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3훈비 학생조종사 첫 단독비행
‘빨간 마후라’ 목에 걸기 위해
입문·기본·고등과정 6년
단독비행은 필수 코스
이륙·착륙 오롯이 혼자지만
이론·모의 조종 떠올리며
하늘로 힘찬 날갯짓
‘빨간 마후라’를 걸기 위한 길은 멀고도 험하다. 임관 후 입문·기본·고등 교육과정을 모두 수료해야 빨간 마후라를 목에 맬 수 있다. 통상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고등교육을 수료하기까지 6년 정도 걸린다. 공군3훈련비행단(3훈비)은 국산 훈련기 KT-1으로 기본교육을 맡고 있다. 학생조종사들은 기본교육과정 입과 후 8개월 동안 이론, 시뮬레이터 모의 조종, 실전 비행 등 체계적이고 강도 높은 훈련으로 비행 능력을 습득한다. 지난 3일 학생조종사들은 첫 ‘단독비행’을 했다. 교수(교관)와 함께하던 동승비행이 아닌, 처음으로 하는 단독비행이다. 비행을 앞둔 학생조종사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글=송시연/사진=조종원 기자
단독비행은 입과 후 4개월 안에 이뤄진다. △주간 이착륙 능력 △주간 VMC(기상 상태가 양호해 안전한 시계비행이 가능한 상태) 상황 공중임무 수행 능력 △비정상 상황 인지 및 비상처치 능력 등 비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공중조작 능력을 갖춰야 가능하다. 비행 능력은 학생조종사를 전담 교육하는 교수가 판단한다.
지난해 12월 입과한 강보경 중위도 이날 첫 단독비행을 앞두고 있었다. 운동선수들이 흔히 한다는 ‘이미지트레이닝’ 같은 ‘머리 비행’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해왔지만 실전에서의 긴장은 어쩔 수 없다. “많이 떨린다”는 강 중위는 “눈 감고도 계기판을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했다. 평소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며 애써 긴장을 눌렀다.
첫 단독비행은 학생조종사뿐만 아니라 교수 또한 긴장하는 순간이다. 강 중위를 전담 교육하는 송장석 교수는 “단독비행은 시동을 포함한 지상 작동부터 이륙, 비행 중 임무 수행, 귀환 및 착륙까지 전 과정을 혼자 해야 한다. 진짜 두 발 서기를 하는 것”이라면서 “이 모든 과정을 안전하게 마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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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비행 준비 과정은 여느 비행과 똑같이 진행된다. 비행 전 브리핑을 하고, 장구를 착용한 뒤 항공기를 점검한다. 이륙 전 정비사들의 마지막 점검까지 마치면 모든 준비는 끝난다.
강 중위와 송 교수는 비행 전 브리핑에서 기상, 비행 임무, 주의사항, 비상상황 발생에 따른 대처 방법 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특히 송 교수는 강 중위가 가지고 있던 비행습관을 이야기하며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교수와 학생조종사의 비행교육은 쉽게 말해 도제식이다. 교범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8개월 동안 일대일로 전담 마크하며 교수가 실전에서 취득한 비행 능력을 고스란히 학생조종사에게 전수한다. 연구방법과 생활방식은 물론 버튼을 누르고 잡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가르친다.
학생들은 이 기간에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최대한 많이 교수의 비행 능력을 흡수해야 한다. 기본교육과정을 수료할 무렵이면 학생의 비행습관을 보고 어떤 교수한테 배웠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송 교수가 강 중위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기본’이다. 송 교수는 “기본은 배우기도 쉽고, 잊기도 쉽고, 잊으면 죽기도 쉽다”며 “언제까지나 성실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열정을 쏟아내야 후회하지 않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행 전 브리핑을 마친 강 중위가 헬멧과 하네스 등 비행에 필요한 장구를 착용했다. 주기장으로 나온 그는 항공기를 점검했다. 이어 항공기에 탑승했고,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던 순간, 강 중위가 조종하는 KT-1이 무사히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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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시간은 대략 1시간20분. 교수는 후방기에 탑승해 학생조종사 비행기를 뒤따라가며 올바른 고도, 속도,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확인한다. 헬멧에 장착된 마이크로 실시간 소통하며 학생조종사가 실수하거나 놓치고 있는 부분도 알려준다.
