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A논단] 중국 해경법 주요 내용 및 안보적 함의

입력 2021. 05. 12   15:05
업데이트 2021. 05. 1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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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경법(海警法)의 주요 내용 및 안보적 함의
『국방논단』 1849호(한국국방연구원 발행)

장혜진 외
hyejin@kida.re.kr
한국국방연구원 군사발전연구센터

중국 정부는 중국 해경의 임무와 권한을 명시한 ‘중국해경법’을 2월 1일부로 시행하였다. 중국 해경법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중국이 주장하는 ‘관할해역’의 범위와 동 해역에서의 해경의 역할이다. 둘째, 주변국과의 도서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 해경의 역할이다. 셋째, 중국이 주장하는 ‘관할해역’에서 외국 어선, 관공선에 대한 중국 해경의 무기사용을 포함한 강제조치이다.

중국의 해경법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안보적 사안은, 도서 영유권을 비롯한 해양 분쟁 사안에 대해서 중국의 주권 실현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다. 둘째, 해경을 전략적 강압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는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역내 군비경쟁과 유관국 간 대중국 견제 노선의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안보와도 무관하지 않다. 한중 간에는 서해 상의 해양경계선이 획정되어 있지 않아 갈등의 소지가 있으며, 역내 해상 갈등의 영향으로부터도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고는 중국의 해경법 제정 배경과 동 법의 주요 내용, 역내 해역에 대한 안보적 함의를 검토하여, 한국의 서해 해상안보 수호를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중국해경선의 모습. 사진 = CNN Philippines 영상 캡처
중국해경선의 모습. 사진 = CNN Philippines 영상 캡처

중국 정부는 1월 22일 중국 해경의 임무와 권한을 명시한 ‘중국해경법’을 제정하고, 2월 1일부로 시행하였다. 중국 해경법은 동 법의 적용범위(관할해역), 관할해역 내 해경의 타국 선박에 대한 강제조치 및 무기 사용 권한 등 논쟁적인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실제로 적용될 경우 역내 해상안보에 대한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본고는 해경법의 제정 배경과 주요 내용, 해경법이 역내 해상안보에 갖는 함의를 검토하고, 한국의 서해 해상안보 수호를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해경법(海警法) 제정 배경 및 목적


이번 해경법 제정의 배경으로서 중국의 제도적, 국가 전략적, 안보적 소요를 지적할 수 있다.

첫 번째 해상안보와 관련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지적할 수 있다.


해경법 초안에 대한 설명자료는 이번 해경법의 제정은 해경의 임무 수행을 위한 체계적인 법 정비가 미비했으며, 이는 해상권익 유지를 위한 법 집행에 있어서 ‘의법치국(依法治國)’ 또는 ‘의법행정(依法行政)’에 부합하지 않았던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의법치국, 즉 법치주의는 2014년 시진핑 정권 출범 직후부터 강조되었으며, 2017년에 새로운 통치이념으로서 ‘새로운 시대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천명할 당시, 이를 위한 4개 전략 중의 하나로 거론된 바 있다.


즉, 이번 해경법의 제정은 2018년 기존의 ‘중국해경국’이 무장경찰부 예하로 편입될 당시 실시하지 않았던 법 정비의 일환이자, 시진핑 정권이 강조한 의법치국의 연장선 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글로벌 강국 실현을 위한 국가전략상의 필요성을 지적할 수 있다.


상기의 해경법 초안 설명자료에 따르면 해양강국 건설은 ‘새로운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으로서, 이번 해경법은 해양강국 건설과 해양권익 보호를 위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것임을 언급하고 있다.


중국은 2003년 발표한 ‘전국 해양경제발전 규획요강’이라는 공식문건에서 최초로 ‘해양강국’을 천명했으며, 2008년 ‘국가 해양사업 발전규획요강’에서 해양강국 건설을 위해 해양권익과 국가안보 보호를 강조한 바 있다. 관련 내용은 2012년 제18차 당대회 및 2013년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의 집단학습에서도 강조된 바 있으며, 2013년에는 기존의 해상 법 집행 기관 4개가 ‘중국해경국’으로 통·폐합되었다.


