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BL-08 계열보다 성능 우수 ‘수출용 전략 카드’

입력 2024. 09. 11   15:51
업데이트 2024. 09. 1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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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무기와 미래전쟁 - 중국 ‘VN22 보병전투차’

2021년 항공우주전시회서 첫 공개
복합장갑 사용 거주성·방호력 충족
카메라 활용 360도 전방위 감시 가능
中 장갑차 최초 GL6 능동방호장치
이라크서 면허생산 밀월관계 가속

 

이라크는 최근 자국에서 면허생산한 VN22 6X6 보병전투차를 공개했다. 사진=이라크 방위산업위원회 홈페이지
이라크는 최근 자국에서 면허생산한 VN22 6X6 보병전투차를 공개했다. 사진=이라크 방위산업위원회 홈페이지



최근 이라크는 중국의 지원 아래 자국에서 면허생산한 최신형 VN22 6X6 차륜형 보병전투차를 공개했다. 미국 및 서방세계 외교·안보 및 군사 전문가들은 이라크의 VN22 면허생산이 갖는 상징성과 빠르게 재건되고 있는 이라크의 군사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참고로 중국이 VT-4 전차와 함께 수출용 전략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VN22는 2021년 처음 공개됐다. 현재 이라크 외에 코트디부아르에 6대(VN22B), 세네갈에 5대(VN22B 3대 및 파생형 2대)가 수출됐다.


이라크 군비 재건 신호탄

지난 4월 1일, 이라크 방위산업위원회(DIC)는 중국 북방산업그룹(Norinco)의 VN22 6X6 차륜형 보병전투차(IFV)를 국내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9월 초 이라크는 면허 생산된 첫 번째 VN22 IFV를 공개했다.

정확한 계약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언론 발표만 놓고 보면 불과 5개월 만에 최신형 장갑차 1대를 완성한 것이다. 물론 10여 대 수준의 초도물량은 중국에서 완성한 주요 구성품을 이라크에서 단순 조립한 것으로 추정되며,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되더라도 이라크 내 100% 완제품 생산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및 서방세계 외교·안보 및 군사 전문가들이 이라크의 VN22 면허생산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이라크 방위산업 전반의 역량이 2003년 미국과의 전쟁 이전 수준으로 재건됐음을 상징한다. 두 번째는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외교 행보와 이라크와의 전략적 제휴다.

실제로 이라크 방위산업위원회는 VN22 면허생산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라크의 방위산업 역량을 강화하고 첨단 방위산업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광범위한 계획을 함께 공개했다. 이 계획을 바탕으로 이라크는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통해 다양한 무기와 장비 및 탄약을 이라크 국내에서 자체 조달할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베일에 가려진 성능 

VN22 IFV는 2021년 9월 28일, 제13회 중국 국제 항공 및 항공우주 전시회(China International Aviation & Aerospace EXhibition)를 통해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당시 중국이 전시한 450여 대의 무기와 장비 중 무려 150여 대가 첫 공개였기 때문에 수출전용 다목적 차륜형 장갑차인 VN22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정보를 통해 VN22가 현재 중국인민해방군(PLA)이 보유한 ZSL-92 및 ZBL-08 계열 보병전투차보다 훨씬 더 우수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참고로 6000대 이상 양산된 ZBL-08 계열 보병전투차는 중국이 만든 가장 성공적인 기갑차량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VN22는 그 장점을 그대로 계승했다.

VN22의 차체는 크게 3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운전석(전면 기준 왼쪽)과 엔진(전면 기준 오른쪽)이 있는 앞부분, 차장(지휘관) 및 포수(무장운용)가 탑승하는 중간 부분, 마지막으로 최대 전투병력 9명이 탑승하는 뒷부분으로 구성된다.

2m를 넘는 높은 차고에도 불구하고 복합장갑을 사용해 거주성과 방호력을 동시에 충족하고 있다. 측면 및 후방에 관측창이 없는 대신 카메라를 활용해 360도 전방위 감시가 가능하다.

제작사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전면은 30㎜ 철갑탄(NATO 레벨6), 측면은 14.5㎜ 철갑탄(NATO 레벨4)에 대한 방호가 가능하다. 또한 V자형 바닥 설계로 지뢰 및 급조폭발물(IED) 공격에도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다. 30㎜ 기관포와 대전차 미사일 2발이 설치된 포탑과 함께 중국제 장갑차 중에서는 처음으로 GL6 능동방호장치(APS)가 설치돼 있다.

전투중량 25톤에 800마력 엔진과 전자제어 자동변속기, 차륜 제어장치의 조합을 통해 평지에서는 빠르게 주행할 수 있고, 험지에서는 상황에 맞춰 차량 높낮이를 조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수상 주행 능력을 과감히 포기해 불필요한 정비 소요를 줄이고 방어력과 기동력에 더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이라크 현지 생산형 

다양한 파생형이 존재하는 VN22의 이라크 면허 생산형은 포탑과 능동방어장치를 제외하면 기본형과 같은 사양으로 확인되고 있다.

포탑은 이라크 육군의 요구조건에 맞춰 CS LM5 12.7㎜ 3연장 기관포가 장착된 유인 포탑으로 교체했다. 분당 1000~2000발을 발사할 수 있는 이 중국제 기관포 역시 이라크에서 면허 생산되고 있다.

능동방호장치의 경우 10개의 연막탄 발사기와 연동하며, 보다 성능이 개량된 GL6가 장착돼 있다. 일부 군사전문가는 VN22가 독일제 박서(Boxer) 8X8 차륜형 보병전투차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모듈형으로 설계돼 생산 및 운용에 여러 장점이 있으며, 수출 전용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최첨단 기술이 접목돼 있다는 것. 또한 수출을 통해 확보된 다양한 운용 경험은 중국인민해방군(PLA)의 차세대 보병전투차 개발 및 양산에 그대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현재 중국인민해방군의 기갑 장비 운용 교리가 고성능 장비보다는 값싸고 튼튼한 무기를 대량으로 운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VN22 혹은 그 개량형의 도입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신냉전의 서막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적도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국제무기 수출시장의 경우 동맹 관계라고 해도 원하는 무기를 적기에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테러와의 전쟁 이후 미국에 반강제적으로 종속돼 있던 이라크가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독자적인 무기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실제로 미국과 서방세계의 주요 외교·안보 전문가는 이라크의 VN22 면허생산은 중국과의 군사적 협력 관계를 넘어 양국 간 밀월관계가 더욱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2019년부터 중국은 석유, 농업, 건설 등의 분야에서 이라크 재건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의 경우 상당량의 원유를 이라크에서 수입하고 있다. VN22 면허생산은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거대한 계획의 일부일 뿐이며 교육 및 훈련기관 설치, 대규모 생산 및 정비기반 구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라크 군대가 스펀지처럼 중국산 무기체계를 흡수하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다. 한번 특정 국가에 종속된 무기체계를 단시간 내 국산 혹은 다른 국가의 무기체계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서방세계의 주요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중국과 이라크의 동상이몽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우려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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