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기자의 ‘펜 들고 세계 속으로’
27. 2010 한미안보협의회의<상>
한국전참전용사기념비 참배로 일정 시작
링컨기념관·국회의사당 등 명소 즐비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짧은 관람 아쉬워
세계 최강 미국 힘 상징 펜타곤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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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돈으로 환산은 가능한 걸까? 2021년 11월 17일 한국경제연구원(KERI)은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2000년 이후 21년간 한국이 얻은 동맹 가치가 928조2000억~3041조6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KERI는 “미국은 60여 년을 이어온 한국의 역사적·군사적 혈맹이다. 우리 경제의 안정과 지속적인 번영을 위해서는 굳건한 동맹관계 유지가 긴요하다”라고 밝혔다. 굳이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한미동맹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이견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한미동맹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해 열리는 제4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찾아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 것은 2010년 10월이었다. 방문 기간은 6일부터 10일까지. SCM은 매년 서울과 워싱턴을 번갈아 가며 한미 국방장관 주재로 개최된다. 당시 우리 측은 김태영 장관, 미국은 로버트 게이츠 장관이었다.
본격적인 일정은 7일(이하 현지시간) 한국전참전기념공원 내 한국전참전용사기념비에 헌화·참배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저 듣기만 했던, 유명한 그 문구를 이곳에서 직접 확인했다.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숭고한 희생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상징이다. 바로 옆의 판초를 입고 적진을 향해 전진하는 19명의 군인 동상은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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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행사를 마친 후 여유 시간 동안 주위를 탐방했다. 참전공원은 내셔널몰에 속해 있다. 내셔널몰은 백악관을 등지고 조성된 대규모 공원이다. 서편으로는 링컨기념관, 동편으로는 미국 국회의사당에 이른다. 공원에는 스미스소니언 박물관과 높이 169m의 오벨리스크 형태로 지어진 워싱턴기념탑 등 다양한 조형물과 명소가 자리 잡고 있다.
먼저 링컨기념관에 들렀다.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을 기리는 파르테논 신전 모양 건물이다. 내부에는 링컨 동상과 게티즈버그 연설문, 그의 두 번째 취임식 연설문이 새겨져 있다.
기념관 입구 계단은 유명한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1963년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연설로 인권운동의 커다란 전환점을 만든 곳이다.
기념관을 나와 찬찬히 걷다 보면 워싱턴 모뉴먼트를 만난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기념물이다. 생긴 모습을 본떠 ‘연필탑(Pencil Tower)’으로도 불린다. 건축 도중 남북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건축이 중단됐다가, 전쟁 이후 다시 지어졌기 때문에 3분의 1지점부터는 모뉴먼트의 색깔이 다르다. 안에는 전망대가 있다는데, 시간이 없어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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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지나면 펜스 너머로 백악관이 나타난다. 한쪽에 커다란 나무가 있고, 옆에 안내판도 있다. 설명문을 읽어보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갖가지 장식으로 덮인 크리스마스트리로 변신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백악관을 두고 어떤 행동이 유행처럼 번졌다고 한다. 20달러 지폐에 그려진 백악관과 실제 백악관을 같은 화면에 촬영하는 것이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는데, 또다시 가게 된다면 해야 할 게 하나 생겼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도 방문했다. 영국인 과학자 제임스 스미스슨의 기부금으로 1846년 설립된 종합박물관이다. 총 16개의 박물관과 갤러리, 동물원, 리서치 센터로 구성돼 있다. 매년 1000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는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기관이다. 그중에서 들른 곳은 국립자연사박물관. 일정상의 제약으로 허용된 시간은 단 70분에 불과했다. 방대한 자료를 보기에는 너무 짧았다. 전 세계에서 모은, 무려 1억 점이 넘는 소장품이 있다는데.
입구에 들어서자 박제된 코끼리가 맞이했다. 높이 약 4m에 몸무게가 11톤에 달하는, 박물관의 상징적 존재다. 티라노사우루스와 트리케라톱스를 비롯한 공룡 화석, 소유한 사람들이 불행해져 ‘저주의 다이아몬드’로 불리던 호프 다이아몬드, 태평양 주민들이 사용했다는 거대한 돌로 만든 화폐 등등. 그저 듣기만 했던 각종 화석과 유물, 보물을 볼 수 있었다. ‘루시’는 지금도 기억난다. 한때 최초의 인류로 알려졌던 ‘루시(종명·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는 30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발견됐다는 원인(猿人)이다. 비틀스의 노래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즈(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서 이름을 따왔다. 발굴단이 작업을 하면서 지루함과 고단함을 달래기 위해 라디오로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마침 화석 발견 당시 이 노래가 흘러나왔고, 그러한 이유에서 루시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8일은 이번 출장의 주목적인 SCM이 열리는 날. 버스를 타고 포토맥 강가를 지나다 보니 목적지인 국방부(펜타곤)가 보였다. 위에서 바라본 청사 모양이 오각형이어서 펜타곤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사무용 건물이자, 가장 큰 단일 정부기관 청사. 무엇보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의 힘을 상징하는 군사 시설물이다. 도착 후 신체·휴대물 검색을 마치자 살며시 가슴이 떨렸다. 이제 입성이다. 미국 군사력의 심장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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