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군 69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1989년 11월 15일. 이날은 제가 논산훈련소에 입대한 날이었습니다. 어느덧 28년 전의 일이군요. 대학 4학년에 다니다 입대했으니 일반적인 입대 나이보다는 조금 늦은 편이었죠. 원래는 대학 2학년 마치고 입대하려 했는데, 그만 그해에 부친께서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머니를 홀로 두고 입대할 수 없어 1년을 더 학교에 다니다 입대했습니다.
논산훈련소에 입소해 6주 훈련을 마치고 ‘120’ 기갑 주특기를 받았습니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기에 행정 주특기나 혹은 일반 보병으로 갈 줄 알았는데 전차 조종수 주특기를 받고 사실은 놀랐습니다. 그리고 훈련소 동기들의 “기갑은 군기가 세서 힘들 텐데”라는 말에 사실 걱정되기는 했습니다. 집에서 전구 하나 제대로 갈 줄 몰랐던 내가 과연 전차를 조종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상무대 육군기갑학교에서 후반기 12주 교육을 받기 시작했고, 조금씩 전차가 어떤 무기이고, 이 무기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알게 됐습니다. 조종과 사격 그리고 정비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저는 이전의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 시작했죠.
경기도 파주로 자대배치를 받고 이제 진짜 군 생활이 시작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지금과 달리 군 생활은 철저한 기율과 보이지 않는 무서움 같은 것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가 원체 적응력이 뛰어나서인지 아주 빠르게 자대 생활을 즐겁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근무한 부대는 1년에 7개월 정도 훈련을 하는 매우 특별한 부대였죠. 그러니 전국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기갑대대로 정평 나 있었습니다. 그러한 자부심이 우리 대대원들에게는 늘 있었죠. 제가 어느 순간 병사 중에서 중심인물로 성장했을 때 저는 후임자들에게 우리 부대의 자랑과 우리가 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얘기해 주었습니다.
군 생활에 대해 불안한 감정을 가지면 더 불안해지고, 그래서 적응 못 하고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군 생활 자체가 새로운 생활과 문화 그리고 이런 문화에 대한 도전이라는 생각을 하면 정말 즐겁습니다. 여기에 더해 나라를 지킨다는 사명감이 생긴다면 군 생활이 비록 힘들지만, 의미를 찾게 한답니다.
어머니를 홀로 두고, 또 전공과 전혀 무관한 주특기를 받아서 저는 군 생활이 힘들 것으로 생각했는데, 제대할 때 우리 여단 전체에서 가장 우수한 군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답니다.
지금 군에 있는 제 후배 여러분. 인생은 늘 도전입니다. 그 도전 속에서 의미를 찾고 희망을 찾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하는 일에 자부심이 생깁니다. 어느 군가의 가사처럼 여러분이 나라를 지키고 있기에 집에서 부모와 형제들이 편안한 밤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힘든 것을 즐길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멋진 사람입니다.
69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군 생활의 선배가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따스한 마음을 전합니다. 모두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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