이 아닌 ‘생각의 조작’을 향한 전쟁터’다. 글=이주형/사진=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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