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 둘러싼 미·일 동맹 ‘현대화·일체화’ 속도

입력 2023. 12. 01   15:33
업데이트 2023. 12. 0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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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안보정세 전망-2. 일본

‘군사력 뒷받침되는 강한 외교’ 기조

미·일 지휘체계 연계성 강화 모색할 듯
한·미·일 간 연합훈련 확대·정례화 예상
유럽과 인도·태평양 안보협력도 증대
대중 견제 구도는 변화 가능성 작아


2023년 안보정세 평가
올해 일본의 대내외정책은 2022년 12월에 책정된 안보 관련 3대 문서에 기반해 추진됐다. 이에 일본 안보·방위정책의 역사적 대전환이 본격화하는 한 해가 됐다.

첫째, 국제질서의 유동성이 심화되고 전후 가장 복잡하고 심각한 안보환경에 직면하고 있다는 판단하에 일본의 안보를 주체적으로 확보하려는 노력이 강조됐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2023년을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시키는 원년’으로 명명하고, 방위예산을 전년 대비 27.4%로 대폭 증액·편성(6조601억 엔·한화 약 53조767억 원)하면서 7개 영역의 능력 구축을 본격화했다.

이에 더해 새로운 안보·방위정책을 추진하고자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주력했다. 타국 군 능력 구축 지원을 위한 ‘정부안전보장능력강화지원(OSA) 실시 방침’ 결정(4월), 방위예산 재원 확보를 위한 법안(‘방위력재원확보법’) 정비(6월), 우주안보 전략에 대한 지침 성격의 첫 일본 ‘우주전략구상’ 채택(7월) 등이다. ‘능동적 사이버 방어’ 전략 관련 법제화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 역시 가동됐다.

한편 반격 능력을 어떤 조건하에서 행사할지 명확한 합의가 빠진 가운데 장거리 미사일은 오는 2026년 배치를 목표로 양산체제에 돌입했다.

둘째, 미·일 동맹은 난세이(南西)제도 방어 및 대만해협 유사시 대비태세 강화 필요성에 따라 현대화·일체화 수준이 제고됐다.

이는 미국의 통합억제력을 미·일 동맹 차원에서 뒷받침하고 일본의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여러 시책과 맞물려 진행 중이다.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에 따른 미·일 공동 운용계획, 대만해협 유사시 공동 작전계획 등이 각각 진행 또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에 더해 일본 안보협력 관계의 질적·양적 확대 노력이 더욱 두드러졌다. 호주·영국과 체결한 ‘원활화 협정’이 각각 지난 8월과 10월에 발효됐으며, 11월엔 필리핀과 동 협정 체결에 합의했다. 미국 동맹국들과의 ‘준동맹’체제를 확대하는 동시에 한·일 관계 정상화에 기반한 한·미·일 안보협력 역시 일본의 외교·안보전략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일본 안보협력 관계가 미국과의 양자동맹 이외의 대상과 형태로 확대되는 한편 일본 안보를 확보하는 데 3개의 접근법 간 연계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지난 6월 미국 괌 근해에서 실시된 ‘2023 퍼시픽 뱅가드(Pacific Vanguard·태평양 선구자) 훈련’에 참가한 모습. 퍼시픽 뱅가드 훈련은 미국 7함대사령부 주관으로 한국·미국·호주 해군 및 일본 해상자위대가 참가하는 다국 간 해양훈련으로 2019년 이후 매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일본 해상자위대 홈페이지
일본 해상자위대가 지난 6월 미국 괌 근해에서 실시된 ‘2023 퍼시픽 뱅가드(Pacific Vanguard·태평양 선구자) 훈련’에 참가한 모습. 퍼시픽 뱅가드 훈련은 미국 7함대사령부 주관으로 한국·미국·호주 해군 및 일본 해상자위대가 참가하는 다국 간 해양훈련으로 2019년 이후 매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일본 해상자위대 홈페이지


2024년 안보정세 전망 
2024년에는 일본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불안정성이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존 계획에 따른 정책의 착실한 추진이 예상된다. 일본 방위성은 2024년 방위예산으로 2023년 대비 약 17% 증가한 역대 최대 금액인 7조7385억 엔을 요구할 방침이다. 확정 예산은 아니지만 기존 계획에 비춰 봐도 큰 폭의 조정은 없을 것으로 판단되며, 2023년도 예산과 마찬가지로 금액이 명시되지 않는 ‘사항요구’ 항목에 따라 더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미·일 동맹의 현대화·일체화 역시 한층 발전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지휘체계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자위대의 지휘 일원화를 위한 통합사령부·사령관 설치가 2024년 내에 완료될 방침이며, 이와 연계해 미·일 간 지휘체계 역시 변화가 모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추진된 조직 및 능력, 정책, 전략 변화를 반영해 미·일 방위협력 지침 개정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호주·영국과의 ‘원활화 협정’에 따른 연합훈련, 한·미·일 간의 연합훈련 역시 질적·양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일 간 북한 탄도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시스템의 연내 가동이 계획돼 있으며, 이에 따른 연합훈련 등이 정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기시다 내각 발족 이후에도 유지되던 대중 견제 기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논의되고 있기는 하지만 한·중·일 관계가 일본의 대외·안보정책을 변화시킬 유인이 되기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 국내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2024년 9월 자민당 총재선거가 예정돼 있으며, 동 선거에서 기시다 총리의 재선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위험수역까지 떨어진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는 요인이 부족하다. 일본 경제의 국내외적 여건이 부정적이며, 기시다 총리 개인 및 정권의 정책에 대한 불신 역시 높다.

일본을 둘러싼 지역 및 국제적 안보환경은 매우 불안정하나 안보 위협 및 이와 관련한 정책은 기시다 내각 지지율의 상승동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현재 야당의 분열상황을 볼 때 2009년과 같이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 역시 작다. 이에 따라 자민당의 외교·안보정책 기조가 일본 정부의 노선으로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 안보정책에 대한 함의
일본의 안보·방위정책은 전후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근간이 흔들리는 오늘날, 일본 내에서 다시금 방위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군사력에 뒷받침되는 강한 외교’는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한국 정부가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모색함에 있어 이러한 변화를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또한 일본은 자국의 방위력을 증강할 뿐만 아니라 유럽,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높은 수준의 안보협력을 추진하면서 역내 안보협력의 허브가 되고 있다. 이는 대서양과 태평양의 동맹을 네트워크화해 운용하고자 하는 미국의 전략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한국 역시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로 새로운 지역·안보질서의 구축과정에 관여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일 관계 및 한·미·일 안보협력의 표류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현재의 한·일 관계 및 한·미·일 안보협력은 미국의 동맹전략과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한·일 관계가 개선됐다는 평가가 계속되고 있지만 ‘한·미·일’ 없는 한·일 양자관계의 기반은 그다지 공고하지 않다.

대외적인 불확실성을 관리하기 위해 한·일 관계의 기반 강화와 더불어 한·미·일 안보협력의 ‘제도화’를 내실 있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장혜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장혜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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