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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진 조명탄] 수도의 관문

기사입력 2021. 05. 11   16:34 입력 2021. 05. 11   16: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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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진 황두진건축사사무소 대표


서울 시민 중에 토박이는 정말 적다. 2004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제시한 서울 토박이의 기준은 ‘조부모 때부터 서울에서 살아온 사람’이었는데 5% 남짓이었다고 한다. 그나마 이전의 기준에서 완화된 결과가 이렇다.

서울 시민 대다수는 서울 이외의 지역과 어떻게든 연결돼 있다는 이야기다. 명절은 물론이고 평소에도 오갈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럴 때 꼭 거치게 되는 장소들이 있다. ‘수도의 관문’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는 곳들이다.

우선 공항이 있다. 인천공항에도 국내선이 있기는 하지만 그 비중이 낮으므로 우선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유서 깊은 김포공항이다. 1939년 일본군 비행훈련장으로 시작돼 해방 후 미군이 사용했다. 6·25전쟁 당시에는 두 번이나 북한군이 점령하기도 했다. 이후 여의도공항의 국제선 기능이 옮겨오면서(여의도에 공항이 있었다!) 국제공항이 됐다.

인천공항의 시설 수준은 새삼 논할 필요가 없고, 김포공항 역시 여러 번에 걸쳐 대대적인 확장과 시설 개선을 통해 국가 및 수도의 관문으로서 그다지 손색없는 면모를 갖게 됐다.

그다음은 철도역이다. 서울역이나 용산역, 청량리역 모두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장소로서 기본적인 면모를 잘 갖추고 있다. 공항에 비하면 시설 수준이 낮고 혼잡하지만 오히려 도심에 가까워서 훨씬 편리하다. 철도역은 한때 근대의 상징이었을 정도로 역사가 길고 그 사연도 많기 때문에 소위 콘텐츠 면에서 결코 공항에 뒤지지 않는다. 무려 대한제국 시대인 1899년 9월 18일에 경인선이 개통되면서 시작돼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공항에 비하면 승하차 과정이 간편하고 승차감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것도 장점이다.

그다음은 고속도로나 국도다. 우선 자가용족 입장에서는 특별한 관문이 있지 않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정도가 관문으로 인식될 것이다. 엄청난 정체로 골치 아픈 것을 빼면 이 역시 공간 이동의 경험으로서는 나쁘지 않다. 자가용은 개인의 공간을 먼 곳까지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다음은 버스다. 고속버스 혹은 시외버스가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대목이 되면 좀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우선 서울의 대표적인 고속버스 터미널인 서울고속버스 터미널과 바로 이웃하는 센트럴시티 터미널이 있다. 각각 경부·영동선과 호남선을 담당하며, 시설의 품위 면에서 큰 문제는 없다. 1981년에 지어진 서울고속버스 터미널은 2000년에 개장한 센트럴시티 터미널에 여러모로 밀리다가, 최근에 대대적인 개장 공사를 통해 분위기를 일신했다. 흔히 이 두 터미널을 묶어서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이라고 하거나 혹은 그냥 줄여서 ‘고터’라고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상봉터미널(1985), 동서울터미널(1990), 남부터미널(1990) 등 소위 시외버스 터미널들이 수도의 관문으로 너무나 수준 이하이기 때문이다. 이곳을 통해 대한민국 각 지역을 오가는 사람들은 여행의 시작이나 마지막에 절대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시설은 낙후됐고 건물의 관리 상태도 나쁘다.

그나마 동서울터미널은 재건축이 추진돼 이미 점포 이전을 시작했지만, 남부터미널은 아직 요원하고 상봉터미널은 갈수록 쇠락하는 상황이다. 지방에 연고가 있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당연히 불쾌한 경험이다.

서울이 지방을 바라보는 시선이 투영돼 있다고 하면 과장일까? 휴가 나온 국군 장병들의 모습도 유난히 많이 보이기 때문에 그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수도의 관문은 곧 지방의 관문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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