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빈 방문 중인 마크롱 대통령
미국의 나토 안보 공약 약화 지속에
‘유럽 핵우산’ 역할 확대 필요성 커져
차세대 장거리미사일 공동개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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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프랑스가 핵전력 사용 조율에 사상 처음으로 합의했다.
러시아의 위협이 계속되고 미국의 유럽 안보 공약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양국의 핵협력을 강화해 유럽 방위 수준을 높이는 길을 연 셈이다. 15년 전 체결한 양국의 방위협정도 업그레이드해 차세대 장거리미사일 공동개발 등에 나선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9일(현지시간) 양국의 핵전력 사용 조율에 합의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합의는 양국 각각의 (핵)억지력이 사상 처음으로 독립적이면서도 조율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어 “유럽에 대한 극단적 위협이 양국의 대응을 촉발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영국이나 프랑스의 핵심 이익을 위협하는 적대세력은 양국 핵전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엘리제궁 관계자도 이번 합의가 두 핵보유국 간의 연대라면서 “우리의 동맹과 적대세력 모두에 대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러시아가 유럽의 안보를 위협하는 시점에 이뤄진 영국과 프랑스 간 중대한 안보협력 강화 조치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차원의 집단방위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는 신호를 거듭 발신하면서 영국과 프랑스의 핵우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유럽 내에서 분출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영국은 나토의 핵기획그룹(NPG) 회원국으로서 나토 안보를 위해 보유 전력을 공유하는 상황이지만 나토 핵공유협정에서 빠져 있는 프랑스는 핵전력 사용과 관련해 독립적인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고 FT는 전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 기준이 되는 프랑스의 핵심 이익에 ‘유럽적 차원’이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으며 핵억지의 핵심인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나토 전직 당국자로 싱크탱크 유럽외교관계위원회 소속인 카미유 그랑은 FT에 “이번 합의는 양국의 핵정책에 있어 의미 있는 변화”라면서 “유럽 안보에 대한 영국·프랑스의 공약을 보여주는 매우 강력한 선언”이라고 평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랭커스터 하우스 2.0 선언’에도 서명할 예정이다. 2010년 양국이 합의한 랭커스터 하우스 방위 협정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해당 선언에는 우크라이나 전장에 동원된 영국의 스톰섀도 미사일과 프랑스의 스칼프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한 차세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한편 차세대 공대공미사일과 드론·미사일 격추용 극초단파 무기를 공동 개발하고 동시타격역량 향상을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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