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러시아 간 장거리 전략폭격기 경쟁
KIMA 세계군사동향
(한국군사문제연구원 뉴스레터 1179호)
미국과 러시아 간 장거리 전략폭격기(LRSB)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군사 전문가들은 비용 대비 효과에 있어 러시아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노스롭 그루먼사가 2016년부터 개발한 차세대 B-21 레이더(Raider)를 시험·평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투폴레프(Tupolev)사가 1980년대부터 개발해 1987년부터 실전에 배치한 장거리 전략폭격기 Tu-160 블랙잭(Blackjack)을 2015년에 Tu-160M2로 개량해 시험·평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냉전시기에 사용하던 Tu-160 블랙잭을 Tu-160M2형으로 개량했으나, 그 성능은 미국의 차세대 장거리 전략폭격기 B-21 레이더와 유사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월 12일 영국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JDW· Jane’s Defence Weekly)』는 러시아 공군이 모스크바 근교 카잔 공군기지에서 Tu-160M2 시제기 2대의 시험비행을 성공리에 마쳤으며, 약 600m 고도에서 약 30분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가 1980년대에 미 공군이 전략폭격기 B-1 랜서에 실전 배치한 것에 대응하기 위해 Tu-160 블랙잭을 미국과 거의 동시에 개발해 1995년까지 약 40대를 실전 배치했는데, 이번에도 미 공군이 1대당 약 3억 달러의 막대한 개발비를 투자해 개발한 차세대 B-21 레이더 시제기가 시험평가를 받는 동일한 시기에 Tu-160 장거리 전략폭격기 생산라인을 재가동시켜 약 10개 부분을 개량 및 업그레이드하면서 시험평가를 했다고 분석했다.
장거리 전략폭격기는 공중발사순항미사일(ALCM)을 다수 탑재해 약 1만㎞의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발휘하는 전략 무기로, 주요 경쟁 지역은 유럽 전구다.
운용 개념은 미국과 러시아 간에 다소 차이가 있다. 미국은 본토 공군기지에 배치해 전략적 억제 수단으로 투입했으며, 동맹국에 대한 핵확장 억제전략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했다. 러시아는 주로 유럽 카라 해, 라프테프 해, 바렌츠 해 등에 주로 배치했으나, 2018년 8월에 동시베리아 캄차카 반도와 태평양 지역 등 극동 공군기지로 확대했고, 2018년 12월 10일 베네수엘라에 잠시 전개했으며, 2019년 10월 23일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확대 전개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성능은 장거리 능력, 작전시간, 탑재 미사일, 스텔스, 전자대응 기능, 적 대공방어 거부 능력 등에 있어서 큰 차이는 없었으나, 러시아가 기존 Tu-160 장거리 전략폭격기의 약 10개 부분을 개량 및 업그레이드해 무장 탑재 능력에서 미 공군의 B-21 레이더보다 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나토에 대해 정치적 메시지를 보낼 목적으로 2015년 4월에 카포 생산공장을 방문해 생산라인 재가동을 지시했으며, 특히 과도한 비용이 소요되는 PAK-DA 차세대 장거리 전략폭격기를 개발하기보다 기존 Tu-160를 Tu-160M2로 개량하도록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개발 대신 개량을 택한 덕분에 약 3억 달러가 투입된 노스롭 그루먼사의 B-21 레이더보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유사한 효과를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Tu-160M2 장거리 전략폭격기 개량 및 업그레이드는 ① 동체에 스텔스 코팅을 해 적 대공 레이더 반사 면적(RCS)를 최소화시켰고, ② 엔진을 기존의 NK-32M형에서 연료 소모가 줄어든 Samara NK-321로 교체해 무장중량을 약 20톤으로 늘렸으며, ③ 신형 K-042K-1 장거리 항법체계로 교체했고, ④ ABSU-200-1 자동조종장치, ⑤ 신형 노벨라(Novella) NV1.70 레이더, ⑥ 디지털 글라스 조종석, ⑦ 현대식 전자전 및 전파방해(jamming) 장비, ⑧ K-36LM 조종사 탈출 장비를 장착했으며, ⑨ 기존 Kh-555 순항 미사일을 신형 Kh-101 장거리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로 교체하면서, ⑩ 탑재 미사일 수를 12기로 확대했고, ⑪ 일부 노후 중장비들을 제거해 연료 효율을 약 5% 이상 높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냉전시기에 상대국의 전략목표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전략폭격기가 현재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다만 냉전 때와 다른 점은 탑재되는 장거리 순항 미사일의 사거리가 1000 ~ 2000㎞로 확대되고 핵탄두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며, 미국과 러시아 모두는 2030년 이전까지 실전에 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봤다.
미국은 현재 진행 중인 B-21 레이더 시제기 시험평가를 완료하면, 2030년대까지 약 80대를 확보할 계획이며, 러시아는 올해 Tu-160M2 장거리 전략폭격기의 시험평가 이후 2023년부터 생산, 2027년까지 10대를 확보해 유럽 전구에 배치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궁극적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과 러시아 간 장거리 전략폭격기 경쟁이 극초음속 미사일 또는 극초음속 활공체(HGV) 경쟁과 연계돼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 출처 :
Northrop Grumman B-21 News, October 20, 2021; Jane’s Defence Weekly, January 12, 2022; TASS, January 12, 2022; The Aviationist, February 5, 2022; Global Security, February 6,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