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은 장병과 가족의 헌신을 깊이 존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예가 ‘MWR(Navy Morale, Welfare and Recreation)’ 프로그램이다. 이 제도를 이용해 장기복무자나 해외 파병자의 가족은 미국 내외 휴양시설을 할인 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군 전용 리조트 숙박, 가족 동반여행 등의 기회를 제공받는다.
하와이의 ‘할레 코아 호텔’, 플로리다의 ‘셰이드 오브 그린’ 같은 시설은 군 복무로 인한 가족의 헌신과 희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군 복무는 군인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감당하는 여정이라는 인식이 이런 정책을 가능하게 했다.
올해부터 해군잠수함사령부는 장기간 수중 근무에 헌신한 잠수함 승조원의 노고에 감사하고 복무 자긍심을 고취하고자 ‘Thank you for your Sub service’ 제도를 시행 중이다.
군 생활 20년간 약 15년을 잠수함 부대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장보고급 잠수함인 이천함의 함장 임무를 수행 중이다.
바다 깊은 곳, 햇빛조차 닿지 않는 곳에서의 작전 임무는 늘 고요한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 시간만큼이나 소중했던 것은 육지에서 믿고 기다려 준 가족의 존재였다.
최근 ‘Thank you for your Sub service’ 국내 시찰 대상으로 선발돼 아내, 두 딸과 함께 3박4일간 제주도를 다녀왔다. 이번 제주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아내, 두 딸과 함께했던 3박4일의 여정은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나누고, 같이 견뎌 온 시간을 추억하며 공감대를 키운 뜻깊은 시간이었다.
제주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노라니 지난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쳤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깊은 바닷속, 좁은 공간에는 항상 가족의 사진과 응원의 메시지가 가득한 딸들의 편지가 있었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었지만, 우리는 언제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였다.
잠수함은 신뢰와 단결 없이는 존재하기 어렵다. 이번 여행에서 가족과의 관계 역시 같은 원리로 유지됨을 다시금 깨닫았다. 잠수함사령부가 시행하는 ‘Thank you for your Sub service’는 그동안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고생한 가족들에게 전하는 고마움의 표현이자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는 메시지를 안기는 따뜻한 배려였다.
앞으로 이 소중한 기회가 더 많은 전우와 가족에게 이어지길 바란다. 이런 바람이 이뤄지도록 군인으로서,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받은 만큼 더 나누며 마지막까지 ‘임무 완수’의 길을 충실히 걷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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