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행복한家 든든하軍] 어버이날 빛나는 가족애·전우애 

입력 2025. 05. 07   17:09
업데이트 2025. 05. 0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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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부모의 삶을 보고 듣고 자란다는 말이다. 아버지·어머니를 따라 전투복을 물려 입은 장병들은 애틋한 가족애에 ‘피보다 진한 전우애’를 더한다. 음탐사의 가계도를 잇는 해군3함대 2500톤급 호위함(FFG-Ⅰ) 광주함 최소리 하사와 최상천 예비역 해군원사 부녀,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 기드온대대 여운철 상사와 영웅대대 여준 하사 부자가 어버이날을 맞아 자식에 대한 사랑,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보따리를 각각 풀었다. 글=최한영·조수연/사진=양동욱 기자·부대 제공
 

해군3함대 광주함 최소리 하사.
해군3함대 광주함 최소리 하사.

 

운명처럼 아버지가 지은 소리 이름 따라 …
해군3함대 광주함 최소리 하사·최상천 예비역 해군원사 부녀 


피보다 진하다 
잠수함 음탐사 아버지 따라
둘째 오빠도 ‘가업’ 이어
“막중한 책임감으로 임무 수행…
막내딸 넘어 부끄럽지 않은 후배 될 것”

태어날 때부터 운명을 타고난 음탐사가 있다. 주인공은 ‘최소리’ 하사다. 소리를 듣고 수상·수중 표적을 식별하는 음탐사의 임무를 딴 이름이다. 잠수함 음탐사로 일생을 보내며 자신의 일을 끔찍이 사랑했던 아버지 최상천 예비역 원사가 작명했다. 최 하사는 잠수함계의 ‘현인’으로 존경받던 최 원사의 성정과 열정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음탐사는 최 하사에게 거스를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었나 보다. 그는 아버지가 우리 해군의 세 번째 잠수함인 1200톤급 최무선함에서 음탐사로 근무하던 2000년 태어났다. 작전 중 육지에서 태어난 귀여운 막내딸. 최 원사는 일에 대한 강한 애정과 자부심이 담긴 ‘최소리’란 이름을 지어줬다.

최 하사는 “아버지는 운전할 때면 늘 비틀스의 ‘옐로 서브마린(Yellow Submarine·노란 잠수함)’을 들었다. 이메일 아이디조차 수중 음파탐지 체계인 ‘소나(sonar)’였다”고 말했다.

처음 아버지의 근무지를 본 건 초등학생 때였다. 부대 개방행사 날 견학한 비좁은 잠수함은 어린 마음에 충격이었지만, 한편으로 왠지 모르게 설?다.

최소리(오른쪽) 하사가 아버지 최상천 예비역 해군 원사와 임관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소리(오른쪽) 하사가 아버지 최상천 예비역 해군 원사와 임관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추억은 마냥 유년 시절 기억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최 하사는 2023년 12월 부사관으로 임관했고, 음탐 직별을 선택했다. 둘째 오빠 최수완 중사도 1200톤급 잠수함 이순신함에서 음탐사로 근무 중이다. 그야말로 ‘음탐 가계도’를 그려가고 있다.

‘나는 어떻게 지금의 내가 됐는가’란 질문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선 뿌리를 알아야 할 터. 최 하사는 부모님이 남긴 것들을 찬찬히 돌이켜봤다. “어릴 적엔 집에 계신 아버지만 봐서 잘 몰랐지만, 함정 생활을 직접 해 보니 ‘어떻게 30년 동안 이 일을 하셨지’란 생각도 들고 존경스럽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어느덧 임관 1년6개월. 최 하사는 임관 당시 아버지는 엄청나게 좋아하셨지만 어머니는 ‘아이들을 (해군에) 다 갖다 바치네’라며 속상해 하셨다고. 외로운 망망대해에서 고단한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나선 딸을 보며, 자식이 편하길 바라는 부모 입장에선 걱정이 앞섰을 거다.

최 원사는 자신을 이어 바다로 나아가는 딸과 아들에게 틈이 날 때마다 “술·담배 절대 하지 마라, 남들이 나쁜 일을 하더라도 절대 휩쓸리지 마라, 너희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잘 버텨내라”는 당부를 한다.

광주함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100명의 승조원 중 음탐사는 단 6명. 정예 전력인 만큼 책임감이 막중하다. 최 하사는 하루 대부분을 헤드폰을 낀 채 잡음 속에서 표적 소음을 정확히 구별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일과 후에도 소리를 듣고 구별하는 연습에 몰두한다.

최 하사는 “음탐사는 해군의 눈과 귀와 같다. 음탐사가 없으면 눈과 귀를 가리고 사는 것과 같다”며 “아버지께서 ‘소리’라고 이름을 지어주셔서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 하사는 일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했던 아버지의 열정을 물려받아 광주함에서 반짝이는 꿈을 꾸고 있다. 귀여운 막내딸을 넘어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배가 되겠다는 것.

