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귀기

입력 2025. 07. 04   16:47
업데이트 2025. 07. 0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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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계동 오즈세파 대표
오계동 오즈세파 대표



사람을 사귀려면 인격이 되든지, 돈이 되든지 둘 중 하나는 돼야 한다. 둘 다 되면 더욱 좋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가. 

돈이 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돈값을 한다. 직장에서는 회사 오너가 그렇고 사회에선 밥 사는 사람, 돈 빌려주는 사람이 그렇다. 그런 사람은 생존과 관련 있기 때문에 우리도 적당히 굽히면서 타협한다. 세상 살기 어려운 건 이런 부류의 상위 포식자들은 흔히들 우리가 인내할 수 있는 지점까지 밀어붙여 자기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 아(我)와 피아(彼我)의 투쟁이 도사리고 있다. 돈은 되지만 피곤하다. 그와 나 사이에 인격은 비교적 희귀현상이다.

대부분의 친구는 돈은 안 되지만, 인격은 되는 이들이다. 스승이나 멘토로 생각하는 사람들 또한 그렇다. 가끔 돈 버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자칭 멘토도 있지만, 사기성이 높아 경계심이 필요하다. 돈 되는 일은 혼자 하지 남과 아이디어를 나누려 하지 않는다. 나누더라도 자기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다. 남들은 모르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이익을 알려 주는 사람은 믿지 않는 게 좋다. 경험해 보니 그런 이익은 없었다.

사기란 게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한 번쯤 믿어 보는 것도 괜찮다. 이익은 많은 조각 정보를 바탕으로 한 자신의 노력으로 생기는 것이지 원샷 정보로 생기지 않는다. 그런 정보가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곳이 증권가 아닐까. 그나마 증권은 합법 난장판이지만 대부분은 불법 아수라장이다.

친구나 주변 이웃은 기본 인격이 되는 사람들이어서 만나는 거지 그것도 없으면 만남을 지속하기 어렵다. 가장 난감한 경우는 학교나 고향 친구들이다. 만남을 지속해야 할지, 그만둬야 할지 애매할 때가 많다. 어릴 때부터 익숙한 사람들이라 손해를 끼친다고 당장 절연하기도 어렵다. 더군다나 동창회니 향우회니 하면서 모이면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도 봐야 한다. 요즘처럼 만나야 할 사람, 만나고 싶은 사람이 많은 시대에 어릴 때 친구라고 맞지 않는 이를 달고 다니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이럴 때 방법이 하나 있다. 이런 친구를 단체로 만난다면 투명인간처럼 대하는 것이다. 그렇게 몇 번 하면 더 이상 말을 붙이지 않는다. 자연스레 멀어진다. 욕먹지 않고 헤어지는 방법이다.

반대로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면(아마 대부분의 사람에게 내가 돈 되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기본 인격은 갖춰야 한다. 먼저 좀 넉넉해질 일이다. 옷은 자기표현의 최전선이다. 부담스럽지 않게 깔끔하게 입는 것이 좋다. 그리고 사사건건 시비를 가리는 사람은 피곤하다. 좀 못마땅해도 따지지 않고 넘어가 주는 게 바람직하다.

계속 시비를 가릴 일이 생기는 사람은 나와 맞지 않다. 상대방이 식사 메뉴를 고르게 하고, 도저히 못 먹는 것이 아니라면 받아들일 일이다. 한 끼 다른 거 먹는다고 죽는 사람은 못 봤다. 상대방이 한 번 살 때 두 번 사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 봤자 큰 손해나지 않는다. 김치찌개 두 번 산다고 망하지 않는다. 부담스럽다면 두 번 살 때 세 번 사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보다 조금만 더 잘해 주면 바로 알아본다. 좋은 소리는 안 해도 결코 나쁜 소리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물질적으로(돈이 되는 사람)나 인격적으로(나보다 더 넉넉한 사람) 좀 넉넉해진다면 사람 사귀기가 어렵지 않다. 55(彼我) 대 45(我), 필자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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