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명소 시즌2] 큰 비행기가 좋았던 청년…‘7000시간의 역사’ 만들다

입력 2024. 11. 25   16:30
업데이트 2024. 11. 2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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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대 명품 전우를 소개합니다 - 시즌2 
공군5공중기동비행단 항공기정비대대 손성욱 준위

C-130 무사고 비행 ‘대기록’ 
비행 전후 점검부터 엔진·기체까지 관리
능력 키우려 자격증 따고 교육도 받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이죠

비행·정비 30년 경력 ‘베테랑’
한때는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이라크 파병·사이판 국민 긴급 이송…
해외 작전 수행하며 군인정신 강해져

C-130 허큘리스는 우리 군에 도입된 지 3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주력 수송기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1988년 공군 최초 도입 후 지금까지 ‘무사고 비행’ 기록을 세우며 매일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C-130 자체가 훌륭한 기체임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제아무리 뛰어난 무기체계라도 철저한 정비와 선제적 안전관리 없이 도달할 수 없는 대기록이다. C-130이 ‘안전한 항공기’라는 수식어가 붙기까지 많은 정비사의 헌신이 있었다. 공군5공중기동비행단(5비) 항공기정비대대 251정비중대 손성욱 준위가 대표적이다. 손 준위는 햇수로 30년간 C-130에 탑승하며 정비 활동을 펼쳐왔다. 그 결과 최근 개인 7000시간 무사고 비행 기록을 달성했다. ‘C-130을 빼면 군 생활에 남는 게 없다’는 손 준위의 7000시간을 되돌아보자. 김해령 기자/사진=임승준 병장 제공

 

공군5공중기동비행단 항공기정비대대 손성욱 준위가 C-130 항공기의 기체 외부 점검을 하고 있다.
공군5공중기동비행단 항공기정비대대 손성욱 준위가 C-130 항공기의 기체 외부 점검을 하고 있다.

 

 

“항공기는 수백 가지 부품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정비 능력을 키우기 위해 여러 자격증을 취득하고 해외에서 교육도 받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관심이라고 봅니다. C-130을 끊임없이 공부했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죠. C-130을 더 많이 알게 되고 자연스레 시간이 흐르니 7000시간 무사고 비행이라는 금자탑을 세우게 됐습니다.” 

손 준위는 개인 7000시간 무사고 비행 기록 비결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94년 12월 1일 항공정비사로 임관해 지금까지 30년 동안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비행·정비 임무를 완수했다.

손 준위는 매일 C-130과 만나 종일 함께한다. 그는 C-130 ‘정비반장’과 ‘기관조작사(FE·Flight Engineer)’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정비반장으로서 그는 비행 전후 C-130 점검 인원을 배정하고 비행 전후 항공기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감독한다. 또 FE로서는 조종사의 비행을 보좌한다. FE로 C-130 조종석에 탑승한 손 준위는 엔진 시동부터 정지까지 엔진·유압·전기·기관·기체 등 항공기 전반적인 시스템을 관리한다.

“정비반장과 FE 두 가지 일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FE로 비행을 나가기 전 정비반장일 때는 항공기 비행 전 점검을 감독하고 당일 임무에 맞도록 항공기를 준비해 확인합니다. 이후 당일 FE로 배정된 항공기에서 비행 전 점검을 하고 조종석에서 각종 계통조작, 비행 절차 수행, 조종사에게 조언 등을 합니다. 비행이 끝나면 다시 정비반장으로 돌아갑니다. 다음 날 필요 사항을 확인해 준비합니다.”

손 준위가 C-130을 만나게 된 건 기체 몸집만큼 커다란 그의 포부에서 비롯됐다.

“기본군사훈련단 훈육관으로 근무 후 5비로 배속됐을 때였을 겁니다. 어떤 항공기를 배워보고 싶냐는 질문에 어린 마음에 ‘큰 비행기가 좋다’고 답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C-130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당찬 패기와 다르게 탑승 초기 때는 미숙함에 실수도 잦았다고 한다.


“학생 항공정비사 시절 C-130 수송기를 탔을 때는 서툴러서 자주 혼났습니다. 단시간에 많은 양의 지식을 습득한 탓에 실전에 적용하기가 상당히 힘들었죠. ‘비행을 계속할 수 있을까’란 고민도 했습니다. 다음 날 비행이 취소되기만을 기도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자타공인 C-130 정비 ‘베테랑’이 된 그, 7000시간을 무사고로 비행한 만큼 기체에 애정도 많다. 손 준위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임무를 완수해내는 것이 C-130의 매력이라고 치켜세웠다.

