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쌍방입니다

입력 2025. 09. 16   15:55
업데이트 2025. 09. 16   15:57
0 댓글
문형주 대위 공군교육사령부 신부
문형주 대위 공군교육사령부 신부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복무하고 있는 모든 국군 장병을 응원합니다.

2023년도 재입대를 하고 두 번째 군 생활을 시작하면서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과 군 안에서 일어나는 일의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올바르지 않은 인권 신장의 방향성입니다.

‘인권’. 사람이라면 누구든 차별 없이 부여된 존엄하고 가치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기본 원리입니다. 하지만 근래 인권 신장운동을 보면 다른 인간이나 집단의 인권을 깎아내리면서 자신들의 인권을 높이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타인의 인권을 박탈하면서 자신의 인권을 주장하는 것을 올바른 인권 신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천주교에선 1982년부터 매년 대림 제2주일을 인권 주일로 지냅니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신앙적으로 묵상하고, 인권 침해 현실에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면서 구체적인 실천을 촉구하는 날입니다.

인권 주일 미사 중 강론 때마다 늘 인권은 쌍방임을 이야기합니다. 군에서 병사들의 인권을 존중한다면 병사들 역시 간부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합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한 병사가 느끼는 새로운 환경과 업무 부담감,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힘들수록 서로를 존중하고 각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그 시기를 잘 이겨 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인권을 보호하고자 남의 인권을 훼손한다면, 그것은 인권 신장이란 이름을 쓴 폭력일 뿐입니다. 나의 인권이 소중하듯이 타인의 인권도 소중하며 병사의 인권이 소중하듯이 간부의 인권, 군무원의 인권도 소중합니다.

잠시 지난 삶을 돌아봅시다. 나의 이익과 권리를 위해 남에게 피해를 준 적은 없는지, 남의 것을 뺏어 나의 욕구를 충족시킨 적은 없는지 말입니다. 자신이 받고 싶어 하는 것을 남에게 먼저 해 주고, 받기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먼저 하지 않는 게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인간은 생존 욕구가 있기에 안정감을 추구하고, 자신의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갖고자 합니다. 자신에게 없는 것,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바라보며 이를 채우려 하는 본성도 이 때문입니다. 이런 본성으로 인해 우리는 자신의 결핍을 바라보며 충족시키고자 합니다.

결핍만을 떠올린다면 계속 불안하고 무언가를 획득하고자 혈안이 돼 생존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 누리는 것을 돌아본다면 우리는 주변을 살필 수 있게 되고, 감사하며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과 삶의 태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군 장병 여러분! 우리 모두는 귀한 존재입니다. 자신의 인권이 귀하듯이 함께 땀 흘리며 살아가는 내 옆의 모든 사람의 인권 역시 귀합니다.

타인을 존중해야 나 역시 존중받을 수 있음을 기억하며 앞으로의 군 생활, 나아가 전역 이후의 삶에서도 귀한 존재로 존중받으며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