그는 “타직별 승조원들은 음탐사들이 무슨 임무를 하는지 잘 모르는데, 음탐사끼린 통하는 게 있다”며 “소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잠전 수행 최고봉에 오를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음탐은 특히 전문성을 쌓기 위한 공부가 많이 필요한 직별”이라며 “수상함에서 잘 적응하고 열심히 공부해 잠수함에서도 꼭 근무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아버지 최 예비역 원사는 자식에 대해 기특하고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둘째 수완이가 제가 걸어온 길을 이어받았고, 막내인 소리까지 뒤따르고 있어 기쁩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고 배를 타는 일은 여성·남성을 가리지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중사·상사·원사까지 근무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준 하사가 같은 사단에서 복무하는 아버지 여운철 상사를 업고 환하게 웃고 있다.
여준 하사가 같은 사단에서 복무하는 아버지 여운철 상사를 업고 환하게 웃고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 뒷모습 따라… 사명처럼
육군수기사 기드온대대 여운철 상사·영웅대대 여준 하사 부자


정보다 뜨겁다
같은 사단 복무 부담감 있지만
후배 군인으로서 자부심 더 커
“아들에게 모범 되어 솔선수범”
“아버지께 자랑스럽게” 각오 다져

수기사 기드온대대 여운철 상사와 영웅대대 여준 하사는 같은 사단에서 근무하는 부자 군인이다. ‘가족애’와 ‘전우애’를 나누며 희로애락을 함께한다.


여 하사의 유년 시절 기억에는 군대에 대한 추억이 많이 남아 있다. 1993년 임관해 올해로 33년째 전투복을 입고 있는 아버지 여 상사 손에 이끌려 부대를 자주 찾았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전우들이 전차를 정비하는 모습에 흥미를 느꼈고, 멋있다는 생각도 했다. 기회가 생기면 부대에서 함께 밥을 먹고, 운동을 하며 장병들과 친숙해지기도 했다. 군인들이 사명감을 갖고 나라를 지킨다는 것도 깨달았다.


여 하사는 아버지 뒤를 이어 군인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전남과학대 특수장비학과에 진학했다. 이어 부사관학군단(RNTC)에 합격하며 꿈을 현실화하는 데 디딤돌을 놓았다.


여 상사는 처음엔 아들이 군인이 되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군 생활이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의 의지를 확인하고 나서는 응원해주기로 마음을 바꿨다.


여 하사가 다니던 대학교에는 아버지와 같이 군 생활을 했던 교수도 있었다. 그 교수는 “아버지가 군 생활을 훌륭하게 하고 계신다. 너도 잘할 거라고 믿는다”며 여 하사를 격려했다. 육군부사관학교에서 동계훈련할 때는 아버지 후배를 교관으로 만났다. 교관은 여 하사에게 “아버지는 군대가 필요로 하는 분이다. 네가 기갑병과를 택한 이상 여 상사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이다. 그러니 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 하사는 올해 임관 후 첫 번째 근무지로 수기사를 희망했다. 아버지가 몸담았던 부대 중 수기사에 근무했을 때가 가장 활기차고 행복해 보였고, 어린 시절 추억과 맞닿아 있어서다. 여 하사는 “수기사가 훈련이 많은 부대라는 걸 알았지만 그만큼 보람찬 군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고 지원 이유를 설명했다.

 

육군수기사 기드온대대 여운철(왼쪽) 상사·영웅대대 여준 하사 부자.
육군수기사 기드온대대 여운철(왼쪽) 상사·영웅대대 여준 하사 부자.


수기사 영웅대대에서 K200A1 장갑차 조종수로 복무하는 지금, 아버지 여 상사의 아들이라는 무게감은 더 무거워졌다. 여 상사가 전체 군 생활의 3분의 2 이상을 수기사에서 한 만큼 부대에는 아버지의 전우가 적지 않다.


여 하사는 “어릴 적부터 많은 분에게 들었던 ‘아버지는 사단에 없으면 안 될 사람’이라는 말을 현재 부대 행정보급관님께 다시 들으며 마음가짐을 바로 하고 있다”며 “임관 초기라 모르는 게 있을 때는 주위에 조언을 구하고, ‘아버지께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자’는 각오로 임무에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 상사도 아들과 같은 사단에서 복무한다는 사실이 주는 무게감이 있다. 그는 “아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군 생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무엇보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정신력·체력 유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 역설했다.


여 하사는 평일에는 부대 독신자 숙소에서 지내다 주말이 되면 근처 본가로 향한다. 아버지는 주말에도 부대 업무 등으로 바빠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한다. 그래도 평소 쌓였던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는 아버지가 해주는 한마디, 한마디가 큰 도움이 된다.


여 하사는 “부대 전입 초반에는 군인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 마음가짐과 인간관계 등에 대한 조언을 많이 구했다”며 “지금도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여쭤보며 애로사항을 해소한다”고 말했다.


여 상사는 아들이 조언을 구할 때마다 강조하는 게 있다. 올바른 생활과 주특기 함양을 위한 노력, 그리고 체력단련이다. 아들이 속한 영웅대대 후배 부사관들에게는 ‘여 하사가 잘 적응하고 임무를 수행하도록 길라잡이 역할을 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부자는 평소 숨겨왔던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본인 의지로 선택한 길이니만큼 긍정적인 사고로 이겨내야 한다. 건강도 잘 챙겨가며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전우를 배려하는 모범적인 부사관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부사관 후배 아들이 정말 자랑스럽다.”(여 상사)


“30년 넘게 군 생활을 해오신 아버지를 후배 군인으로서, 아들로서 정말 존경하고 사랑합니다.”(여 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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