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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2019년 초부터 1년 가까이 나는 영천·영동 등 경북지역 유해발굴단 활동에 참여했다. 군 생활 5개월 차에 참여해 부대에서 복무한 시간보다 더 오래 유해발굴단으로 활동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나는 올해 6·25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유해발굴단 활동에서 찾은 군의 존재 의의와 군인정신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유해발굴단에는 호기심으로 지원했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입대 후 6·25전쟁사에 관심을 가졌고, 유해를 발굴할 기회가 주어지자마자 지원했다. 각 사단에서 소집된 유해발굴단 용사들과의 어색한 만남도 잠시, 뼈대학과 지질학, 발굴 실습 등의 기초교육을 마친 뒤 의욕 넘치게 조별로 지역을 선정해 투입되었다. 의욕 넘쳤던 시작과는 달리 종일 전투지역의 산을 오르고, 땅을 파면서 성과가 없었기에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꼭 유해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다짐하며 임무를 수행하던 작전 34일째, 첫 유해를 발굴했다. 기쁘기도 하면서 이제야 찾아드려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문경 보룡산 전투에 참전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배 전우님께 약식 제례를 올리며 ‘유가족이 보내는 편지’를 읽을 때 나는 군의 존재 이유와 군인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발견된 선배 전우님 역시 전투현장에서 육체적 피로를 겪었을 것이고, 앞에서 다가오는 적에 대한 두려움도, 집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도,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도 느끼셨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이겨내고 목숨을 바쳐 끝까지 임무를 수행하셨고 대한민국을 지켜내셨다. 내가 감히 공감할 수조차 없을 숭고함과 희생정신이 바로 군의 존재 이유이자 군인정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어려움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임무를 수행하며 결국에는 국가를 지켜내는 것. 이것이 군의 존재 이유이며 군인인 우리가 갖춰야 하는 정신이라는 것을 이후 완전유해 2구를 발굴하며 더욱 느꼈다.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이 선배 전우님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제 부대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개인의 임무도 중요하지만, 느낀 것을 전파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에 나는 주변 전우들에게 유해발굴 경험담을 전하고 있다. 경자년 새해, 새로운 다짐으로 국방일보를 보고 있을 다른 부대의 전우들도 군의 존재 이유를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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