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36보병사단 드론·대드론체계 시연 현장
현대전에서 가장 주목받는 무기 가운데 하나인 드론. 이를 개발하고 운용하는 육군 야전부대가 있다. 수류탄 투하용 드론부터 테러 방지용 안티드론돔(Dome)까지, 전장에서 활용될 드론과 대(對)드론 체계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곳. 바로 ‘드론·대드론 최전선 부대’라는 타이틀에 빛나는 육군36보병사단이다. 지난 3일 ‘미래 전장을 상상하기보다 직접 구축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36사단에서 드론·대드론 체계 시연이 열렸다. 국방부 군수 관련 주요 직위자들과 함께 현장을 찾았다. 글=김해령/사진=조종원 기자
“드론을 조종하겠습니다!”
이날 36사단 연병장. 묵직한 몸집의 경계용 드론이 힘차게 날아올랐다. 드론은 시속 100㎞로 수풀 지역을 우회해 적에게 들키지 않고 연병장을 가로질렀다. 상공에 정지한 드론은 몸을 돌려 자주포 모형을 포착했고, 동시에 사열대 모니터에 자주포 영상이 나타났다.
“일인칭 시점(FPV) 드론 움직이겠습니다!”
사단 드론교육센터 교관 김상원 상사가 고글을 쓰고 조종하자 손바닥만 한 크기의 드론이 재빠르게 목표물로 향했다. 자주포 위에 부착된 풍선을 터뜨린 이 FPV 드론은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며 조정이 가능하고, 자주포 한 문을 파괴할 수 있는 폭약이나 40㎜ 유탄을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된 것이다.
다음은 수류탄 드론 시연. 경계용 드론이 표적을 찾자 수류탄 드론이 그 위치로 날아가 15m 상공에서 연습용 수류탄 두 발을 투하했다. 두 시연 모두 병력을 투입하지 않고도 적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을 실감 나게 보여줬다.
FPV 드론과 수류탄 드론은 방산업체나 연구소에서 개발한 무기체계가 아니다. 사단에서 상용 드론을 기반으로 3차원(3D) 프린팅 등의 기술을 적용해 만든 개조형 무기다. 즉, 전장에서 사용할 드론 무기체계를 자체 제작해 운용하는 것이다.
사단은 적 드론을 무력화하는 대드론체계도 자체 개발해 실제 작전에 활용하고 있다. 조달청과 협업해 제작한 테러방지용 상용 장비인 ‘안티드론돔’이 대표적이다. 이 장비에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만 기술이 적용돼 반경·고도 500m 이내 360도 전방위로 ‘돔’을 형성한다. 돔 내부에 진입한 미확인 드론의 위치 정보를 교란해 시설 외부로 유도하거나 추방하는 기술이다.
실제 이 장비는 2024년 1월 열린 ‘강원 동계 청소년올림픽’에서도 활용됐다. 테러나 경기 방해 가능성이 있는 드론을 무력화하며 개막식부터 폐막까지 경비작전을 완벽히 수행했다. 당시 불법 비행 드론 다수를 식별·조치하며 그 성능을 입증했다.
조현기 국방부 자원관리실장은 이날 시연을 참관한 뒤 “우리 군의 발전을 위한 36사단의 창의적·혁신적 활동을 직접 확인하고 깊이 공감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조 실장을 비롯한 국방부 관계자들은 시연 과정을 지켜보고, 드론·대드론 사업의 국방정책 반영 가능성을 검토했다.
이날 사단은 군사시설 침범 상황을 가정해 RF 스캐너(드론 탐지 장비), 안티드론건, EHCT 주파수 교란 장비 등 대드론 시스템을 소개했다. 식별된 드론에 전자파를 방사해 회로를 마비시키는 EMP건 시연도 이뤄졌다.
사단의 뛰어난 드론·대드론 역량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모든 성과는 장병들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꾸준한 노력이 자양분 역할을 했다. 시작은 2년 전, 하헌철(소장) 사단장의 지시로 구성된 드론 성능개량 태스크포스(TF)였다. 급변하는 작전환경과 미래전 양상을 고려해 전·평시를 아우르는 드론·대드론 체계 도입과 성능 보강의 필요성에서 출발했다.
사단은 관계 기관들과 업무협약을 맺어 기술을 습득하고, 드론교육센터 개소 및 ‘드론전술운용교육과정’을 통해 전문인력도 양성하고 있다.
드론·대드론 역량 강화를 위해 외부 전문가 의견도 적극 수용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KAIST,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한국국방연구원, 한국산업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등과 협력하며 기술 조언을 받고 있다.
하 사단장은 “드론·대드론 능력 확보는 국가안보를 위한 필수 요소”라며 “특히 성공적인 안티드론 시스템 운용을 발판 삼아 강원 안보지킴이로서 빈틈없는 대비태세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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