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1980년 6월생이다. 이제 만 45세를 넘긴 젊은 국방장관이다. 2003년 프린스턴대를 졸업하고, ROTC 장교로 임관했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전투부대 장교로 복무하면서 훈장을 받기도 했다.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 전역해 폭스뉴스 TV에서 해설자로 활동하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 들어 국방장관으로 발탁됐다.
헤그세스 장관은 올 3월 23일부터 하와이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와 괌 기지, 일본, 필리핀을 처음 순방하면서 3월 30일에는 도쿄에서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과도 만났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68세의 방위 전문가 정치인 출신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나카타니 방위상에게 “일본은 중국의 군사적 침략을 억제하는 데 필수 파트너”라며 “미국은 중국 억지력 구축을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도 마찬가지로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방위력에 투자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나카타니 방위상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을 위해 일본은 미국이 신뢰하는 파트너로서 앞으로도 긴밀히 협력하고자 한다”며 “대만해협이 포함된 동중국해와 필리핀 부근의 남중국해, 한반도가 포함된 구역을 하나의 전쟁구역(One Theater)으로 관리하는 개념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한반도의 남북한 대치를 별개의 전장이 아닌 하나의 전장으로 관리하는 개념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것이다.
나카타니 방위상이 4개월 전 헤그세스 장관에게 슬쩍 제의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한반도를 하나로 묶는 원 시어터 구상’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은 결론 나지 않은 상태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 구상에 대체로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진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미디어들은 “하나의 전역 구상에 한국이 민감하면서도 부정적 자세를 갖고 있다”는 논조로 보도하고 있다.
나카타니 방위상이 헤그세스 장관에게 밝힌 하나의 동아시아 전장 개념은 중국 견제를 제1의 목표로 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에 일본이 적극적이면서도 긍정적 태도를 보여 주면서 슬쩍 감춰 놓은 암수(暗數)가 있다.
45세의 미 국방장관은 잘 모를 수 있는, 1941~1945년 일본이 동아시아에 뻗친 제국주의적 영토 확장 전쟁의 기억을 슬쩍 감춰 보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을 우리와 동아시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한국, 대만, 필리핀과 동남아시아 국가들 국민 가운데 일본이 일으킨 전쟁의 피해자들이 아직도 생존해 있는 상황이다.
중국 견제를 제1의 목표로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슬쩍 올라타려는 일본의 움직임을 놓고 우리 국민은 “일본은 역시 오지랖이 넓다”는 말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거기에다 주일미군의 중요성을 업그레이드해 현재 3성 장군인 주일미군사령관을 4성으로 올리고, 4성 장군인 주한미군사령관을 3성으로 낮추려는 암수도 감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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