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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명의 중대장, 군대 선생님

기사입력 2021. 02. 24   14:51 입력 2021. 02. 24   14: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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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희 대위 해군교육사령부 기초군사교육단

영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은 제목 그대로 미혼의 남자 주인공(휴 그랜트)이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에 참석한 후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 제목처럼 나도 네 번의 양성교육훈련을 거친 후, 지금은 해군 부사관교육대대 중대장으로서 양성교육 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내가 해군병·부사관·장교가 되기 위해, 그리고 또 잠수함 승조원이 되기 위해 네 번의 교육훈련을 통해 만났던 교관들은 마치 부모처럼 나를 가르치고 길렀다.

해군병으로 입대해 만난 훈련교관은 ‘군인이란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임무를 완수해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었고, 나는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배웠다.

부사관후보생 시절 교관은 ‘간부가 지녀야 할 책임감과 부사관의 긍지는 전문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가르쳐줬고, 나는 그렇게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장교 임관을 위한 교육훈련을 받으며 나는 장교가 갖춰야 할 ‘리더십과 솔선수범’, 그리고 ‘규정과 절차 준수의 중요성’을 배웠고, 죽은 말 한마디를 내뱉기보다 나부터 배운 대로 행동하고자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잠수함 승조원 교육 교관은 내가 맡은 일에 세심하고 정통하지 않으면 나뿐만 아니라 배와 승조원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나는 한배를 탄 해군의 운명에 대해 곱씹었다.

이렇게 나는 밥 먹는 자세부터 잠수함 운용 능력까지 모든 것을 교관으로부터 배우고 익혔다. 아이가 부모를 따라 하며 말을 배우고 걷기 시작하는 것처럼 나는 그들을 닮아갔다. 그들이 주는 칭찬과 훈계를 골고루 섭취하며 나는 어느 순간 군인이 되었고, 남들보다 많이 돌아서 왔지만 누구보다 부사관·병의 처지를 잘 이해하는 장교가 됐다.

그리고 마침내 나도 그들처럼 교관이 됐다. 양성교육생, 그것도 해군의 중추가 될 부사관을 훈육하는 중대장으로서 처음에는 긴장되고 설레고 두려운 마음까지 들었다. 20대 초중반의 부사관후보생들은 아직 군 경험이 전혀 없는, 그야말로 ‘하얀 눈밭’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를 비롯한 교관들의 용모와 언행, 그리고 교육생들에게 쏟는 노력이 고스란히 투영되리라 생각하면서 매 순간 자신을 가다듬는다. 때로 칭찬하고 때로 훈계하되 자식 잘되기 바라는 부모 마음으로 대하다 보면 이들도 어엿한 군인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제 곧 300여 명의 해군 부사관들이 하사로 임관한다. ‘뉘 집 자식인지…’로 시작하는 말 뒤에 따르는 칭찬과 질책이 부모 몫이듯이, 이들이 실무에 나가서 받는 평판 또한 우리 교관들의 몫임을 떠올린다.

다음 달이면 또 새로운 후보생들이 청운의 꿈을 품고 입교한다. ‘금일아행적(今日我行蹟)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의 경구를 가슴에 새기고, 미래 해군의 전투력을 창출한다는 마음으로 정예장병 육성을 위해 또 한 번 돛을 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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