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업무 경감’ 전투력 발휘의 첫걸음

입력 2025. 06. 18   16:45
업데이트 2025. 06. 1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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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중령 육군7포병여단
김현우 중령 육군7포병여단

 


1940년 8월 9일, 영국 총리 처칠은 취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내각과 참모들에게 보고서 간결화를 강조하는 편지를 보냈다. 독일이 런던 대공습을 불과 엿새 앞둔 시점이었다. 전시 상황의 긴박함 속에 사소하거나 엉뚱한 지시처럼 느껴질 수 있는 편지였다. 하지만 그의 의도는 명확했다. 보고서 간결화와 행정 절차 간소화를 통해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 전시 상황에서 보다 빠르고 유기적인 대응을 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다.

이 일화는 오늘날 우리 군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평시에는 시간 낭비 정도로 여겨질 수 있는 행정업무 관행이 유사시에는 인명 손실과 작전 실패로 이어지고, 국가 존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상급부대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부대 전반의 행정업무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행정업무 경감’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전투력 발휘의 최전선인 대대급 전투부대가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과감히 정비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 여단은 ‘행정업무 경감 시범부대’로서 기존 관행을 실효성의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실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대급 시범식 교육, 대대장의 각종 회의 간 발표 책임 부여 등은 지양하고, 불가피하게 시행하더라도 회의록 작성 등 부수적인 행정소요는 최소화하고 있다. 간부교육도 별도 문서를 만들지 않고 스스로 연구하고 필기한 노트를 바탕으로 성과 중심의 간부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대대장 지휘보고 체계 역시 문서 대신 화상회의 간 구두보고 방식으로 전환하고, 단순 정보는 문자 보고로 처리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런 조치는 단순히 행정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비효율적 행정 관행에서 벗어나 본연의 임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행정업무 경감’이 특정 부대만의 과제로 국한되거나, 일시적인 시범운영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군의 모든 구성원이 공감하고 함께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할 공동의 과제다.

군 본연의 목적은 유사시 전투력을 발휘해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장병들은 “이 업무는 반드시 필요한가?” “이 절차는 실효성이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반복하며, 의미 있는 변화를 실천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임무 중심의 업무문화’는 평시에는 효율적인 부대운영과 전투준비태세로, 전시에는 우리 장병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강한 전투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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