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의 주인공 - 육군53보병사단 윤승준 소령
병영문화 바꾼 ‘함께 뛰는 리더십’
2022년 9월부터 운동공간 직접 만들며 장병 체력 향상 힘써
부족한 운동기구는 직접 구하고 매일 아침 함께 뛰고 땀흘려
“나도 해 보자” 변화의 바람…특급전사 ‘0’에서 20명으로
‘감시’ 아닌 ‘관심·배려’ 진심 통해…체력·전투력 시너지 효과
일과를 마친 장병들이 체력단련장에 모였다. 러닝머신 위에서 땀을 흘리는 병사들 사이로 한 장교가 함께 달리고 있었다. 구령도, 강요도 없었다. 그저 상급자가 먼저 뛰었을 뿐이다. 육군53보병사단 부산여단 해안감시기동대대 윤승준(소령) 지원과장 이야기다. 윤 소령은 ‘함께 뛰는 리더십’으로 병사들의 생활태도를 바꾸고, 실질적인 병영문화 개선을 이끌었다. 그 변화는 장병 체력 향상은 물론 자발적인 분위기와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것으로 확산됐다. ‘지시’보다 ‘참여’로 병영을 바꾸는 그의 실천을 들여다봤다.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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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자가 먼저 땀을 흘릴 때 부하들도 변합니다.”
지난달 24일 오전 53사단 본부대 헬스장. 겉모습은 낡았지만 내부는 운동기구로 가득 찬 이곳에서 장병들이 근력운동에 한창이었다. 그리고 바로 옆, 윤 소령은 장병들의 자세를 봐주며 함께 운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윤 소령은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사단 본부대장 임무를 수행하며 장병들의 체력 증진에 앞장섰다. 오랜만에 본부대를 방문한 그는 자신이 손수 가꾼 헬스장을 둘러보며 그때를 회상했다.
그는 “당시 본부대는 대부분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인원으로 구성돼 체력단련이 항상 뒷순위로 밀려 있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군인으로서 기본이 되는 체력이 점점 떨어지고, 전투준비태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사용 공간을 활용해 헬스장을 신설하고, 직접 리모델링에 나섰다. 부족한 운동기구는 중고 거래 사이트를 이용해 보강했고, 천장형 선풍기를 설치해 여름철 이용 환경도 개선했다. 노후화된 러닝머신도 교체했다.
처음에는 1~2명의 병사만 운동에 참여했지만, 과거 비만 체형이었던 윤 소령이 변화된 모습을 공유하며 기구 사용법을 알려주자 점차 자발적인 참여가 늘어났다. 비만과 체력 저하로 고민하던 병사들도 점차 건강을 되찾았다. 그 결과는 수치로도 입증됐다. 윤 소령 부임 전까지 특급전사가 한 명도 없던 본부대는 2023년 1월 체력검정에서 22명 중 20명이 특급전사 타이틀을 획득했다. 무려 90%의 달성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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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소령은 “전역 후 병사들이 운동과 관련한 직업을 찾아 취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군 생활 덕분에 새로운 꿈을 찾은 부대원들이 자랑스럽다”며 뿌듯해했다.
윤 소령은 단순히 ‘운동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병사들과 같은 시간에 함께 운동했고, 이 같은 실천을 1년간 꾸준히 이어가며 10㎏ 감량에도 성공했다. 그의 실천은 병사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로 다가왔다. “지휘관도 이렇게 하는데, 나도 해 보자”는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병사들의 체력 수준은 물론 건강검진 수치, 정신적 안정감 등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확인됐다. 체력과 전투력, 건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윤 소령은 병사들의 일과 후 생활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월 1회 병사 간담회를 열어 불편 사항을 수렴했다. 특히 전역을 앞둔 병사에게는 사비로 감사패를 전달하며 ‘군 생활의 긍지’를 심어주기도 했다.
이 밖에 SNS를 통한 고충 접수, 야간 음악 방송, 맞춤형 복지 소통은 병사들이 지휘관의 ‘관심’을 ‘감시’가 아닌 ‘배려’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병사들 사이에서 “이런 지휘관 아래라면 군 생활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신뢰가 형성됐다.
윤 소령의 실천은 부대 안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장병들과 함께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홀몸어르신 가정 방문 봉사, 인근 지역 환경정비 등 지역사회와 연대에도 앞장섰다. 이러한 나눔 활동은 병사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줬고, 주민과 신뢰도를 높이는 디딤돌이 됐다.
윤 소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진정한 참군인이 되고 싶다. 지금도 그 꿈을 위해 쉼 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후배 장교들에게도 존경과 신뢰를 받는 멋진 선배가 돼 국가 발전과 국방력 강화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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