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선물입니다

입력 2025. 07. 08   16:12
업데이트 2025. 07. 0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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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재 소령 육군5공병여단 목사
나영재 소령 육군5공병여단 목사

 


얼마 전 군종실에서 실시한 회복탄력성 교관화 교육에 참여했습니다. 회복탄력성이란 삶의 어려움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스스로 회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마음의 힘을 말합니다. 이번 교육에서는 인내력, 감정조절력, 관계력 등 여러 회복탄력성 요소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깊이 와닿았던 것은 ‘감사력’이었습니다.

교육 중 제공된 규준점수 자료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감사지표가 올라가면 무망감, 우울감, 자살충동과 같은 부정적 심리지표가 뚜렷하게 낮아진다는 점이었습니다. 평소 작은 일에도 감사함을 느끼고 표현하는 습관을 기르면 부정적 심리상태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겁니다. 감사를 실천하는 게 단순한 마음가짐을 넘어 실제로 우리 인생을 지켜 주는 방패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사실 무망감이나 우울감, 자살충동의 부정적 심리상태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감사 습관을 기르는 것은 누구나 조금의 노력만으로도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입니다. 성경에도 “범사에 감사하라”(살전 5:18)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여기서 ‘범사’란 좋은 일뿐만 아니라 어렵고 힘든 일, 아주 작은 일상까지 모두 포함하는 의미입니다. 감사를 연습할 때 우리의 마음이 더욱 단단해지고, 어려움을 극복할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귀중한 지혜를 가르쳐 줍니다.

문득 헬렌 켈러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그녀에게 누군가 물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단 3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 무엇을 보고 싶으신가요?” 헬렌 켈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첫째 날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둘째 날에는 아침에 떠오르는 해와 아름다운 꽃, 밤하늘의 별들을 보고 싶습니다. 셋째 날에는 사람들이 무심히 오가는 평범한 거리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내 삶을 밝은 세상으로 이끌어 준 앤 설리번 선생님의 얼굴을 꼭 보고 싶습니다.”

헬렌 켈러의 이 말은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큰 감사의 대상인지 깨닫게 해 줍니다.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지난 일상을 다시금 돌아보게 됐습니다. 너무 익숙해 당연히 여겼던 가족의 얼굴과 동료들의 미소, 평범한 일상의 작은 순간이 사실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감사의 이유가 가득 차 있었지만, 그 소중함을 잊고 지냈던 것입니다.

일상에서 지나치는 것이 사실은 우리에게 허락된 특별한 선물임을 알게 됐습니다. 햇살 좋은 아침, 따뜻한 식사 한 끼, 함께 웃어 주는 누군가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요. 한적한 길을 걷는 여유로움, 노을 지는 하늘의 아름다움, 걱정하며 전화해 주는 친구의 목소리와 잠들기 전 하루를 돌아볼 수 있는 평온한 시간까지. 아주 평범한 순간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릅니다. 가끔 힘들고 지치는 순간이 찾아오지만, 그때마다 감사함을 떠올릴 수 있다면 우리 마음의 어두운 그림자는 어느새 밝은 빛으로 바뀔 겁니다.

감사는 삶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아주 특별한 힘입니다. 인생의 고난 속에서도 나 자신을 회복시키고, 마음을 지켜 주는 열쇠가 바로 감사입니다. 헬렌 켈러가 간절히 소망했던 평범한 일상을 이미 누리고 있는 우리, 오늘부터라도 더 자주 감사의 습관을 실천하며 소중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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