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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등학 기고] 세이렌의 유혹과 오디세우스의 항해

기사입력 2021. 07. 30   15:49 입력 2021. 07. 30   15: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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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등학 중령 육군 73사단 독수리여단

스타벅스의 로고로 잘 알려진 세이렌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매우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마력을 가진 요정이다. 이들은 절벽과 암초로 둘러싸인 섬에 살면서, 배를 타고 지나가는 선원들을 향해 치명적인 유혹의 노래를 불러 배를 암초에 부딪치게 하거나 선원들이 스스로 배에서 뛰어내려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한다.

세이렌의 이야기는 호메로스의 작품으로 알려진 『오딧세이아』에 소개된다. 주인공인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가 승리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돌아가던 중 세이렌이 사는 바다를 지나게 된다.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유혹을 피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모색했다. 첫 번째는 선원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아 세이렌의 노랫소리를 듣지 못하게 했고, 두 번째는 자신의 손과 발을 배의 돛대에 단단히 묶고, 자신의 명령에도 절대 줄을 풀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대비를 철저히 한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은 유혹을 이겨내고 무사히 항해를 계속해 나갈 수 있었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암초 많고 어두우며 위험한 세이렌의 바다를 항해하는 오디세우스처럼 긴장되고 조심스러운 항해를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엄중한 시기에 우리 군에서 세이렌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일탈 행동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세이렌은 우리에게 어떤 유혹을 할까? 아마도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즐기라는 유혹’일 것이다. ‘힘든 훈련 마쳤으니 모두 모여서 한잔해야지’, ‘더운데 계곡이나 바닷가에서 가서 시원하게 놀아야지’, ‘오랜만에 친구들 잠깐 만나 커피 한잔, 술 한잔 하는 건데 뭐 별일 있겠어?’ 등등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당연했던 일상이 이제는 일탈이 돼버렸다. 일상을 갈구하는 작고 소박한 희망들이 세이렌의 치명적인 유혹이 돼 우리를 암초로 이끌 수도 있는 것이다.

세이렌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오디세우스가 부하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고 자신은 배의 돛대에 몸을 단단히 묶었듯이, 우리도 ‘위국헌신 군인본분’이라는 돛대에 스스로 몸을 묶고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임무를 완수해 나가야 한다. 역사적으로 전염병이 인류를 이긴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여전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어둡고 위험한 안개와 암초 사이를 항해하고 있지만, 오디세우스의 지혜를 빌린다면 조심스러운 항해를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이렌의 유혹을 이겨내며 자신의 임무를 묵묵히 완수하고 있는 전우들과 동료·부하들이 있기에, 머지않아 수평선이 보이는 안전한 바다에서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함께 바라보며 승리의 함성을 외치는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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