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낼 수 있는 곳’을 넘어 ‘살고 싶은 공간’으로

입력 2025. 06. 11   15:21
업데이트 2025. 06. 1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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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호 중령 육군수도군단 주거지원과장
노영호 중령 육군수도군단 주거지원과장



군인의 주거정책은 거주 문제를 넘어 임무 수행의 완전성, 가족 삶의 질, 장기복무 의사까지 좌우하는 국가안보의 중요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군 주거정책은 여전히 공급의 틀에 머물러 있다. 

최근 직업군인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주거실태 조사에 따르면 군인의 주거 만족도는 근무지 접근성, 자녀 교육환경, 주거비 부담, 지역사회 연계성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유형화된다. 도심지에 사는 군인의 만족도는 높지만, 격오지·도농 복합지역 거주자는 생활 인프라와 자녀 교육환경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복무의지를 약화하는 요인이 된다.

문제는 군인의 경우 민간인처럼 자유롭게 거주지를 선택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예측 불가능한 전출입, 관사 부족 문제(도심지), 민간 주거시설의 부족(격오지), 민간주택 청약 제한으로 인해 군인 개인은 물론 군인가족 삶의 질도 저하된다. 특히 중년이 돼 자녀 학령기와 맞물려 가족 이사를 포기하고 별거상태로 지내거나, 가족 이사를 했지만 배우자의 경력단절로 인해 가정 내 소득이 감소함으로써 군인이란 직업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군인의 비자발적 주거 이동은 본인이 주관적으로 선택을 하지 않은 것이므로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실제로 주거 문제 때문에 진급과 보직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할 대책으로 ‘군 주거지원사업 운영 훈령’에 현재의 관사 자녀 교육 유예조건을 확대하는 의견을 제시한다. 현재는 명령일 기준 당해 연도 중고교 2·3학년의 조건이다. 계속 학업 유예를 하고 싶은데, 중간에 1년이 빠져 학업 유예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 불만이 있다. 이를 명령일 기준 당해 연도 중고교에 재학 중인 경우로 확대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고교 1학년도 포함되므로 자녀들의 학교 정착이 쉬워지고, 자주 근무지를 옮기는 군인들의 주거 선택권을 넓힐 수 있다. 관사는 더 부족해질 것이지만 국가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군인에게 당연히 해야 할 책무라고 생각한다. 국가는 추가적인 관사 신축과 민간주택 임대자금(군 전세 대부) 확대로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선택 가능한 주거를 군 주거정책의 흐름으로 삼아야 한다. 공급 위주에서 벗어나 지역별 여건과 군인의 생애주기를 반영한 맞춤형 주거지원정책이 필요하다. 군인의 주거는 단순한 복지 문제가 아니다. 군 전투력의 기반이자 인재 이탈을 막는 결정적 요소다. ‘지낼 수 있는 곳’을 넘어 ‘살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 지속 가능한 국방을 위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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