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국수사, 인천항 TMO를 가다
온전히 휴식할 수 있도록…
모자 못 벗고 이어폰도 못 끼고
‘복장 불량’ 걱정에 야외서 반나절 서성였는데
쾌적한 TMO서 배 기다릴 수 있어 고마워
카페야? 대기실이야?
무료 음료 기본…도서 대여·탈의실 서비스
MZ장병 취향 고려 ‘네컷 사진관’도
12월 문화공연 개최…장기적 승선권 발급·발권
새로 문을 연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국군장병라운지(TMO)엔 벌써 온정이 흐르고 있다.
붐비는 대기실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할 수 있는 공간, 국군 장병을 위한 TMO가 존재하는 이유다.
여유와 따스함이 느껴지는 인천항 TMO를 지난 21일 다녀왔다. 글=이원준/사진=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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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O 덕분에 쾌적한 환경에서 배를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렇게 좋은 공간이 있다는 걸 복귀해 부대에 널리 알려주겠습니다. 추운 날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해군2함대 권순주 하사가 남긴 손편지)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은 연평도·대청도·백령도 등 서북도서를 오가는 관문이다. 덕적도·이작도 등 도서를 오가는 여객선도 있다. 그래서 터미널 대기실은 도서 주민, 가족 단위 관광객, 월척을 노리는 낚시꾼 등으로 1년 365일 붐빈다. 서북도서를 지키는 국군 장병도 주요 이용객이다. 지난해 연인원 3만4000명의 장병이 이곳을 이용했다.
하지만 장병들이 편히 쉴 곳이 마땅치 않았다. 해병대가 운영해 온 도서파견대는 업무를 위한, 너무나 협소한 공간이었다. 서울역·용산역 같은 주요 역사에 TMO가 있는 것과 비교하면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서북도서를 오가는 여객선은 짙은 안개와 높은 파고로 지연되는 경우가 잦아 짧게는 1~2시간, 길게는 반나절까지 현장 대기를 해야 한다.
장병들 입장에선 시민과 함께 대기실을 쓰다 보니 불편함이 많았다. 복장 불량으로 보일까봐 모자도 벗지 못하고, 이어폰 사용도 자제해야 했다. 이로 인해 야외 공터에 나와 있는 장병이 적지 않았다.
박태룡(해군중령) 국군수송사령부 해상수송과장은 장병들이 온전히 휴식할 수 있도록 최초의 항만 TMO를 계획했다. 자신도 과거 덕적도에서 근무하며 도서기지 장병들의 애로사항을 알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본격적으로 TMO 설치에 나선 것은 올해 상반기였다. 국방부 건설관리과와 협조해 어렵게 예산을 확보했고, 인천항만공사와 논의 끝에 터미널 2층에 있는 약 200㎡의 공간을 저렴한 비용으로 임차했다. 그리고 반년 만에 리모델링 공사를 마쳤다. 지난 14일 문을 연 인천항 TMO는 그렇게 탄생할 수 있었다.
박 과장은 “‘군인은 사기를 먹고 산다’라는 말처럼 TMO가 장병 사기진작에 작은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업을 빠르게 추진했다”며 “장병과 군인가족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장소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천항 TMO는 유명 카페와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안락하게 조성됐다. 장병·군무원·군인가족·주한미군 등은 이곳에서 다양한 음료를 무료로 주문할 수 있고, 간식도 먹을 수 있다. 무료 와이파이, 휴대전화 충전, 수하물 보관, 도서 대여, 탈의실 등의 서비스도 갖추고 있다. 대형 TV에서는 선박 운항 정보를 실시간 제공한다. 한쪽에는 셀프 사진관을 설치하는 등 MZ세대 취향을 고려한 세심함이 엿보였다.
인천항 TMO는 복합 문화공간으로서 장병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12월 중 문화공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론 승선권 발급·발권 업무도 인천항 TMO가 맡는다는 구상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손쉽게 발급할 수 있는 철도 승차권처럼, 승선권도 비대면 예약이 가능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군수송사령부는 관계 당국, 선사 등과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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