강 중위는 상공에서의 모든 임무를 완수했다. 한 치의 실수 없이 착륙도 완벽했다. 항공기에서 내린 강 중위의 표정은 마치 10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간 것처럼 시원해 보였다.
강 중위는 “너무 긴장해 감정 컨트롤이 쉽지 않았는데, 이륙에 성공했다는 걸 느끼는 순간 짜릿함과 익숙함이 동시에 밀려왔다”며 “이후에는 부담을 내려놓고 비행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첫 단독비행을 마친 학생조종사들은 편대비행과 계기비행, 야간비행에 돌입한다. 단독비행을 비롯해 총 61회, 74시간50분의 비행훈련과 △공중조작 △편대비행 △계기비행 △야간비행 등 과목별 최종평가를 통과해야만 고등교육과정으로 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강 중위는 “이제 시작이다.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킬 수 있는 정예 조종사가 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성실하게 수행하겠다”며 “빨간 마후라를 목에 거는 그날까지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인터뷰 - 학생조종사 김시우 중위· 조홍래 교수
“수고했다” 비행 마친 제자에 어깨 토닥…“사람을 지키는 조종사 되겠습니다”
김 중위
걱정 반 기대 반이었지만
그동안 함께 공부하며
잘못된 습관 파악 큰 도움
조 교수
안전에는 실수 용납 안 돼
공군 이끌어갈 리더로서
희생·도전 두려워 말아야
이날은 강보경 중위와 함께 총 5명의 학생조종사가 첫 단독비행을 했다. 김시우 중위도 그중 한 명. 비행을 마친 김 중위는 “과연 단독비행을 할 수 있을까 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막상 비행을 시작하니 떨리지 않고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다”며 “처음으로 혼자 이륙했을 때의 그 감각과 착륙했을 때의 안도감은 다른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감동스러웠다”고 말했다.
단독비행을 준비하면서 김 중위에게 큰 도움이 된 건 함께 공부하는 학생조종사들과의 세미나였다. 그는 “매 비행이 끝나고 나면 각자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비행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자기가 가진 잘못된 비행습관을 파악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평가 과정이 순탄친 않지만, 서로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조종사를 꿈꿨다는 김 중위는 “사람을 지키는 조종사가 되는 게 목표다. 지금의 마음을 잊지 않고 국가와 국민에게 헌신하는 조종사가 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조홍래 교수는 첫 단독비행을 마친 김 중위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는 김 중위의 전담 교수다. 조 교수는 “아기새가 이제 막 서투른 날갯짓을 시작했다. 기특하고 대견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항공기는 2차원의 수평 공간을 이동하는 지상의 교통수단과 다르게 3차원 공간을 이동한다. 3차원 공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신체적 특성이 비행과 맞지 않은 경우에는 멀미 등으로 어려움이 배가 되기도 한다. 짧은 시간 안에 방대한 양의 학술지식을 숙지하는 것도 힘든 과정 중 하나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버텨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 교수는 학생조종사들에게 ‘안전’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실제 그가 소속된 236비행교육대대는 2003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0만 시간 무사고 비행 기록을 달성했다. 무사고 비행 기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조 교수는 “비행은 실수를 경험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이를 수정하면서 오늘의 비행이 어제의 비행보다 발전했다면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안전에 있어서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며 “늘 안전한 비행이 될 수 있도록 최상의 컨디션 유지를 강조하고, 비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의 바람은 학생조종사들이 ‘빨간 마후라를 거는 것이 목표가 되기보다는 빨간 마후라를 걸고 난 후 어떤 장교가 될 것인지 고민하는 조종사’가 되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비록 작은 날갯짓을 하지만, 이들은 앞으로 공군, 그리고 국방을 이끌어갈 리더”라면서 “국민과 국가를 위해 희생할 줄 알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장교로 성장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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