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 임관 사례로 본 육군 임기제 부사관 모집 성과
전우와 정들어 버렸네…
간부의 책임감 느끼고 싶어 !
최소 6개월 ~ 최장 48개월까지 복무
소속부대서 복무 지속…전문성도 쑥쑥
급여·수당 포함 처우도 하사와 동일
병역 연장 아닌 육군 간부 자긍심 무장
군에는 안정적 전투력 제공하며 ‘윈윈’
상반기 지원 1140명 ‘전년보다 13%↑’
육군17보병사단 미추홀여단 김건호·박준하 하사는 2년째 함께 복무하며 피보다 진한 우정을 쌓고 있다. 병으로 1년 6개월만 복무하고 전역하는 선택지가 있었지만, 두 사람은 ‘더 오래, 더 깊이’ 군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생각에 나란히 임기제 부사관에 지원했다. 이들의 인연은 입대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의 한 물류업체에서 직장 동료로 처음 만나 친한 형·동생 관계가 됐고, 동반입대한 뒤에는 서로에게 힘이 돼 주는 전우가 됐다. 그리고 군인으로서 책임감과 자부심이 두 사람을 부사관의 길로 이끌었다.
처음 함께 입대했을 때처럼 두 사람은 서로를 보듬으며 발걸음을 맞추고 있다. 김 하사는 “병으로 복무한 18개월이 서로에게 힘이 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간부로서의 시간은 더 책임감 있게 부대원 모두에게 힘이 되는 시간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박 하사도 “형처럼 늘 곁에서 이끌어 준 김건호 하사 덕분에 진짜 전우란 게 어떤 의미인지 느꼈다”며 “이제 간부가 된 만큼, 나도 누군가에게 든든한 힘이 될 수 있도록 따뜻하고 믿음직한 간부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건호·박준하 하사의 사례처럼 임기제 부사관에 도전하는 육군 현역병의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임기제 부사관은 현역 복무 중인 병 또는 군특성화고등학교 졸업자가 부사관에 지원·선발돼 최소 6개월부터 최장 48개월까지 복무하는 제도다. 과거 ‘유급지원병’ ‘전문하사’ 등으로 불리다가 2020년 12월 현재 명칭으로 바뀌었다.
병으로 복무하던 소속 부대에서 군 생활을 이어가며 지금까지 쌓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급여·수당을 비롯한 처우도 하사와 같다.
9일 육군에 따르면 올 6월까지 임기제 부사관 지원자는 총 1140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6월) 대비 134명 증가한 수치로, 비율로 따지면 약 13% 늘었다.
임기제 부사관 지원율은 최근 들어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도별 지원자 수는 △2023년 2140명 △2024년 2310명으로, 올해는 전년보다 더 많은 지원자가 몰릴 것으로 기대된다.
육군은 임기제 부사관에 관심이 높아진 배경에 선발제도 개선, 맞춤형 모집 홍보, 초급간부 처우 및 병영환경 개선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육군은 더 많은 우수자원을 획득하기 위해 임기제 부사관 선발제도를 보완했다. 먼저 자격을 완화했다. 대표적 사례로 의무병이 있다. 기존엔 의료 관련 면허와 자격이 없는 의무병은 임기제 부사관에 지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무병이 대학에서 학업 중 입대하는 현실을 고려, 임관 후 면허·자격을 취득한다는 조건 아래 임기제 부사관에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체력평가도 손봤다. 기존에는 임기제 부사관 선발을 위한 별도의 체력평가를 시행했지만, 12개월 이내에 실시한 병 진급 체력측정 결과로 대체할 수 있도록 간소화했다.
아울러 임기제 부사관 제도를 알리기 위한 맞춤형 모집 홍보활동에 정성을 쏟고 있다. 우선 ‘간부 지원 관심 표명자 관리시스템’을 정립해 운용 중이다. 병무청 병역판정검사부터 육군훈련소 및 신병교육대, 야전부대에 이르기까지 부사관 지원에 관심을 표명한 병사를 별도로 관리하며 희망자 임기제 부사관 지원을 돕고 있다.
여기에 각급 부대 주임원사, 인력획득담당관, 임기제 부사관 지원자가 한자리에 모여 정책 설명, 부사관 비전 제시, 첨단 무기체계 및 복지시설 견학 등을 실시하는 ‘인력획득 워크숍’을 하고 있다.
또 육군 유튜브, 밀리패스, 소통공감 앱 등을 이용해 홍보 콘텐츠를 유통 중이다. 이를 통해 임기제 부사관의 복무 경험과 혜택, 전역 후 진로 연계 사례 등 지원자들이 궁금해할 정보를 적극 제공하고 있다.
특히 임기제 부사관 제도를 단순한 병역의 연장이 아닌 육군 간부로서 자긍심과 사명감을 느낄 소중한 기회이자 개인의 성장·발전을 위한 발판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다수의 임기제 부사관을 배출한 육군15보병사단 을지여단의 김석민 중령은 임기제 부사관에 지원하는 가장 큰 요소로 ‘부대 단결력’과 ‘친화력’을 꼽았다.
김 중령은 “임기제 부사관에 지원하게 만드는 가장 큰 동력은 부대 내에서의 인간관계,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성취감”이라며 “확실한 목표와 그걸 이루기 위한 효율적 과정, 끈끈한 전우애를 갖출수록 임기제 부사관에 지원하는 인원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부대에서 임기제 부사관으로 복무 중인 김지웅 하사와 전도현 하사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김 하사는 “전역 후 복학까지 공백이 길어질 수 있어 많이 고심했지만, 임기제 부사관으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리더십을 체득하고 개인 역량도 강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전 하사는 “군 생활 동안 저를 이끌어 준 간부들은 친형제 같이 느껴지고, 함께 고생했던 후임들은 동생 같다”며 “그들과 좀 더 오랜 기간 함께하고 싶었다. 저도 병사들에게 형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임기제 부사관을 선택했다”고 부연했다.
육군은 앞으로도 군에 애정과 열정을 가진 많은 인원이 임기제 부사관에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또한 임기제 부사관 제도가 군과 개인이 함께 성장하는 디딤돌이 되도록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지용재(대령)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획득정책과장은 “임기제 부사관은 개인에겐 의미 있는 경험과 성장을, 군에는 안정적인 전투력 운용을 제공하며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제도”라며 “제도 개선과 지원자 중심의 홍보·지원활동을 강화해 임기제 부사관 제도를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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