 

 

조종석 계기를 점검하는 손 준위.
조종석 계기를 점검하는 손 준위.



“세계 곳곳에서 C-130을 운용하는 많은 부대가 ‘Any Time Any Place’라는 구호를 사용합니다. ‘언제, 어디든 우리가 필요한 곳이라면 간다’는 의미입니다. 항공전력은 이착륙 시, 장소·거리에 따른 제한사항이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C-130 수송기는 이착륙하기 힘들거나 주변 환경 등 제한이 많아도 전투 인원·물자 공수, 재외국민 대피, 재난지역 대피·구호 등 다양한 임무를 단독으로 해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약간의 결함이나 비정상 상황에서도 승무원들이 힘을 합치기만 하면 무슨 일이든 반드시 해냅니다.”

손 준위가 말한 ‘어떻게든 임무 완수하는 C-130’은 경험에서 비롯된 얘기다. 그는 이라크 파병, 사이판 고립 국민 긴급 이송 등 해외 작전을 수행했다. 특히 이라크 파병 때 목격한 실제 전장은 절대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라크 도착 후 첫 번째 비행으로 미 공군 C-130에 탑승해 임무를 수행하기 전 미군 작전을 관찰하는 관숙비행을 했습니다. 당시 미군 C-130 임무는 이라크 모술(Mosul)로, 미 육군 50여 명을 수송하는 것이었습니다. 미군 조종사들은 항공기의 모든 등을 끄고 최소한의 유도등만 켜져 있는 활주로에 야간투시경(NVG)에 의지해 착륙했습니다. C-130에서 내리는 미 육군 장병들의 두려운 표정을 보고 훈련이 아니라 실제 전장이란 걸 실감했죠. 모술에서 이륙할 때 ‘미사일 발사 경고’가 울리기도 했습니다. C-130에선 플레어(Flare·열추적 미사일 회피 장치)가 자동발사됐고, 미 공군 조종사들은 회피기동을 하며 작전지역을 빠져나왔습니다. 이때 든 생각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일이 실제 나에게 일어나고 있구나’ ‘와, 이러다 죽는구나’ 하는 공포감이었습니다. 지나고 보면 그때의 제 표정과 미 육군 장병들의 두려운 표정이 같았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손 준위가 군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낀 순간도 이라크 파병 직후였다.

“1차 이라크 파병 후 서울에서 환영 행사를 하고, 부산으로 내려가는 길에 지하철을 탔습니다. 사막용 전투복에 크고 무거운 짐을 들고 지하철을 탄 저에게 전혀 일면식 없는 분들이 ‘수고하셨습니다’라며 박수를 쳐주셨습니다. 순간 당황했지만 감사하다고 인사드렸고, 그때 우리가 국민과 국가를 위해 뭔가를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차올랐습니다.”

타국에서 일어난 재해로 고립된 우리나라 국민을 구한 일은 군인정신을 되새기게 했다.

“2018년 태풍으로 사이판 공항이 피해를 입어 항공기 입출항이 불가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한국 관광객 수백 명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어서 C-130을 긴급 전개했고, 그들을 미국 괌으로 이송 후 한국으로 귀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이판 공항에 도착하니 공항시설물이 상당히 파손돼 있었습니다. 특히 관제시설이 크게 파손돼 항공기 관제를 받을 수 없는 불안전한 상태였죠. 이러한 상황에서 수송 임무를 수행해야 했습니다. 어린아이와 여성, 노약자가 휴양을 목적으로 사이판에 간 경우가 많아 태풍 피해로 고립된 관광객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크게 힘들고 불안해했습니다. 중국 쓰촨성 지진, 필리핀 산사태, 일본 쓰나미 사태 등 많은 구호 경험이 있지만, 이때는 해외에 있는 우리나라 국민을 직접 돕는다는 생각에 힘든지도 모르고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손 준위는 이제 군 생활이 3년 남짓 남았다. 그는 끝까지 임무 수행에 매진하는 한편 군 생활이 끝난 후에도 어디선가 대한민국 공군을 응원하는 1인으로 생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손 준위는 지금까지 군 생활을 함께해준 전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오랫동안 C-130 정비사이자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무사고 비행 7000시간을 달성할 수 있었던 건 과거 제 곁에 있어준 선배와 지금 함께하고 있는 전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모든 국군 장병이 국내외에서 매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중 한 명으로, 군 생활을 마치는 날까지 열심히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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