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블레이즈델 공군중령 “고아 구출 작전은 용기 아닌 책임”
1957년 개봉된 영화 ‘전송가(戰頌歌·Battle Hymn)’는 미 공군 장교가 6·25전쟁 당시 1000여 명의 전쟁고아를 구한 실화를 다루고 있다.
러셀 블레이즈델 공군중령은 1950년 7월부터 1951년 5월까지 미국의 제5공군사령부 군목으로 6·25전쟁에 참전해 전쟁고아들을 돌봤다.
1950년 9월 당시 국군과 연합군이 다시 찾은 서울은 파괴됐고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 길바닥에 버려지고 있는 상태였다. 블레이즈델 목사 스스로 “내가 돕지 않았다면 그들 고아들은 죽었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지극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블레이즈델 목사는 그의 부관 멀 스트랭(Merle Y. Strang) 선임상사의 도움을 받아 매일 아침 서울 시내를 돌며 버려진 아이들을 찾아 그들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러셀 목사는 고아들이 늘어나자 한국인 의사 그리고 간호사들의 도움으로 아이들을 보살폈다. 하지만 3개월 후인 1950년 12월,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세가 역전되자 연합군은 서울에서 퇴각 준비를 서두르게 된다.
블레이즈델 목사는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안전한 곳으로 옮길 수 있을까 고민했고, 방법을 알아보던 중 공군사령부로부터 아침 8시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김포공항으로 오면 C-54 수송기로 대피시켜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그때 그가 돌보고 있던 아이들은 1069명이나 됐고, 비행기 출발 시각은 15시간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블레이즈델 목사는 트럭을 구하려 애썼으나 구하지 못한 채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러던 중 목사는 마을에서 해병대 트럭들을 발견한다. 이에 블레이즈델 목사는 공군중령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상부의 명령이라는 임의 지시로 허가되지 않은 수송작전을 개시한다. 이것이 바로 ‘유모차 공수작전(The Kiddy Car Airlift)’이다.
해병대는 블레이즈델 목사의 지시를 따랐다. 즉각 14대의 트럭으로 아이들을 김포공항으로 이동시키는 데 착수했다. 공항을 수차례 오가면서 마침내 작전이 성공해 1950년 12월 20일 1069명의 아이들은 무사히 제주도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 그는 미국 공군의 군법회의에 회부됐으며 1964년 전역한다.
이 이야기는 미국 공군 기관지 ‘에어맨(Airman)’이 2000년 6·25전쟁 50주년을 맞아 그해 12월 호 커버스토리로 보도하면서 비로소 알려지게 됐다.
이듬해인 2001년 한국 정부는 블레이즈델 목사를 초청해 감사의 뜻을 전했으며, 경희대학교는 그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또한 미 공군도 뒤늦게나마, 병사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4명의 군목을 기리는 최고 영예의 군목상 ‘4채플린 어워드(4Chaplains Awards)’를 그에게 수여했다.
블레이즈델 목사는 “고아 구출 작전은 용기가 아니라 책임이었다”고 말했다.
■ 군종장교 기원과 의미
타인의 권리를 지키고 보호하다 죽는 것이 인간이 맞이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하며 아름다운 죽음이다.
"Safeguarding the rights of others is the most noble and beautiful end of a human being." - 칼릴 지브란 ‘시인의 목소리’ 중에서
군종장교를 뜻하는 Caplain이라는 말의 기원은 투어의 성 마르탱 Saint Martin of Tours 316-400)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마르탱이라는 한 군인이 몹시 추운 겨울 밤에 길을 가던 중, 성문 밖에서 누더기만 걸친 채 벌벌 떨고 있는 거지를 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 신경을 쓰지 않고 거지를 지나쳐 갔지만, 마르탱은 동정심이 일어 칼을 꺼내 자신의 옷을 반으로 잘라 큰 것을 거지에게 주고 나머지는 자신이 걸친 뒤 계속 길을 갔다.
그날 밤 마르탱은 거지에게 준 반 쪽짜리 옷을 예수가 입고 있는 꿈을 꾸고 너무나 감격하였다. 이후 마르탱은 군인을 그만두고 성직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 일화에서 거룩한 옷을 말하는 라틴어 Cappa, Capella가 나왔다. 이 옷을 걸치는 이를 카펠라누스 Cappellanus 라 불렀으며 여기서 프랑스어의 ?쁠랭 Chapellain, 영어의 채플린 Chaplain이라는 말이 파생된 것이다.
■ 참고자료
국방부 2014년 간행 『전투군종사』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