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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종교와삶]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

기사입력 2021. 04. 27   15:50 입력 2021. 04. 27   15: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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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공군1전투비행단·목사·대위

‘군종목사가 안 됐더라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 상상을 저에게 던져보았습니다. 이 질문에 저는 ‘건축 분야’를 떠올렸습니다.

전부터 국내외 여행을 다니며 건축 공간이 주는 매력에 빠질 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몇 해 전, 저는 공군2여단 군종실에서 근무했습니다. 한창 교회를 건축하는 시기였기에 가까이에서 건축 현장을 엿보고 탐구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 봐도 제 인생에서 감사하고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건축에 착수하면서 주제를 ‘공간을 채우는 빛’으로 정했습니다. 1층과 2층 예배실 전면에 창을 내고, 창호에 스테인드글라스를 반영했습니다.

장신대 영성생활관 덕수 채플(서울), 하양 무학로 교회(경북 경산), 모새골 채플(경기도 양평), 방주 교회(제주도 서귀포), 도심리 교회(강원도 홍천). 제가 대표적으로 영감을 받은 곳을 국내에서 꼽자면 이렇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빛의 격려’를 느꼈고, 신축 교회 또한 그러하기를 바랐습니다.

교회에 방문한 누구라도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힘을 얻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싶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유리로 만든 공예품이면서 동시에 깨어진 유리 조각들의 모음입니다.

한 조각 한 조각을 떼어서 보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습니다. 저마다 다른 색깔과 다른 모양이 따로 노는 듯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깨진 조각이 함께 모여 연결되면, 하나의 신비로운 예술 작품이 됩니다.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우리네 삶의 이치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인생에서 맛본 상처의 조각들은 나 자신과 이웃을 아프게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때 묻은 유리 조각들이 연결되고 연합될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위로와 격려로 승화되는 것을 봅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따스한 빛의 통로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나 자신의 아픔과 다른 이의 아픔이 잇대어지고 나누어질 때에 비로소 서로의 아픔이 위로받을 만한 공간이 허락된다.’

저는 장병들과 만나는 상담 시간에 이러한 통찰력을 배우곤 합니다. 각자의 연약함은 꺼내놓기 어려운 것이지만, 통증을 무릅쓰고 나눌 때에야 공감과 위로로 승화됩니다. 저마다 다른 고통의 조각이 만나 충돌하기도 하지만, 이윽고 연결되어 손 맞잡고 빛을 투과시킬 수 있는 예술품으로 완성됩니다. 조각난 유리처럼 보일지 몰라도, 통증을 견뎌내며 함께하기에 ‘스테인드글라스’가 됩니다. 맞닿은 통증을 견뎌낸 스테인드글라스는 그곳에 앉은 사람을 겸허하게 만들어 주고, 자신의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여러분, 우리의 조각나고 상처 난 가슴이 누군가를 위로하고, 살릴 수 있는 보석임을 잊지 마십시오. 깨지고 모나서 쓸모없는 것처럼 보여도,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때로 인해 누구도 깃들일 수 없을 것처럼 형편없어 보여도 말입니다.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우리는 스테인드글라스라는 작품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지난한 고통의 시간을 견뎌낸 여러분의 한 조각이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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