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 행복한 군 - 의좋은 육군 간부 형제

입력 2024. 05. 19   14:39
업데이트 2024. 05. 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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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가 걸어온 길, 어릴적 같은 꿈 꾸며 학군단 지원
전우로 걸어갈 길, 서로에게 힘이 되는 든든한 버팀목

형 송재준 소령·동생 송재호 소령
육군3군단 예하 부대 작전과장 복무
최전방 경계태세 유지 임무수행
가족 구성원 비슷…왕래도 잦아
빈자리 채워가며 불편함 없이 지내

 

전래동화 ‘의좋은 형제’ 속 형제는 각자의 곳간에 쌀을 옮겨주다가 마주치면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런 설화 못지않은 우애를 보여주는 육군 간부 형제이자, 같은 지역에서 최전방 경계태세를 책임지는 부대 작전과장을 나란히 맡은 이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육군12보병사단 상승향로봉여단 GOP대대 작전과장 송재준 소령, 3포병여단 포병대대 정보작전과장 송재호 소령이다.
배지열 기자/사진=부대 제공 

 

형 송재준(오른쪽·소령) 육군12보병사단 상승향로봉여단 GOP대대 작전과장과 동생 송재호(소령) 3포병여단 포병대대 작전과장이 함께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형 송재준(오른쪽·소령) 육군12보병사단 상승향로봉여단 GOP대대 작전과장과 동생 송재호(소령) 3포병여단 포병대대 작전과장이 함께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국가 지킬 수 있다는 것에 매력 느껴

생김새나 목소리로는 두 사람을 쉽게 알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계급장까지 똑같은 두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오른쪽 가슴에 붙은 명찰에 쓰여 있는 이름뿐. 동생 송재호 소령이 형 송재준 소령의 부대를 찾아갔다.

두 사람이 군문에 들어서게 된 데는 가족 영향이 컸다. 바로 공군중령으로 예편해 현재 공군 부대에서 비행교수로 임무수행 중인 황원기 군무부이사관. 나이 차이가 많은 사촌누나의 매형인 황 부이사관은 어린 형제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혼자만의 삶을 영위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내린 결정으로 국가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매형은 ‘장교의 삶이 쉽지는 않다’고 하시면서 그만큼 값어치가 있다는 것도 명확하게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자주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희 둘이 같은 꿈을 꾸게 됐습니다. 어머니는 두 아들이 모두 전방에서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는 걸 걱정하셨는데, 그래도 반대하지는 않으셨습니다.”

학군단(ROTC)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형제는 2011년 임관한 송재준 소령의 뒤를 이어 2년 뒤 송재호 소령까지 장교의 길을 걷게 됐다.

송재준 소령은 본인을 따라 동생도 군인이 되겠다고 했을 때, 기특하면서도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그는 “동생이 제 영향을 받아 같은 길을 걷겠다는 게 좋았다”면서도 “나중에 제가 진급을 늦게 하면 추월당할 수 있다는 걱정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동생 송재호 소령은 형을 향한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금 제 스마트폰에 형은 ‘인생의 버팀목이자 동반자’라고 저장돼 있습니다. 어릴 때는 치고받고 싸우기도 했지만 함께 군인이 된다는 결정을 한 뒤로는 존경하는 마음으로 형을 대하고 있습니다.”

 

 

형 송재준(왼쪽·소령) 육군12보병사단 상승향로봉여단 GOP대대 작전과장과 동생 송재호(소령) 3포병여단 포병대대 작전과장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부대 제공
형 송재준(왼쪽·소령) 육군12보병사단 상승향로봉여단 GOP대대 작전과장과 동생 송재호(소령) 3포병여단 포병대대 작전과장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부대 제공



지형 관련 노하우 등 공유 큰 도움

두 사람은 서로에게 힘이 되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는 데 동의했다. 송재준 소령이 “계급이 올라가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민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는데, 가까이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송재호 소령도 “형이 먼저 경험해 보고 아쉬운 부분을 말해주기도 하고, 서로를 의식하면서 더 잘하려는 원동력이 된다”고 화답했다.

그동안 다른 부대에서 복무하던 두 사람은 2022년 10월 형이 12사단 상승향로봉여단 GOP대대로, 이듬해 동생이 3포병여단 포병대대로 옮기면서 같은 3군단 예하 소속이 됐다. 공교롭게 맡은 직책도 작전과장으로 같아 많은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포병부대에서 보병부대의 세부작전을 알기 어려운데, 형에게 편하게 자주 물어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지형 관련해서도 공유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 의지하고 있습니다.”(송재호 소령)

“최전방이다 보니 저나 동생이 자리를 비웠을 때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가 볼 수가 없습니다. 대신 서로의 가족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의지하고 접점을 만들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송재준 소령)

직책은 같지만, 부대 특성이 다른 만큼 임무에도 차이가 있다. 송재준 소령이 있는 GOP대대는 DMZ 수색정찰작전 등 현행 작전의 전반적인 상황을 관리한다. 와중에 작전과장은 대대장이 올바르게 지휘결심할 수 있게 돕는 주무 참모로, 전반적인 상황을 총괄하고 조정·통제하는 역할이다. 그는 “신임 장교 때 다른 지역 GOP대대에서 근무했는데 ‘나중에 다시 오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전우의 생명을 살리고 국가와 가족을 지키는 보루가 된다는 생각으로 매일 작전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재호 소령의 포병대대는 전방에서 상황이 발생하면 화포로 적 화포나 핵심표적을 타격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2015년 8월 20일 ‘8·20 완전작전’을 인접 부대에서 경험한 그는 적이 도발해 오면 강력한 화력으로 대응하겠다는 각오를 매일 되새기고 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대기태세를 유지하면서 즉각 대응사격이 가능하도록 장비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가족에게… 서로에게… 감사한 형제 

송 형제는 가족 구성도 비슷하다. 송재준 소령의 외동아들과 송재호 소령의 외동딸은 두 살 터울로, 거의 남매처럼 지낸다. 서로의 집에서 형과 동생 가족이 며칠씩 신세 지는 것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을 정도라고.

두 사람은 “변함없이 남편을 지지해 주고 이해해 주는 아내에게 고맙고,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주면서 건강하게 자라주는 아이들도 사랑한다”고 입 모아 말했다.

송 형제는 서로를 바라보면서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으로 오랜만의 만남을 마무리했다. 공통으로 포함된 단어는 ‘감사’였다.

“같은 길을 걸어가면서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돼 줘 고맙다. 너희 가족이 너를 잘 도와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감사하다. 우리 가족과 너희 가족 모두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 없이 균형된 삶을 살면서 서로를 위할 수 있어 그 또한 감사하다.”(송재준 소령)

“내가 올바른 길을 걷도록 따끔한 한마디를 해주시는 건 부모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과 방법을 알려주는 존재는 늘 형이었습니다. 삶의 동반자면서 내게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인 형에게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있어 주면 좋겠습니다.”(송재호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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