상기의 자료에서는 2018년 중국해경국을 다시 무장경찰부 예하로 재편한 것도 해양강국 건설을 가속화하기 위한 제도 정비의 일환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세 번째로는 심화되는 미중 경쟁 속에서 중국의 국가안보전략 상의 필요가 증대한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중국은 동·남중국해 역내 국가들과 도서 영유권 및 해양경계선, 자원 분쟁 등 갈등을 겪고 있다. 또한, 해당 지역에서는 중국과 미국의 주요 전략경쟁 이슈가 충돌하고 있다. 미·중 간 해양분쟁과 전략경쟁은 중국의 ‘해양강국’ 건설 전략과 미국의 ‘현상 유지’ 전략이 맞물리면서 더욱 첨예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집권 이후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중국의 관할해역에서 미국의 정찰활동을 비롯한 군사활동이 대폭 증가하고 그 활동 양상도 중국에 더욱 위협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도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국가안보전략에 있어서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향후 해당 지역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한층 심화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해경법(海警法)의 주요 내용 분석

해경법은 총 11장 84조로 구성되어 있다. 이하에서는 이 중 해상안보상에 함의를 갖는 해경법의 적용범위, 도서 영유권 분쟁에서의 해경의 역할, 무기사용을 포함한 권한 등에 대해서 검토하고자 한다.

중국의 ‘관할해역’에 대한 국제적 합의 부재

해경법 제3조는 해경법의 적용 범위를 ‘중국의 관할해역 및 그 상공’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 조항은 향후 중국과 유관국과의 갈등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통상 중국은 관할해역을 내해, 영해, 접속수역, 배타적경제수역, 대륙붕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주장하는 일부 관할해역은 국제법이 인정하고 있지 않은 ‘역사적 권리’에 근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국과 완전하게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 있다. 특히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남해 구단선 문제도 국제법적 측면에서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해당 수역에서 해경법 등 중국 국내법에 근거한 법집행 강화나 이를 위한 무기사용 예고는 향후 중국과 주변국 또는 관련국 간 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도서 영유권 분쟁에서의 해경의 역할 명시

해경법 제20조는 유엔해양법협력을 참조해 ‘중국의 비준을 받지 않고 외국 조직이나 개인이 중국의 관할 해역 및 도서에서 건축물·구축물을 짓거나, 각종 고정 또는 부유 장치를 설치할 경우’ 강제제거가 가능함을 명시하고 있다.

해경이 도서 영유권 분쟁에 있어서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중국은 어정(漁政)을 비롯한 해상 법집행기관을 활용하여 남중국해에서 분쟁 지역을 점유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사실상의 해상민병인 어정 소속 어선들이 조업을 이유로 출항하고 이에 분쟁 대상국들과 마찰을 빚게 되면, 어선·어민 보호를 명분으로 관공선, 군함을 파견하여 최종적으로 암초 등을 점유하는 것이다.

2012년 남중국해의 스카버러 암초 주변 해상에서의 중국 어선과 필리핀 해양경비대의 충돌이 양국의 군사적 대치로 이어지고, 필리핀의 철수 이후 중국이 동 암초를 점령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해경, 어정을 비롯한 4개의 해상법집행기관은 2013년 ‘중국해경국’으로 통·폐합되었고, 중국해경국은 도서 영유권 분쟁을 비롯한 비군사적 분쟁의 첨병 역할을 해 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 해경이 타국이 실효지배 중인 도서에 설치된 시설물 등을 직접 제거하는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그러한 가능성이 역내 국가들의 위협인식을 자극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외국 선박에 대한 강제조치·무기사용 권한 부여

해경법 제22조는 ‘해상에서 국가 주권, 주권권리, 관할권이 외국의 조직이나 개인에 의해 불법으로 침해, 또는 침해될 긴박할 위험이 있는 경우 무기사용을 포함한 일체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명시했으며, 사용 권한은 사태의 정도에 따라 ① 현장의 장비 및 도구(46조), ② 휴대 무기(47조), ③ 함선 탑재 및 항공기 탑재 무기(48조)로 구분하고 있다. 47조의 개인 휴대 무기 사용 조건은 ① 경고 무시, 불법무기·탄약·국가기밀자료·마약 소지, 정선 명령 불이행, ② 불법 ‘생산작업활동’(조업활동 등) 중인 외국 선박의 정선 명령.승선 및 검사 거부 등의 경우이다.

