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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 사이시옷과 어른

기사입력 2021. 05. 11   15:39 입력 2021. 05. 11   15: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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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규 식 대위(진)
공군사관학교 공보정훈실
코로나19 확산으로 20대의 끝자락을 이렇다 할 추억 없이 보내고 서른을 맞았다. 같은 사무실 동료에게 계란 한 판을 선물 받고 나서도 삼십대가 됐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평범한 서른이었다.

어느 날 실장님이 책을 한 권 보여주셨다. 전역한 병과 후배가 집필했다는 책, 제목은 『서른이니까, 디저트가 나오려면 기다려야 해』였다. ‘서른이니까’라는 한마디가 잠들려는 서른의 봄을 흔들어 깨우는 것 같았다.

책을 통해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동갑내기들의 평가손익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안정된 직장을 가진 사람, 시험 혹은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 잠시 쉬어가는 사람 등등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있었으나 이들을 관통하는 서른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부담’이었다. 모든 것이 용서되던 20대를 지나 사회가 우리에게 중간 보고서, 향후 계획서를 동시에 요구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어느덧 내가 답할 차례가 됐다.

내 답은 ‘중개인’으로서의 서른이다. 군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은 대략 20대부터 50대까지다. 이 40년의 간극 속에 30대는 아이와 성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청소년기 정도로 비유할 수 있다. 청소년은 이런 특성 탓에 ‘주변인’으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군에 적응해 가는 이 시기에 단순히 주변인으로 남아 있어야 할까? 소속 집단이 모호하다는 특성은 오히려 우리가 어느 집단과도 함께할 수 있는 적극적 ‘중개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군에서 발생하는 갈등 중 상당수는 세대 간의 불통에서 시작된다. 한쪽에서는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쪽에서는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납득하지 못한다. 30대는 어느 한쪽에 속하지 않으나 심리적으로는 양쪽 모두와 가깝다. 이런 장점으로 양측의 의견을 이해하고 최대한 객관화해서 서로에게 전달할 수 있다. 시간을 도약해야 하는 어려운 의사소통 임무다.

언뜻 ‘ㅅ(시옷)’과 ‘어른’이 결합한 것 같은 ‘서른’이라는 순우리말은 중개인으로서의 30대의 역할을 잘 설명해주는 말인 듯하다. 시옷은 두 단어 혹은 형태소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하나의 단어로 만들어주는 사이시옷의 역할도 수행한다. 서른은 어린 어른과 진짜 어른을 연결하는 사이시옷과 같은 어른이다. 그렇게 서른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한 명의 어른으로 나아간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에 입대한 20대 장병, 그리고 패기 있지만 좌절도 동시에 겪는 초급 간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노련하고 효율적인 일 처리를 하는 중견 간부. 모두가 우리 군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다. 이들이 모여 함께 나아갈 때 우리 군은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다. 그 큰 힘으로의 출발점에 서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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