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날을 지켜보며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우리 군이 외형적으로는 세계 속의 강군으로 발전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초급 및 중견 간부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작년 기준 간부 충원율은 69.4%, 이 중 부사관은 51.2%로 군 인력 기반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초급간부 처우 개선과 중견간부 직업 안정성을 약속했고, 국방부 장관 역시 간부 보수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사실이다. 이 약속이 실질적 제도로 이어져 군의 허리를 든든히 지켜주기를 기대한다.
간부는 군대의 뿌리이자 기둥이다. 훈련장과 작전 현장에서 병사를 이끌고, 위기 상황에서는 끝까지 책임을 진다. 병사는 18~21개월 복무 후 사회로 돌아가지만 간부는 수년에서 수십 년을 헌신한다. 지휘, 교육, 훈련, 작전 등 핵심 기능은 간부의 손에 달려 있다. 간부의 이탈은 단순한 인력 손실이 아니라 숙련된 전투 전문가의 감소를 의미하며, 이는 곧 현장 전투력 약화와 직결된다.
간부 보수를 경제논리로만 보면 단순한 인건비 지출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안보시스템 관점에서 보면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간부가 병사를 훈련하고 지휘하며 위기 시 책임을 감당하는 구조가 곧 국가 안보의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간부 처우를 소홀히 하면 당장은 재정이 절감되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력 약화, 억제력 상실, 동맹 신뢰 저하라는 훨씬 더 큰 대가를 치를 위험이 있다.
해외 사례도 시사점을 준다. 미국은 군인 보수를 정치 상황이나 여론에 따라 좌우하지 않고 계급·근속·물가를 반영한 자동조정 시스템으로 관리한다. 그 덕분에 간부들은 임무에 전념할 수 있고, 군 직업은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경력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 육상자위대도 병사와 간부의 보수를 명확히 차등해 사기와 전문성을 유지한다. 신뢰받는 군과 존경받는 직업군인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한국도 이제 단순한 ‘급여 인상’이 아니라 ‘시스템 구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간부 보수는 단순한 월급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영속성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사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며, 지속 가능한 안보 시스템의 기초다. 따라서 단기 인기몰이나 재정 여건이 아니라 국가 신뢰와 직결되는 장기 전략 속에서 다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역할과 책임에 맞는 차등 구조가 복원될 필요가 있다. 병사 처우 개선은 유지하되 간부 보수는 지휘와 책임의 무게가 반영되도록 설계돼야 한다.
둘째, 자동조정제도가 제도화돼야 한다. 계급·근속·물가 등을 기준으로 한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장치를 마련해 정치·재정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평균 임금 대비 일정 수준이 유지되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셋째, 우수 인력 확보와 주거·복지 정책에 과감한 투자가 요구된다. 인력 투자는 결코 헛되지 않으며, 어떤 무기체계보다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온다. 숙소 환경, 가족 지원, 경력 개발은 단순 복지가 아니라 간부 사기와 군 전력 유지의 핵심 조건이다.
병사의 월급 인상은 청년 세대에 대한 사회적 배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간부 보수는 국가 존립과 직결되는 요소다. 국가를 지킬 마지막 울타리는 무엇인가? 총과 탱크가 아니라 그 무기를 들고 끝까지 지휘하는 간부들이다. 간부가 버텨야 군이 버티고, 군이 버텨야 국가가 안전하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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