해경법 16조~18조는 중국 관할해역 내에서의 외국 선박의 항행·정박·작업에 대한 감독과 필요에 따라 강제조치가 가능함을 명시하고 있고, 21조는 중국의 관할해역 내에서 외국 군함이나 관공선에 대해 강제 퇴거 조치를 내릴 수 있게 되어 있다.

결국 이러한 해경법 조항들은 영유권 분쟁 해역을 포함한 중국의 ‘관할해역’ 내 어선, 관공선 등 외국 선박에 대한 중국 해경의 무기 사용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으로 중국과 유관국과의 갈등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타국의 해양경비조직도 선박 등과 범인의 도주 방지, 공무집행 방해 저지를 위한 무기사용을 허용하고 있지만 중국의 관할해역에 대한 중국과 유관국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 어선 등에 대한 중국 해경의 무기 사용 허용은 향후 유관국과의 갈등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역내 해상안보에의 함의


지난 4월 남중국해에서 말레이시아 왕립 공군(RMAF)과 미 항공모함비행단의 항공기가 미 해군의 USS Bunker Hill(CG 52) 위를 비행하고 있다. 사진 = 미 해군 홈페이지
지난 4월 남중국해에서 말레이시아 왕립 공군(RMAF)과 미 항공모함비행단의 항공기가 미 해군의 USS Bunker Hill(CG 52) 위를 비행하고 있다. 사진 = 미 해군 홈페이지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해상안보에 미칠 영향을 전망해 볼 수 있다. 물론, 이번에 제정·시행된 중국 해경법이 어느 수준으로까지 적용될지, 그 파급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5일 남중국해 파라셀 제도(중국명 ‘서사군도’) 인근에서 실시된 자유의 항행 작전과 관련하여 아세안 주재 중국 대사는 중국군이 미 구축함을 ‘추방’했다고 표현했지만, 갈등의 수위는 동 법의 시행 이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해양강국 전략과 미중 간의 전략경쟁이라는 배경을 고려할 때, 중국의 해경을 동원한 해상에서의 영향력 확대 노력과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 중국과 주변국 간 해상 갈등으로 역내 해상 군비경쟁 및 해상 안보환경의 악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하에서는 중국 해경이 도서 영유권 분쟁을 비롯한 해상안보 이슈에서 전략적으로 활용될 가능성, 전략적 강압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검토하고, 이러한 배경 속에서 주요 관련국(미국, 일본)의 대응 방향을 검토함으로써 역내 해상안보에 대한 함의를 도출하고자 한다.

먼저, 타국의 실효지배를 약화시켜 동 도서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경이 활용될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중국 해경이 분쟁 도서 주변의 해역에서 조업하는 민간 어선에 대해 무기를 사용한다고 위협한다면, 이에 대응하여 상대국의 해상경비조직 역시 무기를 사용할 것을 경고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호 대치 상황이 반복된다면 동 해역 또는 해당 도서의 분쟁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이 분쟁 도서의 실효지배에 대한 현상변경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해경의 무기 사용 권한은 효과적인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

