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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재 시론] 아카데미 시상식, ‘기생충’으로 시작해 ‘기생충’으로 끝나다

기사입력 2020. 02. 10   17:40 입력 2020. 02. 10   17: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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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재 영화평론가·문학(영화학) 박사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101년 한국 영화 역사의 금자탑을 쌓았다.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권위인 작품상을 포함해 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한 것. 올해 아카데미상은 ‘기생충’에서 시작해 ‘기생충’으로 끝난 셈이다.

‘기생충’은 한 가난한 가족이 부잣집에 기생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으로 우리 사회 계층 간 갈등을 봉 감독 특유의 시선과 유머로 풀어낸 사회성 강한 작품이다.

아시아계 감독이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을 받기는 대만 출신 리안 감독 이후 두 번째이고, 아시아 영화로는 처음으로 각본상과 함께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아 더욱 의미가 깊다. 또 비영어권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아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사실 이번 수상의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은 됐다. 그러나 아카데미의 꽃인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거머쥘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쥔 것도 1995년 델버트 맨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마티’(1955년 황금종려상, 1956년 아카데미 작품상) 이후 64년 만이며, 역대 두 번째다.

‘기생충’은 92년 오스카 역사를 새로 썼다. 세계 영화산업의 메카인 할리우드에서 자막의 장벽과 오스카의 오랜 보수적 전통을 딛고 총 4개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은 한국 영화의 스토리와 양식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보여준 ‘사건’이다. 방탄소년단의 한류에 버금갈 만한 문화적인 쾌거라는 평가다.

봉 감독의 겸손함과 유머는 수상소감에서도 빛났다. 봉 감독은 감독상을 받은 직후 “어렸을 때 가슴에 새긴 말은 책에서 읽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글이었다”면서 “그것은 바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이라고 소개했다.

봉 감독은 또 “상 이름을 바꾼 뒤 첫 수상인 만큼 의미가 깊다”며 “이름을 상징하는 오스카가 추구하는 방향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한국 영화관계자들은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은 한국 영화사상 전무후무한 경사가 될 것이다. 비영어권인 한국 영화가 갖는 콤플렉스를 일정 부분 극복한 사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번 수상은 여러모로 향후 한국 영화의 위상에도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1950~60년대 일본 영화, 1980~90년대 중국 영화 부상에 이어 향후 한국 영화가 세계 진출의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날 발표된 ‘기생충’ 수상은 미국 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단체인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회원 전체의 투표로 결정된 것이다. 지난해 6월 12일 기준 미국 영화제작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들만이 투표권을 가진, AMPAS 회원은 846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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