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형 없는 군형법 강제추행 개정 필요

입력 2025. 01. 02   14:44
업데이트 2025. 01. 0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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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언철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심언철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대한민국 군인은 형법의 특별법인 군형법의 적용을 받는다. 구체적으로 반란죄, 이적죄, 지휘권 남용죄, 군무이탈죄, 항명죄, 약탈죄 등 군인에게 특수하게 성립하는 범죄에 더해 군인이나 상관, 초병 등에 대한 폭행, 협박, 상해, 살인, 강간, 추행 등 일반 형법에서 규율하는 범죄의 가중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대체로 일반 형법에 비해 처벌 수위가 높다. 예를 들어 형법의 폭행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의 벌금형인 데 반해 직무 수행 중인 군인 폭행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강간 역시 일반 형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지만, 군형법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무겁게 처벌한다. 군형법의 제정 이유를 살펴보면 “군의 기강을 확립해 군인이 국방 임무를 보다 효율적이고 충실하게 수행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돼 있다.

군의 기강 확립과 국방 임무의 효율성·충실성을 위해 군인의 범죄행위를 일벌백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일부 조항의 경우 이러한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벗어나 군인들에게 지나친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하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군인 등 강제추행을 징역형으로 무겁게 처벌하도록 한 군형법 제92조의 3이 실무적으로 문제가 된다. 강제추행의 경우 형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인 반면 군형법의 군인 등 강제추행은 벌금형 없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무겁게 처벌한다.

군 내에서의 성범죄를 엄히 처벌해 근절하고 군의 기강을 확립할 필요성·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문제는 지난 수십 년간 사회적·공동체적 가치 변화에 따라 강제추행의 인정 범위가 크게 확장됐다는 점이다.

가령 군부대에서 동성의 상급자가 하급자를 체벌한다며 가슴 부위를 꼬집은 사례를 살펴보자. 이러한 체벌이 위법하며 형법상 폭행에 해당함은 명백하다. 그러나 강제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가해자와 피해자 입장이 현저히 다를 때가 많다.

가해자는 자신도 군 복무 중 공공연히 당한 체벌이었고 가벼운 질책·교육 목적으로 이러한 행동을 했다고 변명하지만, 피해자는 성적 수치심을 호소하는 것이다. 과거 판례는 이런 경우 성범죄인 강제추행에 해당하느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해당 행동이 행해진 목적, 당시 환경, 경위, 행위의 정도 등 객관적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현재는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에 따라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특별한 이유 없이 배척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고, 진술을 배척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을 때는 강제추행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행위의 목적, 경위, 피해자의 용서, 가해자의 진심 어린 반성·교화, 재범 가능성 등을 두루 고려해 처벌의 경중이 폭넓게 달라진다. 군형법의 경우엔 벌금형이 규정돼 있지 않다 보니 처벌 경중을 달리할 가능성 자체가 막혀 있다.

가슴 부위를 가볍게 꼬집는 행위가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목적이 아니고, 잘못을 질책하고 교육 목적에서 행해진 것임이 명백하다면 법리상 강제추행죄에 해당하더라도 가볍게 처벌해야 하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하는데, 군형법이 적용되면 벌금형이 없어 무거운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밖에 없다.

실무에선 법원이나 검찰에서 재량행위인 기소유예 또는 선고유예를 활용해 억울하게 중한 처벌을 받는 경우 구제하기도 하지만, 입법의 불비를 사법부의 재량행위에 너무 오래 맡겨 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가 결과적으로 입법에 반영될 거라고 믿지만, 입법의 공백기간 동안 고통받는 군인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조속한 법 개정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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