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브리핑] 과일맛에 날씬 몸매…“美 전자담배 마케팅, 한국서 재연될 수도”

입력 2025. 07. 07   16:25
업데이트 2025. 07. 0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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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美 담배업계 전략 연구보고서
청소년·여성 겨냥해 흥미 자극시켜
“광고·판촉 전면 금지 등 대책 마련 시급”

 

미국 담배회사가 대외적으로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론 청소년·여성을 목표로 교묘한 마케팅 전략을 펼쳐 왔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보고서에서 공개됐다. 비록 국내가 아닌 미국 사례이지만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담배업계 전략을 알 수 있어 정부의 담배 규제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이 될 것이란 평가다. 

보건복지부는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가 ‘담배업계 마케팅 전략 분석 및 담배 규제 정책에의 함의’란 연구보고서를 최근 내놨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미국에서 벌어진 담배소송을 심층 분석한 것으로, 전자담배 ‘쥴(JUUL)’의 미국 내 성공사례와 신종 담배업체가 어떻게 젊은 층을 유인하고 규제망을 피하는지가 상세히 기록돼 있다.

쥴의 제조사인 쥴랩스는 2021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정부와의 소송 합의에 따라 최근 내부문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쥴랩스를 비롯한 미국 담배회사들은 오래전부터 ‘미래 고객’인 청소년과 잠재적 소비자인 여성을 겨냥해 왔다. 청소년에게는 과일 맛 등을 첨가하고 만화 캐릭터를 활용해 홍보했으며, 여성에게는 흡연이 ‘독립적인 여성의 상징’인 것처럼 인식시키거나 날씬한 체형과 연관 짓는 전략을 썼다.

또 광고 금지를 피해 브랜드 확장, 스폰서십을 강화했다. 담배 브랜드 로고를 옷이나 라이터 등 비담배 제품에 붙이고 운동경기·콘서트 등을 후원하며 브랜드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SNS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간접 홍보가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는데, 쥴은 이를 통해 미국 청소년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유행했다.

보고서는 쥴의 성공사례를 분석한 뒤 ‘신종 담배시장 진입 전략’을 집중 조명했다. ‘금연’이 아닌 ‘전환’이란 메시지로 기존 흡연자에게 더 나은 대안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편의점을 핵심 유통채널로 삼는 방식은 국내에서도 충분히 재연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형태의 담배 광고·판촉·후원 포괄적 금지 △가향 첨가물 사용 금지 △담배 전문판매점 도입 등 판매채널 규제 강화와 같은 강력하고 선제적인 정책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맹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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