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급 AI가 가져올 변화

입력 2025. 07. 01   17:06
업데이트 2025. 07. 0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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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만 중령 육군2군단 작전참모처
류지만 중령 육군2군단 작전참모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현대 전장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지휘결심은 군 전투력 발휘의 핵심 요소다. 그런데 군 전투력의 핵심인 대대급 부대는 전투력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외에도 다양한 업무가 집중되고, 제한된 인원으로 많은 행정업무를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인공지능(AI), 특히 대규모언어모델(LLM·Large Language Model)을 활용한 의사결정 지원시스템이 우리 군에 도입됐을 때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LLM은 텍스트를 생성하는 기술로만 볼 게 아니라 자연어 명령을 이해하고, 학습에 의해 전후 상황을 분석하며, 문서 생성과 대응 시나리오 제안까지 수행하는 고도화된 언어 기반 AI 기술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외교부는 3년간 외교부 업무에 최적화된 생성형 AI 모델과 추론형 AI 모델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 육군은 ‘Army Enterprise LLM Workspace’(2025년 5월)와 ‘CamoGPT’(2024년 6월)를 NIPR(인트라넷)·SIPR(전장망) 환경에서 운용 중이다. 미 공군은 ‘NIPRGPT’(2024년 6월)를 운용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우리 군에 도입되는 것도 먼 이야기가 아니다. 온나라시스템·부대행정업무체계 등이 LLM과 연동된다면 병력현황·기상정보·장비상태 등을 통합분석해 상황 맞춤형 지휘결심 지원이 가능해진다.

이 시스템은 사용자가 명령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상황을 분석해 훈련일정 조정, 문서 자동 작성, 비상대응 시나리오 제안, 경계작전 명령서 작성 등을 수행한다. 한 예로 기상 악화가 예상되면 실외 훈련을 실내 전술토의로 제안하고, 사고 발생 시 유사사례 기반 대응 매뉴얼을 안내한다. 가용인원과 형평성을 고려해 경계작전 명령서를 자동 작성, 면담이 필요한 용사를 분석해 알려 주는 방식이다.

민간이 개발한 시스템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삼성의 ‘가우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카카오의 ‘KoGPT’, KT의 ‘믿:음’ 등 상용 모델의 장점을 군 환경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면 단기간 내에 적용이 가능하다. 또한 인트라넷 기반에서 운용되므로 보안 우려도 최소화할 수 있다. 외산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기술로 독립된 AI를 운용하는 ‘주권형 AI(Sovereign AI)’ 체계는 군 작전 정보의 안정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는 열쇠가 된다. 궁극적으로 대대급을 시작으로 여단부터 합동참모본부까지 전·평시를 아우르는 C4I 연계 AI 지휘체계로 발전할 수 있다.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작지만 현실적인 변화가 전투력의 핵심인 대대급 부대에서 시작된다면 우리 군의 AI 기반 지휘체계 정착과 미래 국방력 도약의 전환점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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