도서 영유권 갈등 및 해상에서의 전략경쟁과 관련하여 해경의 활동이 중국 국내법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있음을 강조함으로써 동 지역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기정사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해경법의 시행 이전인 2020년 5월 중국의 해경선이 동중국해 센카쿠(중국명, ‘조어도’) 주변에서 조업하던 민간 어선에 접근하여 동 선박이 이를 피하면 곧 뒤따라 붙는 행동을 반복했는데,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 어선이 중국의 영해에서 위법 조업을 했기 때문에 해역으로부터 퇴각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즉, 일본의 민간 어선이 중국의 요구에 따라 퇴각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유사한 사태가 지난 2월 남중국해에서도 발생했다. 중국 정부는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실시한 미 이지스 구축함을 중국군이 ‘추방’했다고 주장했지만, 미 이지스 구축함은 항행의 자유 작전을 끝내고 회항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사례에 비추어 보면 중국은 해경법을 이용하여 동 해역이나 도서에 중국의 국내법이 적용되고 있음을, 즉 주권이 실현되고 있음을 주장함으로써 동 지역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전략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다음으로 해경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거나, 또는 다른 영역에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역내 국가가 미국의 대중 전략에 협조하는 것을 방지 또는 제재하기 위해 해경을 통해 위기를 조성할 가능성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역내 국가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일본은 역내 해상안보 확보를 중요시하지만, 동중국해 센카쿠를 둘러싼 분쟁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하여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서 중국을 지나치게 압박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지난 3월 중국에 공동 대응하는 안보협의체 쿼드(Quad: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참가국에 대한 경제제재를 경고한 바 있는데, 경제제재에 더해 해경을 통해 군사적으로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같이 해경.해경법이 정치적.전략적 관계 속에서 활용되는 것은 한국으로서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과거 사드(THAAD) 시스템 배치 사태와 같이 미중 갈등 속에서 한중 간 전략적 신뢰가 크게 손상될 경우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해경의 ‘합법적 임무 수행’을 명분으로 서해 상에서 위기를 조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서해 해양경계 획정 협상에서 한국의 양보를 강압하기 위해 한국 선박의 조업활동을 위법으로 간주하여 단속을 시도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상기의 가능성을 고려하면 중국 해경의 체제 정비 및 장비 보강에 더해 해경법에서 해경의 무기 사용 권한을 명시한 것은 관련국의 안보 부담 가중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안보 부담, 또는 위기의식은 독자적인 대응 능력 강화에 더해 공동의 위기의식을 공유한 국가들 간의 협력을 추진하는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중국 해경법은 역내 군비 경쟁과 대중견제 전선의 강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일본 방위성과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 해경이 보유한 선박은 배수량 1000톤급 이상의 공선만 130척으로 세계 최대 규모이며, 이 중에서 세계 최대급인 1만 톤급의 순시선도 2척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소형 선박을 포함할 경우 보유 선박은 약 2700척에 달한다.


특히 미 국방부는 중국 해경이 새로 도입한 선박의 대부분이 헬리콥터 이착륙 시설, 고용량 물대포, 30~76㎜포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바 있다. 이는 해상경비를 담당하는 역내 국가의 장비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이미 관련국의 해상안보 부담을 가중시켰다. 해상전력 상에서의 중국의 우세는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다만 관련국의 입장에서는 장비 면에서 열세인 상황에 더해 중국 해경의 무기사용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므로 심리적인 압박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역내 관련국이 중국 해경을 사실상의 ‘준군사’ 조직으로 평가하고, 해경과 해군의 조직적.기능적 연계 강화를 우려하면서 이에 맞대응하게 되면 역내 해상 군비경쟁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 내 안보전문가들은 해경이 2018년 무경 예하로 재편되고, 2021년에 해경의 법적지위, 권한 등을 포함한 해경법이 제정됨으로써 조직체계와 법적인 면에서 무장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2019년 미국 해군 총장도 중국의 해경을 사실상의 ‘해군’으로 간주하여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바가 있다. 또한, 이번 해경법이 시행된 이후 미국의 안보전문가들은 일본에 대해 동중국해 센카쿠 주변에서의 활동에 있어서 ‘해경이라는 이름의 유사군대’가 관여하고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평가는 강 대 강 대응, 또는 군비경쟁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일본 정부는 중국 무장집단이 센카쿠 상륙을 목적으로 영해를 침범하거나, 센카쿠에 상륙하는 경우 ‘흉악 범죄’로서 ‘위해사격’을 가할 수 있다고 발표했으며, 이에 더해 자민당 내에서는 중국해경에 대응하기 위해 해상보안청과 해상자위대의 대응 수준을 강화하는 한편, 기능적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법제 정비를 검토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현행법 하에서도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센카쿠 열도 주변에서의 해경의 활동이 ‘법 집행’ 또는 ‘단속’과 같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경우 법 정비 및 능력 강화를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현재로서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중국 측의 무력사용 및 위협 자제를 촉구하고 역내 동맹국·우호국들과의 협력 하에 반대 입장 표명 또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지속하는 수준에서 맞대응하고 있다. 해경법이 실제로 역내 안보환경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미군의 활동을 제약할 경우 대응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또한 미·일 양국은 동아시아 해상안보에서 양국의 상호 관여를 더욱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4월 16일(미 현지시간)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센카쿠 열도 시정권 훼손’ 및 ‘동중국해에서의 일방적인 현상변경’, ‘남중국해에서의 불법적인 해상활동’에 반대함을 명시한 데 이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과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명기한 것이다. 미일 공동 성명에서 ‘대만’이 언급된 것은 52년만의 일로, 이는 최근 중국의 ‘동중국해에서의 현상 변경’ 및 ‘남중국해에서의 불법 해상 활동’에 대한 위기 의식의 고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공동성명에서는 지난 미일 외교·국방장관회의 등과 달리 해경법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해경법에 대한 미·일 양국의 우려를 고려하면 해경법의 시행이 미일의 대중 견제 노선을 더욱 강화·고착화시키는 계기가 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결론: 정책 방향 제언

