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luck, see you on the other side(행운을 빌게, 반대편에서 만나자).”
미국을 떠나오기 전 친구들에게 이 말을 건넸습니다. 입대할 때만 해도 전역은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24년의 인생에서 22년은 선교사이신 부모님을 따라 북아일랜드, 영국, 인도, 미국 등 해외에서 지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도, 한글도 어색하고 한국 문화와 역사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입대 전 대한민국은 그저 부모님의 나라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1년 반이라는 시간을 한국에서, 그것도 군대에서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힘든 건 물론 말조차 제대로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에 밤잠을 설치며 훈련소에 들어갔습니다. 그럼에도 어떤 일이 있든, 어떤 시련을 겪든 군 복무의 마지막을 바라보며 반드시 그 길을 완주할 거라고 다짐했습니다.
어느덧 훈련소 생활이 끝나 갑니다. 그저 멀게만 느껴졌던 마지막이 한 달이나 가까워졌습니다. 훈련소 생활이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입니다. 거듭된 훈련으로 몸은 무거워졌고, 계속 어려운 한글을 써서 머리가 굳어질 것 같은 날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훈련소에서의 시간은 또 다른 출발점을 찾는 기회였습니다. 정신전력교육을 받으며 대한민국의 고통과 시련, 그것을 이겨 낸 조상들에 대해 배우며 ‘피의 무게’를 느꼈습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아닌 ‘나의 나라’라고 생각하며 어쩌면 지금까지 한국인으로 살지 않았던 시간 동안 알지 못했던, 혹은 잊고 지냈던 ‘정체성(identity)’인 나의 뿌리를 찾은 것만 같았습니다. 그동안 거의 외국인 같았을 저를 항상 이해하고 배려해 주신 소대장·분대장님들, 교육과 훈련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쳐 먼저 나서 도와준 동기들, 이 모든 사람의 도움으로 훈련소 생활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나의 과거와 미래를 품은 대한민국, 동료와 함께하는 사람들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나의 시작을 알려 준 훈련소를 떠나며 모두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The other side is closer than you think(반대편은 생각보다 가깝습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목표를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물론 그 목적지는 다르겠지만 모두가 저 반대편을 향해 조금씩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나의 나라’를 온전히 책임지고 지키는 대한민국 육군으로서 군 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글이 어색한 제가 이 글을 쓸 수 있었던 만큼 성공은 의외로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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