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장병들의 고립감과 스트레스 해소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고충을 호소하는 장병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얼마 전 생명존중 집중 강조 기간을 보내며 생명의 소중함과 전우를 지켜야 하는 소명(召命)에 대해 다시금 되새겨봤다. 혹시 지금까지의 노력에 부족함은 없었는지도 되돌아봤다.
나는 사단의 ‘생명사랑지킴이 양성 교관’을 맡고 있다. ‘보고 듣고 말하기(보듣말)’ 프로그램을 토대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전우를 식별하고, 삶과 죽음의 이유를 묻고 듣는다. 안전점검 목록에 나온 내용을 확인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전우를 연결해 주는 것이 주요 임무다. 안타깝게도 소중한 전우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일들이 많다는 현실 앞에 후회와 슬픔의 눈물을 흘릴 때도 있다.
가끔씩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복무 부적응·신체질환·정신건강의학적 치료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장병들이 있다.
이들에 대한 현역 복무 부적합 조사 심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적응’과 ‘부적응’이라는 단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곤 한다.
적응이란 무엇인가? 어떤 상황이나 환경에 익숙해져 어울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적응이란 무엇인가? 어떤 조건이나 환경 따위에 맞추지 못하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부(不)’라는 글자가 있고 없는 차이뿐이다. 하지만 부적응 장병이 자신이 추구하고 지향했던 방향성을 잃고 힘들어하다 극단적인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됨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한다. 우리 주위에서 언제라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전우를 식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식별했다면 ‘보듣말 프로그램’에서 배운 대로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심 어린 사랑과 정성으로 전우와 함께하는 것이 전우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핵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첫걸음으로 ‘피그말리온 효과’를 이뤄 보려 한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그리스 신화 속 이야기다. 피그말리온이라는 조각가가 세상의 여인들에게 실망해 세상을 등지고 살면서 새하얀 상아에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생명이 없는 조각상이지만 끝없는 사랑과 정성을 다해 보살피며 사람으로 변할 수 있게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소원을 빈다. 피그말리온의 진정한 사랑과 정성에 감동한 아프로디테 여신은 조각상을 사람으로 변하게 했다.
이 신화를 교훈 삼아 ‘생명사랑지킴이’이자 ‘전우지킴이’로서 부대 장병 중 어떤 전우라도 잘못된 선택으로 소중한 생명을 잃지 않도록 아낌없는 사랑과 정성을 다할 것이다. 이를 통해 신(神)마저 감동하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