향후 중국이 해경법에 따라 실제 무기사용 조치를 강행한다면 서해 해상에서 한중 간 갈등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한중 간에 서해 상 해양 경계선이 획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해경법을 자국이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에 적용하고 있고 양국의 수요에 비해 서해 어장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과 관련된다. 이러한 조건에서 중국 해경의 무기사용 조치는 양국의 민족주의 감정의 연쇄적 폭발로 이어지면서 한중 전략관계가 영향을 받는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로서는 서해상에서의 위기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고, 위기 발생 시에 한국의 해상권익과 안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대비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중 위기관리를 위한 제도 정비, 평시 신뢰 구축 방향, 다자틀을 활용한 국제 협력 증진,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는 국가와의 협력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한중 간의 주요 해양 안보 문제, 중국의 해경법 관련 가능한 우발적인 사태를 예방하고, 사태 발생 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한·중 양국은 대화와 협상, 평화적 방식을 통한 문제 해결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중국과 베트남은 영토분쟁이 없는 해상에서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협정을 체결해 두고 있다. 이에 더해 한중어업협정 개정 등을 통해 배타적 경제수역 등에서의 조업활동 문제의 평화적 처리 원칙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한중 해경 간에 양 국민이 연루된 각종 해상 이슈에서 무력 사용 배제 원칙, 불가피한 무력사용 범위와 내용을 상세히 명시한 유관 협정이나 협약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 있다. 이밖에 양국 해상안보 및 법집행 관련 조직과 인력의 상호 방문과 교류를 활성화함으로써 양국 간의 상호 이해와 상호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둘째, 이러한 정부 간 노력에 더해 민간 또는 1.5트랙을 활용해 양국 간 또는 다자간 해상안보 제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서해안, 중국의 동해 연안, 일본의 큐슈 지역의 평화와 번영, 공생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출범한 ‘환황해포럼’, 동북아 물류 허브 건설을 주제로 서해연안 5개 시·도의 연구원이 공동으로 구축한 ‘서해포럼’ 등 지방정부 차원의 협력채널을 통해 신뢰를 강화해 가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 연계의 연구기관 간의 채널을 통해 양측의 우려 사안을 공유하고, 위기 상황을 관리하는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셋째, 글로벌 또는 역내 해상안보 이슈에서 중국이 더욱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중국은 그동안 중국의 해양 활동이 해적소탕, 초국적 범죄 처리, 해상구조 등 해상안전을 위한 공공재의 제공임을 강조해 왔다. 한국은 중국의 이러한 입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중국이 국제해양 거버넌스에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식과 채널을 통해 중국의 긍정적 역할을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해경법 시행으로 인한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국이 국제규범과 국제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촉구하고, 위기 발생 시에 신속히 주변국들과 신속히 협의하고 대응할 수 있는 협의 채널을 활성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의 신남방 정책과 연계하는 차원에서 한국과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교류 협력을 확대, 강화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 본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한국국방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김한나 기자 < 1004103khn.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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