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찬 땅 속을 찾고 찾아…

입력 2024. 06. 19   17:03
업데이트 2024. 06. 1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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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공동 유해발굴 현장

한미, 14년째 호흡
문경시 마성면 일대서
기체 잔해 추정 물품
전사자 유품 등 발굴 성과

28일까지 발굴 계속
산악 레펠 등 고난도 작전
“매우 영광스러운 임무
예의 다해 반드시 찾을 것”

데릭 매콜리(캐나다 육군중장)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과 이근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이 18일 경북 문경시 마성면 일대 야산에서 발굴된 유해를 확인하고 있다.
데릭 매콜리(캐나다 육군중장)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과 이근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이 18일 경북 문경시 마성면 일대 야산에서 발굴된 유해를 확인하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이 한미 공동 유해발굴 현장을 공개했다. 발굴 작전 현장에서 만난 양국 장병들은 호국영웅을 반드시 가족의 품으로 모시겠다는 각오로 가득했다. 

18일 경북 문경시 마성면 일대 야산에서는 유해발굴이 한창이었다. 수직에 가까운 경사면에는 발굴지를 알리는 표시장치와 통제선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조금 더 위쪽에서는 미 장병들이 발굴을 진행 중이었다. 경사면 아래 임시로 마련된 천막에는 이번에 발굴한 전투기 잔해와 유품들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한미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14회에 걸쳐 공동 발굴을 펼쳤다. 지난달 22일 시작한 이번 공동 발굴은 두 나라 미확인 전사자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 추진됐다. 우리는 국유단과 육군50보병사단이, 미국은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이 중심이 됐다.

공동 발굴이 진행 중인 문경시 마성면 신현리 일대는 6·25전쟁 때 미 F-51D 전투기가 추락한 지역이기에 전투기의 기체 또는 부품의 고유번호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고유번호를 확인하면 인근에서 발굴한 미군 유해 1구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다는 것이 국유단의 설명이다.

이 지역은 국군6사단의 영강전투가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앞서 6차례에 걸친 발굴로 약 150구의 유해를 찾기도 했다. 미군 전투기 잔해뿐만 아니라 우리 군 전사자의 유해·유품도 찾을 것으로 한미 장병들은 기대하고 있다.

 

 

데릭 매콜리(캐나다 육군중장)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과 이근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이 18일 경북 문경시 마성면 일대 야산에서 발굴된 유해를 확인하고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공동 발굴의 성과도 있었다. 현장에서는 양국 장병이 발굴해낸 전투기 잔해 추정 물품들과 전사자의 탄피·유품들도 볼 수 있었다. 험준한 지형에서 일궈내고 있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동 발굴은 산악 레펠로 발굴지점에 접근해 토사를 채취한 뒤 발굴 현장 바깥으로 이송하고, 다시 체로 토사를 걸러 잔해·유해를 찾는 고난도 방식이다. 

“실종자를 찾아 가족에게 돌려보내기 위한 이 임무는 매우 영광스러운 것입니다. 한국 장병들과 함께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임무하겠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매슈 브라운 미 육군대위는 숭고한 작업에 대한 자부심과 열의를 드러냈다.

의미 있는 작전이기에 관심과 격려도 크다. 이날 현장에는 데릭 매콜리(캐나다 육군중장)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도 찾아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양국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매콜리 부사령관은 “험난한 지형과 무더운 날씨를 이겨내며 묵묵히 수행하는 여러분의 임무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며 “자부심을 갖고 남은 기간 임무해 달라”고 당부했다.

발굴은 오는 28일까지 계속된다. 국유단은 이곳에서 발굴한 물품·유품들을 중앙감식소로 옮겨 양국 간 공조 아래 정밀감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안순찬 국유단 조사팀장은 “70여 년 전 국군과 미군을 포함한 유엔군은 희생으로 대한민국을 지켜냈다”며 “공동 유해발굴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정성과 예의를 다해 반드시 실종·전사자를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서현우/사진=김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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