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도 무게가 있다면 묵직한 서해의 너울과 같은 파란색이 가장 무거운 색깔이 아닐까 싶습니다. 묵직하게 다가오는 너울처럼 ‘코로나 블루’의 우려가 전 세계를 덮치기 시작할 때, 저 또한 무거운 짐을 오랜 시간 짊어진 듯 어깨에 뻐근함을 느꼈습니다.
쉼 없이 달려온 2020년은 제게 유난히 무거운 한 해였습니다. 첫 부임지로 오게 된 해군2함대에서의 근무, 낯선 지역에서 시작한 첫 독립, 이 모든 것이 부담감으로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혼자서 견뎌내기 힘들 때면 가족들을 만나 무거운 짐을 잠시라도 덜어내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2함대는 다른 어느 곳보다도 엄중하고 철저하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모두가 사명감을 가지고 근무하는 모습을 보며 저 또한 불평하지 않고 부대의 노력에 동참했습니다. 가족을 만나는 것은 물론 가까운 마트에 가는 것조차도 신중하게 판단하고 가능한 한 자제했습니다. 낯선 지역에서 소소한 재미를 찾게 해줄 맛집 탐방도 다음으로 미루며 차곡차곡 리스트만 적어 놓습니다. ‘코로나 블루’의 무게는 생각보다도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본격적으로 어떠한 무게도 견뎌낼 큰 힘을 얻게 된 것은 가족의 비대면 위로가 아니라 함께 고생하는 부대원들의 모습을 마주하면서부터였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부대원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결코 저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가까운 곳에서 함께 같은 무게를 아니 어쩌면 더한 무게를 거뜬하게 견디고 있는 부대원들이 있기에 저 또한 용기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함대는 묵묵히 부대원들의 버팀목이 돼주었습니다.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수 있도록 체육 활동 시간을 보장해 준 것은 저에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평소 운동도 잘 하지 않던 저는 처음으로 탁구도 배우고 부대원들과 함께 트랙을 뛰기도 하며 몸도 마음도 강인해짐을 느꼈습니다. 흘리는 땀만큼 ‘코로나 블루’의 무게를 조금씩 덜어내는 것 같았습니다. 해군의 강인한 정신력은 힘들수록 협력하고 서로 의지하며 생겨나는 것임을 저 또한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덧 2020년도 한 달 남짓 남았습니다. 동쪽에서 떠오른 해는 서해바다 위로 저물어갑니다. 하늘도 고된 하루를 살아내고 무거운 태양을 서해의 품으로 내려놓듯 우리 부대원들도 ‘코로나 블루’의 무게를 내려놓고 한결 가볍고 강해진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해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힘든 상황임은 변함없지만, 가까운 곳에서 함께 견디고 있는 부대원들을 바라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말없이 오가는 미소와 격려 속에서 ‘코로나 블루’를 이겨낼 힘이 불끈 솟아오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