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뛰기' 누를 수 없다고? 찾아보는 광고라니, 정말정말 잘됐다~

입력 2025. 06. 18   15:46
업데이트 2025. 06. 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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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 광고 트렌드

장원영·박정민의 밈 활용한 스토리, 공개 7일 만에 조회수 185만 ‘화제’
최근 주목도 커진 ‘브랜디드 콘텐츠’ 판촉물 넘어 하나의 문화 콘텐츠 역할 
작지만 확실한 소비자 타게팅하거나 오프라인·아날로그 매체에 힘 쏟기도

 

가수 장원영과 배우 박정민이 출연한 한 광고의 썸네일. 사진=짐빔 유튜브 화면 캡처
가수 장원영과 배우 박정민이 출연한 한 광고의 썸네일. 사진=짐빔 유튜브 화면 캡처



“원영적 사고 vs 정민적 사고.” 

요즘 위와 같은 섬네일의 광고 영상이 화제다. ‘원영적 사고’란 아이돌 장원영에서 비롯된 말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고방식을 의미한다. 이에 대비해 등장한 ‘정민적 사고’는 배우 박정민에게서 유래한 말로 현실을 직시하고 분석하는 실용적 사고방식을 의미한다. 

해당 광고에는 실제로 장원영과 박정민이 출연하는데 밈으로 존재했던 두 사고방식이 맞대결하며 스토리를 이어나간다. 사실 짐빔 하이볼의 광고인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짐빔 하이볼을 마시자’는 메시지가 나오지만 영상 수준이 높은 덕에 시청자들은 ‘3분41초짜리 영화를 본 기분’ ‘진심으로 감동받았다’ 등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공식 채널에 올라온 풀버전 영상은 업로드 7일 만에 조회수 185만 회를 돌파했다. 광고의 문법이 바뀐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시대 변화에 가장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 중 하나가 광고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만큼 변화를 잘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광고를 만들기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에 광고가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가 어렵고, 기술환경이 변화하면서 형식·내용·매체 등 여러 가지로 진화를 꾀해야 한다.

더욱이 미디어 이용이 파편화되면서 언제, 어떻게, 어떤 매체로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할지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진다. 광고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광고에는 수많은 갈래가 있긴 하지만 세 가지 중요한 변화에 대해 살펴보자.

첫 번째는 소비자가 ‘봐야 하는’ 광고에서 소비자가 ‘찾아보는’ 광고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광고 매체도 제한적이었고, 시청자는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수용해야 하는 매체 환경이었기 때문에 광고 주목도가 높았다. 하지만 콘텐츠의 선택권이 무한하게 증가하면서 이제 시청자는 쉽게 다른 콘텐츠로 넘어가 버린다. ‘광고 건너뛰기(skip)’를 기다리는 시간 안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제 광고도 선택을 받아야 한다.

서두에 소개한 ‘영화 같은 광고’가 등장하는 이유다. 톱스타 연예인이 출연하거나 배우들이 광고같지 않은 진지한 연기를 펼치기도 하고, 수준 높은 영상미로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보는 안목이 높아지면서 광고 메시지와 스토리가 잘 조화되는지, 원영적 사고와 정민적 사고를 활용한 것처럼 시의적절하게 감성을 반영했는지도 중요해졌다. ‘브랜디드 콘텐츠’라는 말이 나타내듯, 브랜드가 만드는 콘텐츠는 더 이상 판촉물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역할한다.

두 번째는 ‘작지만 확실한’ 소비자가 중요해졌다. 과거에는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는 것이 광고의 성과였지만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화되면서 지금은 메시지에 귀 기울일 만한 소비자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특히 연령이나 성별이 아니라 취향·관심사 등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나뉘면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해졌다. 그 덕분에 뉴스레터와 팟캐스트가 새로운 광고매체로 부상한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재테크에 관심 많은 2030이 구독하는 금융 뉴스레터에는 젊은 직장인이 관심이 높을 만한 여름휴가 항공권 할인 광고가 붙고, 반려인을 위한 뉴스레터에는 반려동물 용품 광고가 붙는다. 일부러 뉴스레터를 구독해서 읽는 사람이라면 관심 분야와 관련된 광고도 하나의 정보로 인식해 수용할 확률이 높다.

인플루언서 및 크리에이터 광고에서도 작지만 확실한 구독자가 중요하다. 최근 구독자가 100만 단위를 넘는 메가 인플루언서보다 1만 명 단위 혹은 그보다 적은 구독층을 보유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나노 인플루언서가 중요해졌다. 구독자 수가 적더라도 진정성을 가진 크리에이터라면 전달하는 메시지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화장품업계에서는 나노 인플루언서에게 제품을 제공하고 ‘찐리뷰’를 요청하는 것이 필수적인 마케팅이 됐다.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광고 트렌드는 디지털 시대의 ‘역설’, 즉 오프라인과 아날로그 매체가 재부상한다는 점이다. 이미 소비생활의 절반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온라인 광고 시장도 포화 상태다.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오프라인 경험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졌다.

예를 들어 팝업스토어는 더 이상 물건을 판매하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브랜드를 홍보하는 매체로서 기능한다. 옥외광고(OOH·Out of Home)도 다시 주목받는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신세계 스퀘어’와 같은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는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몰입감을 제공한다.

종이전단지, ARS 전화와 같은 아날로그 매체도 ‘힙한’ 홍보수단으로 인기다. 뚜레쥬르는 종이전단을 붙여 할인 쿠폰을 뜯어가도록 했다. ‘뜯어먹는 32겹 브레드’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시를 낭송해주는 ARS 이벤트가 인기를 얻은 것에 힘입어 최근에는 가수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을 출시한 기념으로 ARS 이벤트가 운영돼 호응을 얻었다. 특정 번호로 전화를 걸면 마치 아이유와 직접 통화하듯 아이유 노래의 일부를 들을 수 있는 형태다. 광고에서도 ‘체험’이 중요해지고 있다.

광고는 고대 시대부터 있었다고 한다. ‘널리 알린다’는 뜻처럼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사람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시지는 매체의 영향을 받는다. 마셜 매클루언이 ‘미디어가 메시지다’라고 말했듯이 말이다. 광고는 또 한 번 격번을 앞두고 있다. AI가 미디어에 변혁을 일으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전통적인 광고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과 같이 향후에도 끊임없이 진화가 일어날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광고는 사실 중요한 정보 원천이다. 제품 및 서비스의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서 라이프스타일의 영감을 얻기도 하고 재미와 감동, 나아가 경험을 넓히기도 한다. 결국 광고 변화의 세 가지 트렌드는 모두 광고가 소비자 지향적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비자가 더욱 현명한 선별자가 될 때 광고 또한 가치 있는 콘텐츠로 거듭 진화할 것이다. 결국 광고의 미래는 브랜드와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 간다.


필자 권정윤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필자 권정윤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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