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가족과 함께 서대문형무소를 찾았다. 가족 나들이로는 조금 무거운 장소일 수 있었지만, 아이들에게 꼭 보여 주고 싶은 곳이었다. 흐린 날씨 때문인지 형무소 안은 고요하고 무거운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정문을 들어서자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옥사 건물이 뿜어내는 어두운 기운이었다. 좁은 복도를 따라 걷는 동안 차가운 시멘트 바닥과 쇠창살 너머로 스며드는 희미한 햇빛마저 무겁게 느껴졌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갇혀 모진 고초를 겪었던 통한의 장소다.
감옥의 좁은 복도와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됐던 감방, 고문실 등을 둘러보며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말을 아끼게 됐다.
유관순 열사의 독방 앞에 섰을 때 큰아들이 “이 나이에 혼자 있었어?”라고 물었다. 그 말에 잠시 멈춰 서서 열사의 용기와 외로움을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길 바랐다.
사형장으로 향하는 길은 더욱 무겁고 침통했다. 굳게 닫힌 철문 너머 마지막 순간까지 독립을 외쳤을 순국선열들의 절규가 들리는 듯했다. 어둠 속에서 스러져 간 그들의 넋을 기리며, 잠시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대문형무소를 둘러보며 그 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보여 준 강인한 정신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는 감금당해서도 글을 써서 민족에게 희망을 전했고, 누군가는 모진 고문에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 모든 기록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
이번 방문은 단순히 과거를 둘러본 시간이 아니었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자유와 일상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희생 위에 쌓여 있는지를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 아이들도 그 사실을 가슴에 새기고 돌아왔기를 소망한다.
군무원으로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방을 뒷받침하고 있다. 직접 무기를 들고 싸우진 않지만, 그만큼 묵묵하고 철저한 책임감이 필요한 자리다. 이번 서대문형무소 방문은 담당 업무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계기도 됐다. 과거를 잊지 않고 맡은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주어진 사명을 다하는 길임을 깨달았다.
작은 역할 하나에도 진심을 담으면서 이 시대를 지키는 데 일조하겠다는 다짐을 새겼다.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 역사를 마주하는 시간을 꾸준히 가지면서 기억하고, 배워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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